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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우리식 인권'이란? (3)

[황재옥의 '북한 인권을 생각한다']<5> 북한의 정치문화-'혁명적 수령관'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유엔의 조치

유엔 인권이사회의 47개 회원국이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1년 기한의 조사위원회(COI; Commission of Inquiry)를 구성한다는 기사와 함께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그리고 북한의 납치범죄에 대한 언론보도가 심심치 않게 지면에 등장하고 있다.

조사위원회 설치를 포함한 결의안이 21일 최종 확정되면, 북한은 1991년 한국과 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이후 인권 문제에 대해 가장 강력한 형태의 압력을 받게 된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하여 유엔은 2004년 북한인권특별보고관(UN Special Reporter on NK Human Rights)을 처음 임명한 이후, 9년이 지난 2013년에 인권보고관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조사 기구를 설립하게 되는 것이다.

조사위 설치는 이미 예전부터 예견됐었다. 2008년 인권보고관의 보고서에서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 위반을 처벌할 의무가 있음을 지적했었고, 2010년 보고서에서는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처벌 문제가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 제소와 연결되어 있다고 기록했다.

인권보고관 제도와 비교해봤을 때 북한인권 조사위(COI)는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북한이 받을 부담이 크다. 일단 규모면에서 인권보고관은 자원봉사자인 인권보고관 1인(현재는 Marzuki Darusman)과 보좌관 1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반해, COI는 수당을 받는 조사위원 3인과 보좌 스태프 10~20인 정도로 구성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사 내용에 있어서 질적인 측면의 강도(强度)다. 인권보고관은 북한인권침해 실태를 파악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COI는 인권침해 가해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한다. 그리고 COI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유엔안보리로 하여금 국제형사재판소에 가해자를 기소할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인권보고관의 보고서가 학자의 모니터링 보고서 정도라면 COI의 조사는 경찰의 조서에 해당한다.

그 때문에 COI가 북한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은 인권보고관에 비해 훨씬 강력할 수 있다. 북한인권 침해가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될 경우 인권침해 가해자 명단에 북한의 김정은도 올라갈 수 있다. 인권 침해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경우, 김정은을 포함한 가해자들은 자신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북한, '우린 인권문제 없는데...' 웬 인권 압력?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한의 인권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에 대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조사를 위한 독립기구 설치가 시급하다"는 것이 다루스만 유엔 인권보고관의 조사위 설치 제안 이유였다. 이에 대해 북한대표는 "보고서에 등장하는 인권문제는 조선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북한은 자칭(自稱) '인권문제가 없는 조선'에 대한 유엔의 강도 높은 대북한 인권 문제제기에 대해 예전과 같이 강력히 부인하고 비협조적인 태도로 이번 결의안도 무시하고 넘어가려 할 것이다.

1997년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최초로 채택된 이후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는 북한의 인권 상황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기는커녕,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가 북한 정권에게는 '소귀에 경 읽는'격이니 국제사회가 이제 더는 못 참겠다고 나선 셈이다.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를 국제인도법 차원에서 조사하여 위반 범죄를 저지른 개인과 그 수뇌부를 처벌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 이번 조사위 목적이다.

1997년 8월 21일 유엔 인권소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공식적으로 채택되자, 북한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에서 탈퇴했다. 그러나 1999년 말 유엔에 보고서를 제출함으로써 북한은 국제인권레짐으로 돌아왔다. 당시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국가들이 붕괴되면서 북한이 심각한 고립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도 돌아온 이유 중 하나가 되겠지만, 북한은 법률개정과 보완을 통해 인권 상황을 신장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엔의 입권 압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2013년에도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자칭 인권 문제가 없다고 하는 북한' 정권의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폭력을 고발했다. 살인·고문·납치, 식량권과 생명권, 개인의 안전과 활동 제약 등을 나열했다.

그러나 매년 발표되는 보고서에는 북한의 격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인권 침해 사례만 보고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에는 국제사회의 인도적 활동에 대한 북한 당국의 협조 요구와 더불어 북한의 체제보장 및 경제발전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을 북한의 인권 개선과 연계하는 종합적인 접근방법도 제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이 같은 일련의 정책들이 북한체제를 붕괴시키려는 정치적 음모라고 반발한다.

북한 집단주의 체제에서 개인의 인권은 없다

북한은 유엔의 대북한 인권정책에 대해 '인권의 정치화'로 규정하면서, '주권침해'와 '이중 잣대'를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인권이란 이슈로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다분한데, 그것도 서구의 가치관으로 북한의 인권문제를 논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 북한의 반발 이유다.

