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는 극동문제연구소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정책소식지입니다. 이번 9호는 '북한의 후계체제 :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5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9월 첫째 주 동안 매일 1편씩 소개됩니다.
1972년 설립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통일 문제에 관한 연구와 정책 제안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최고의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편집자>
현재 포스트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포스트 김정일 후계체제 과정을 단계적으로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
포스트 김일성 후계체제 구축과정을 적용하면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 포스트 김일성 후계체제 구축과정을 포스트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과정에 기계적으로 적용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후자는 전자의 과정을 신성불가침한 사상·이념적으로 제도화한 수령론과 후계자론의 구속과 제약을 벗어나기 어려우므로 적용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포스트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과정은 변화된 여건과 주어진 환경을 반영해야 하므로 시기적으로는 중첩적이며 내용적으로는 순서의 변화가 다소 수반될 수 있다.
우선 포스트 김일성 후계체제 구축과정을 대략적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후계체제 준비단계(72.10~74.2)이다.1) 이 기간은 김일성이 김정일을 후계자로 내정한 가운데 후계자 결정을 위한 내부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의 단계였다. 이 시기에 북한에서는 △헌법개정을 통해 새로운 권력구조를 형성2) △3대혁명소조운동을 통한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기반 조성3) △후계자가 활동할 특정 권력기구의 강화4) △수령에 의한 후계자 지명 및 핵심요직 임명5) 등의 조치가 단행되었다.
둘째는 후계체제 구축단계(74.2~80.10)이다. 이 기간은 후계자를 지명하고 후계자의 혁명업적을 축적하는 단계였다. 이 시기에 북한에서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한 후계자 지명 △후계자의 통치이데올로기 해석권 장악6) △당면 과제에 대한 업적 과시7) 등의 조치가 진행되었다. 셋째는 공고화단계(80.10~94.7)이다. 이 기간은 △후계자 공표8) △인격적 리더십 강화9) △주체사상의 체계화10)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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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단계에 비춰보면, 포스트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의 현 단계는 준비단계의 말기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 1972년 주석제 확립을 핵심으로 하는 헌법개정을 단행하였듯이, 북한은 2009년 4월 최고인민회의 12기 1차회의를 개최하여 국방위원회와 국방위원장의 권능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헌법개정을 단행하였다. 그리고 2010년 4월과 6월에 각각 2차회의와 3차회의를 이례적으로 연이어 개최하여 미진했던 국가체계 정비를 완수하였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북한은 후계시대에 대비하여 새로운 권력구조를 정비하고 후계자의 영도를 보장할 수 있는 영도체계를 강화하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둘째, 북한은 1973년 3대혁명소조운동을 조직· 운영하여 후계자의 정치적 기반을 구축하였듯이, 2010년 150일전투와 100일전투를 실시하여 후계체제 구축에 필요한 전국적 차원의 노력동원운동을 전개하고 내부의 결속을 도모하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150일전투와 100일전투는 3대혁명소조운동과 달리, 이를 주도하는 별도의 조직이 뒷받침되지는 않았으나, 전국적 차원에서 진행된 노력증진운동이라는 점과 이 성과를 후계자의 업적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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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 로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추대되는 김정일 ⓒKBS |
