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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리츠 "자유시장 경제모델은 천동설 같은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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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리츠 "자유시장 경제모델은 천동설 같은 오류"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학 수립해야"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범인이 누구인가라는 논쟁에서 대체로 월가의 대형금융업체들, 그리고 이들을 규제하지 못한 정부당국이 지목된다. 따라서 금융위기 재발을 막으려면 '규제를 강화하면 된다'는 단순논리가 적용된 결과가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가 자랑하는 '금융개혁법안'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지난 7월 21일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까지 했지만,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월가의 근본적인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전문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월가에 대마불사의 지위를 누리는 대형금융업체들이 존속하는 한 또다시 금융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마불사급 금융업체가 망하면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루비니 교수는 대마불사급 금융업체들은 반드시 해체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주류 경제학은 현실과 동떨어진 전제 위에 서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학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콜롬비아대 교수. ⓒ로이터=뉴시스

"금융위기 예측 못한 주류 경제학도 개혁 대상"

<파이낸셜타임스(FT)>의 간판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대마불사는 실패한 자본주의의 상징"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자본주의는 투자 실패의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원칙 위에 있어야 하는데, 시스템 붕괴위협을 이유로 공적자금으로 대기업의 파산을 막아주는 것은 이미 실패한 시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대마불사급 대형금융업체들을 통제하지 못했어도 그들이 저지른 일이 어떤 재난을 초래할지 예측도 못한 주류 경제학도 '개혁의 대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콜럼비아대 교수는 기업과 규제당국 등 행위자만 탓할 게 아니라, 행위자들의 판단 근거가 되는 거시경제학 모델 자체도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해 주목된다.

특히 스티글리츠는 19일 <파이낸셜타임스>에 게재된 'Needed: a new economic paradigm'라는 칼럼을 통해 합리적 인간을 전제로 한 현재의 거시경제모델은 아무리 정교하게 다듬어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녔기 때문에 이제는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미 스티글리츠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신경제학회(INET)'의 자문위원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학'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패러다임 시프트' 추구하는 '신경제학회'

INET는 '헤지펀드 제왕' 조지 소로스가 약속한 5000만 달러의 자금을 기금으로 설립된 비영리 싱크탱크로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다. INET에는 스티글리츠는 물론 마이클 스펜스 스탠퍼드대 교수, 조지 애컬로프 UC버클리대 교수 등 2001년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 3명이 모두 참가하고 있다. 또한 빌렘 뷰이터 영국 정경대 교수, 케네스 로고프 등 당대 경제석학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번 칼럼은 스티글리츠 교수가 INET 활동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을 정리한 것이다. 이 칼럼에 따르면, '시장의 자율규제'라는 전제에 입각한 현재의 경제모델은 규제당국을 방심하게 만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보여줬듯 시장은 결코 효율적이고 자기교정이 가능한 곳이 아닌데 시장을 맹신했다는 것이다.

시장가격은 모든 관계 정보를 충분히 반영해 결정된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이 지배한 시장은 결국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초래했다. 오늘날 경제위기 이전 시대를 지배했던 이런 경제학 패러다임은 현재의 침체된 경제처럼 혼란에 빠졌다.

스티글리츠 교수에 따르면, 현대의 주류경제학은 사실 기괴하다. 경제주체가 되는 개인들은 완전히 합리적인 동질성을 지녔다는 비현실적 가정 위에 서있고, 현대경제학의 필수요소인 '정보의 비대칭'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경제모델은 부실한 정책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초래되는 문제에 치중했지만, 금융시장의 역기능과 자산거품에서 초래되는 훨씬 더 중대한 비효율 문제는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주류 경제학은 금융시장이 항상 효율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은행에 대한 타당한 분석도 포함하지 않은 경제모델로 이런 주장을 했다. 주류 경제학을 신봉한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의장은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보다 잘하지 못했다는 것에 놀랐다"고 고백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정말 놀랄 일은 그리스펀 같은 저명한 경제관료가 그런 사실에 놀랐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은행들의 비정상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대충 살펴보기만 해도 과도한 리스크 테이킹을 무릅쓴 근시안적인 행위가 만연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 "비상한 상황에서의 예측 능력이 중요"

스티글리츠 교수는 "표준이 되는 경제모델은 예측 능력에 의해 등급이 평가되어야 한다"면서 "특히 비상한 상황에서의 예측 능력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올해 경제가 2.4% 또는 2.5% 성장할 것이라는 등 보통 때의 예측 정확성을 높이는 것은, 심각한 경기침체 위험을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성이 떨어진다.

이런 예측에는 주류 경제모델들은 비참할 정도로 실패했다. 이런 경제모델에 기초해 정책을 만드는 당국자들의 예측 역시 신뢰성을 완전히 잃었다.

정책당국자들은 이번 위기가 닥치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으며, 거품이 붕괴된 이후에도 그 타격은 제한적이며, 그렇게 심각하지도 않으며,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런 엉터리 경제모델에 주류가 몰두하고 있는 와중에 다행히도 많은 연구자들이 새로운 접근법 개발에 몰두해왔다"면서 "기존의 주류 경제모델의 핵심 결론들 중 상당수는 근거가 취약한 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들의 전제 중 현실과 조금만 다른 것이 있어도 결론에서 큰 오류를 범했으며, 리스크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약간의 정보 비대칭이나 결함에도 시장은 효율적이라는 가설이 흔들렸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원래 없는 손"

스티글리츠 교수는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처럼 유명한 명제도 유효하지 않았다"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원래 없는 것이기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늘날 자기 이익 추구에 몰두한 금융인들이 글로벌 경제의 번영을 촉진시켰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금융위기 과정에서 드러났듯, 경제주체들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정교한 모델로 반영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모든 사람이 동일하다고 전제하는 모델은 결코 이런 상호작용을 다루지 못하며, 경제주체가 합리적이라는 신성불가침한 전제도 공격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학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스티글리츠 교수도 기존 학계의 관성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했다. 천동설이 주류 천문학이었던 시절 당시 주류학자들이 잘못된 생각을 지키려고 온갖 노력을 했던 것처럼, 많은 학자들이 주류 경제모델을 개선하려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노력으로 기존의 경제모델은 보다 더 정교해질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는 모델이 정교해진다고 해도 결과는 실패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글리츠 교수는 "INET를 중심을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새로운 패러다임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은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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