▲ 지난 2월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제3차 지하 핵실험의 성공을 축하하는 평양군민연환대회'. 북한은 주요 정치 사안이 있을 때마다 이와 같은 동원 대회를 수시로 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서구의 보편적 인권인식에 입각한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문제 제기에 대해 북한은 북한체제의 우월성과 자주성을 강조하며, '혁명적 수령론'이 중심이 된 북한 집단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한다.

북한에는 초기 사회주의체제 모델이었던 소련이나 중국과 달리 특유의 '우리식' 정치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북한의 정치문화가 타 사회주의 국가와 다르게 형성된 것은, 기본적으로 '주체사상'과 '혁명적 수령관'이 통치이념의 토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한은 '사회정치적 생명체론'과 '사회주의 대가정론'을 개발하여 그러한 정치문화를 유지시켜주는 작동원리 내지 이론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북한 사회에서 '개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인권 문제가 없다'는 북한의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서구의 인권인식이 보편적인 기준이 될 수 없고, 이 같은 인식으로 북한의 인권 문제를 논한다는 것은 북한에 '이중 잣대'인 것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단계를 거쳐 장차 진입해야할 공산주의 사회를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로 집약되는 집단사회, 즉 "수령의 두리"에 조직되고 규율이 확립된 집단주의적 사회로 규정하고 있다.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구호는 "모든 개별적인 사람들이 언제나 집단의 공동의 요구와 이익을 앞세우며 이를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투쟁하는 것을 기본내용"으로 한다.

북한이 대내외적 필요 때문에 인민대중을 사회역사 운동의 주체로 규정하면서, '사람'보다 '인민대중'이 강조됨으로써 북한사회는 집단주의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인민대중' 중심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북한에서 '사람', 즉 개인의 권리를 의미하는 인권개념이 설 자리는 없어진다.

그리고 다른 사회주의와 차별화되는 북한 사회주의의 특성은 바로 "어버이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인민대중에게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에서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는 수령에 대한 충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수령은 우리 생명의 뿌리이고 충실성은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지상의 자주적 생존권"이라고 주민을 학습시킨다.

'혁명적 수령관'을 통해, "육체적 생명보다 더 귀중한 사회정치적 생명을 사람에게 주고, 이를 이끌어나가도록 하는 것이 수령"이라고 설명한다. 북한주민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수령에 충성해야 하는 것이다. "혁명적 의리와 동지애의 강조는 집단주의로 이어지고,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의 논리로 개인의 권리보다는 수령에 대한 의무가 강조"되는 것이다.

'혁명적 수령관'을 통해 북한주민들은 개인의 권리보다 집단과 수령에 대한 의무가 먼저 요구된다. 집단뿐 아니라 수령에 대한 의리와 동지애가 강조됨으로써 개인의 인권은 이들보다 차순위에 머무르는 권리가 된다. 집단주의 안에서 개인보다 집단이 우선하기 때문에 개인의 권리는 집단에 묻히게 된다. 이러한 북한사회 체제운용 논리가 주민들에게 교육됨으로써 북한주민들은 개인의식보다 집단의식을 강요받고, 자연스레 개인의 권리에 대한 요구마저 잊게 되는 것이다.

유엔의 관심과 문제제기는 북한주민에게 희망이다

어찌되었거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유엔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은 북한주민의 인권을 개선하고 향상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북한의 즉각적인 협조는 물론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북한은 유엔의 조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살인·고문·납치를 일삼는 북한의 손을 들어 줄 수 있는 나라들이 이제 몇이나 될까?

2005년부터 제출된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초기 보고서는 북한에 인권 개선을 위해 '...하라'라는 권고사항이 많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북한의 체제 안전과 더불어, 먹는 문제해결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을 인권 개선과 연계하는 문제도 제시되고 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접근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특히 이번 북한 인권 조사위 설립 논의는 유럽연합(EU)이 주도하고, 일본이 적극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이 다른 국가의 국민을 납치한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을 명시하고 있어 결의안이 채택되면 북한이 한국·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벌인 납치 범죄도 국제사회에서 공론화될 것이라 한다. 특히 일본은 납북 일본인의 송환문제를 대북한정책의 중심으로 삼아왔는데 이번 결의안에 납치자 문제가 담겨 있어 더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듯하다.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에 북한 정권이 언제까지 모르쇠로 외면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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