김정일의 핵심요직 등극은 김일성에 의해 김정일이 실질적인 후계자로 확정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포스트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 제5기 7차 전원회의는 1974년 제5기 8차 전원회의에 버금가는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포스트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과정을 살펴보면, 2009년 1월 8일 김정일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결정했다는 교시를 리제강 중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게 하달하고 이 지시가 인민군 총정치국을 중심으로 전파되었다.11) 1월 8일은 김정은의 생일이고 당일 노동신문은 "향도의 당을 위해"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정론을 발표함으로써 교시 하달의 가능성을 높여 주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소집하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만약 소집되지 않았다면 형식은 다르지만 공식적인 계통을 통해 김정일을 후계자로 지명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김정은은 9월 상순경 개최될 예정인 제3차 노동당 대표자대회에서 당중앙위원에 선출될 것이 확실시된다. 당중앙위원의 피선은 당정치국과 비서국에서의 핵심직책을 맡기 위한 절차적 과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포스트 김일성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 1973년에 전개된 상황과 현재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매우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1974년 2월 당중앙위원회 제5기 8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일은 당 중앙위원회 정치위원회 위원(당 수뇌부)으로 선출됨으로써 비공식적으로 후계자로 추대되었다. 포스트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당대표자대회에서 새로 구성된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핵심요직을 맡음으로써 비공식적으로 후계자에 추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후계자론에 근거하면, 후계자는 전인민적 추대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포스트 김일성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는 당중앙위원회 제5기 7차 전원회의 이후 회의 결정서와 그 의미를 설명하는 '붉은편지'를 전당적으로 세포마다 회람시켰다. 그리고 세포별로 이 문제를 토의하고 환영해서 김정일을 유일한 후계자로 추대하고 받들 것을 맹세하는 결의서와 당원 개개인의 맹세문을 당중앙에 올리는 조치를 취하였다.12)
포스트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 굳이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아닌 당대표자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전 인민적 추대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방안으로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NOTES
1) 김일성은 1972년 10월 외국방문을 위한 기내에서 "백두산에서 시작한 주체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완성하자면 이론수준도 높고 영도예술도 능하며 인민적 풍모를 갖춘 젊은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라고 하면서 "김정일 동무는 총명하고 정열이 있고 동지애가 강한 사람입니다. 김정일동무는 실력이 있고 품성이 좋습니다"라고 하여 김정일로의 후계자 의중을 최초로 표명한바 있음.
2) 북한은 1972년 헌법개정을 통해 주석제를 신설하여 후계체제 구축에 따른 역할분담구조를 형성함. 김정일은 당무, 김일성은 국가주석으로서 외교와 통일문제에 전념하는 체제를 구축함.
3) 김정일은 3대혁명소조운동을 주도함으로써 자신의 통치기반을 확립하게 됨.
4) 북한은 1970년 11월 김정일의 주요 활동무대였던 비서국의 위상과 기능을 강화하는 조치를 단행하고, 원로들을 주로 정치위원회에 포진시킴.
5) 김정일은 1973년 9월 노동당 내 최고 핵심실세기구인 당중앙위원회 조직 및 선전선동담당 비서에 보임됨.
6) 김정일은 1974년 2월 19일 <온 사회를 김일성주의화하기 위한 당사상사업의 당면한 몇 가지 과업에 대하여>라는 연설을 통해 주체사상을 김일성주의로 정식화하고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를 당의 최고강령으로 선포하였다. 이후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는 74년 8월과 75년 1월 각각 '전당의 김일성주의화'와 '전군의 김일성주의화'로 이어짐.
7) 김정일은 1974년 10월 당중앙위·정무원 책임일꾼 및 도당 책임비서 협의회에서 <전당이 동원되여 70일전투를 힘있게 벌리자>라는 연설을 계기로 70일전투에 돌입한 결과, 1974년 공업생산은 전년대비 17.2% 증가하였다고 선전하였다. 그리고 김정일의 주도로 다양한 김일성 우상화 상징물 건설에 박차를 가함.
8) 북한은 1980년 10월 6차 당대회를 개최하여 정치국 상무위원, 당중앙위원회 비서, 당중앙위원회 군사위원회 위원에 임명됨으로써 후계자로 공표함.
9) 북한은 1982년 2월 백두산출생설 공식 선포, 김일성과의 30년 주기를 맞추기 위한 생년 변경(41→42) 등의 조치를 취함.
10) 김정일은 <주체사상에 대하여>(82.3)이라는 논문에서 주체사상을 철학적 원리, 사회역사원리, 지도적 원칙으로 체계화하였고, <주체사상 교양에서 제기되는 몇가지 문제에 대하여>(86.7)라는 논문에서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을 제시함으로써 혁명적 수령관을 강화함.
11) 「연합뉴스」, 2009.1.15일자.
12) 김광인,「북한 권력승계에 관한 연구」(건국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1998), p.138.
* 원제 : 포스트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의 현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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