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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학, 위기 예측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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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학, 위기 예측은 어려워"

로버트 실러 "경제위기의 예후는 예측 불가의 영역"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촉발한 부동산 거품 붕괴를 사전에 경고한 몇 안되는 경제학자이자, 금융과 부동산을 아우르는 폭넓은 시각과 이론을 제시해온 당대 최고의 석학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런 실러 교수가 최근 'A Crisis of Understanding'라는 칼럼(원문보기)을 통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글로벌 경제위기로 비화하리라고 예측하지 못한 이유는 '거시경제학의 한계' 때문이라고 인정해 주목된다.

다음은 이 글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연합뉴스=EPA

"이번 위기 언제 끝날지 사실 알 수 없다"

일반적으로 거시경제학은 어떤 특정 위기의 예측은 가능해도, 그 위기가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지닐지는 알 수 없으며, 커다란 위기가 일단 발생하면 이 위기가 언제 끝날지도 사실 알 수 없다.

지금의 위기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한 학자들도 거의 없고, 위기의 궁극적 원인에 대해서도 저마다 의견이 다르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에게 이번 위기가 언제 끝날지 예측할 것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대공황 때도 증시의 과열 현상에 대해 경고하는 일부 학자들은 있었지만, 1929년 주가폭락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다. 더욱이 이 위기가 수십년의 불황으로 확대될 것을 예측한 학자는 없다.

대공황 말기인 1938년 랠프 블래즌은 경제학자, 금융인, 노조 지도자, 재계 대표,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대공황의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공통 질문으로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답변이 하도 다양하게 나와 당혹스러울 정도였으며, 자본주의가 겪은 사상 최악의 위기의 원인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했다.

당시 대공황의 원인들로 제시된 것은 정부, 노동, 산업, 국제정치 및 정책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있었다. 잘못된 통화정책, 부적절한 정부의 시장개입 등 구체적인 원인들이 제시됐지만, 경제이론이 상당히 발달한 지금도 현재의 위기의 원인을 물어보면 대부분은 별반 다르지 않은 답변을 얻을 것이다.

물론 이번 위기에 대해서는 전례없는 부동산 거품, 세계적인 저축 과잉, 국제적인 무역 불균형, 파생금융상품, 서브프라임 모기지, 신용평가기관의 부실평가 등 새로운 요소들도 원인으로 지적될 것이다.

"최악의 사태는 언제나 통계적으로 예외적 현상이다"

그렇지만 경제위기라는 것은 결국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악재들이 겹치면서 금융시스템이 파국으로 치닫는 현상이며, 그때서야 사람들이 주목하고, 앞날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하게 된다.

최악의 사태는 언제나 통계적으로 예외적인 현상이며, 그 원인도 복합적이다. 2010년 1월 아이티를 강타한 지진을 예로 들어보자. 이 지진은 무려 2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고, 엄청난 재산피해를 초래했기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지진 발생 자체를 예측하는 것을 넘어, 그 피해가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 예측하려면 정치, 금융, 보험 등까지 포함해 관계 변수들의 긴 목록을 작성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초래한 요인들의 목록을 작성하자면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사실 위기는 그 원인의 목록을 작성하자면 끝이 없다. 경제처럼 피드백 과정으로 얽힌 복잡한 시스템에서는 악순환을 일으킨 초기 사건들은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으로 변한다'는 것처럼 사소해 보이는 현상일 수 있다.

거시경제학의 수학적 모델은 날씨예측 모델이 아니다.

날씨 예측은 장기예보는 힘들어도 날씨를 결정하는 수학적 모델을 어느 정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거시경제학은 현행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언급되는 요소들을 아우르는 체계적인 모델을 갖기 어렵다.

거시경제학이 사용하는 수학적 모델은 날씨예측에 사용되는 모델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견고한 이론에 의해 보장되는 통합적인 모델이 아니다.

카르멘 라인하트와 케네스 로고프가 공저한 <이번은 다르다>는 저서는 경제위기의 기원에 대한 신간으로는 가장 중요한 책이다. 이 책은 800년에 걸쳐 기록된 금융사에서 발생한 거의 모든 금융위기를 다루면서 그 교훈을 정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어떤 이론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금융위기에서 볼 수 있는 반복적인 양상을 정리했을 뿐이다. 불행히도 세계적인 수준의 경기침체는 1930년대 대공황이라고 불리는 사건 하나 뿐이다. 따라서 '라인하트-로고프 분석'을 근거로 현재의 경기침체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여전히 현재의 위기의 예후를 추측하기 위해, 매우 다른 과거의 위기들의 양상을 사용하려 든다. 그 결과 경제회복이 앞으로도 견고하게 이어질지, 실망스러운 것이 될지 알 수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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