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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게코의 부활처럼, 월가의 탐욕도 부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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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니 "게코의 부활처럼, 월가의 탐욕도 부활할 것"

"양심과 가치에 호소한다고 통제되지 않아…보상체계 바꿔야"

1987년작 영화 <월스트리트>의 주인공 고든 게코는 "탐욕은 좋은 것"이라는 대사로 유명하다. 그는 이 영화에서 각종 금융범죄 혐의로 감옥에 들어갔다. 하지만 오는 9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마이클 더글러스가 다시 올리버 스톤 감독과 손을 잡고 출연한 <월스트리트>의 속편 <Wallstreet; Money Never Sleeps>가 개봉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속편은 게코가 감옥에서 나와 월가에 복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가 출소한 시기는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로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이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전문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주말 'Gordon Gekko Reborn'이라는 칼럼을 통해 이 영화를 소개했다. '게코의 부활'이라는 이 칼럼의 제목이 시사하듯 루비니 교수는 이 영화가 뭔가 불길한 조짐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게코가 부활하듯, 월가의 탐욕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이것을 방치하면 또다시 금융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루비니 교수는 "1980년대 게코의 시대 때보다 월가의 금융가들이 더 탐욕스럽고 부도덕해진 것인가"라면서 "그렇지 않다. 금융시장의 탐욕과 비도덕성은 시대를 관통해 공통적이었다"면서 근본적인 불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 9월 개봉 예정인 <월스트리트>의 속편. <Wallstreet:: Money Never Sleeps>의 한 장면.
"경영대학원이 도덕과 가치를 가르친다고 되나"

나아가 그는 "경영대학원이 도덕과 가치를 가르친다고 탐욕과 비도덕성이 개선되는 게 아니라, 단기 수익과 과도한 리스크를 추구하도록 만드는 보상체계를 바꿔야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비니 교수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금융인들의 행위는 보상체계에 따른 합리적인 행동이었다. 따라서 그저 규제와 감독을 강화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규제와 감독을 강화한다고 해서 충분하지 않은 이유는 3가지다. 첫째, 금융인들은 새로운 규정을 빠져나갈 방법을 항상 찾아낸다. 두번째, CEO와 이사들이 금융업체의 내부 감시를 강화해도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 업체 내부에는 독립적인 손익계정을 가지고 거래하는 수많은 하위 조직단위들이 있기에 일일이 감시하기 힘들다.

세번째, CEO와 이사들 스스로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들은 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어떠한 형태의 규제와 감독 개혁이 단행되더라도 거품과 과도한 리스크를 통제하지 못할 것이다. 다음과 같은 점을 유념해 금융시스템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첫번째, 업체들의 보상체계가 단기수익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상당기간에 걸친 리스크 투자의 결과에 대응하도록 보너스 체계를 바꾸도록 규제를 해야 한다.

두번째,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했던 글래스-스티걸 법을 폐지한 것은 실책이었다. 이 법이 폐지되면서 위험한 투자행위를 상호감시하던 체제가 무너졌으며, 최후의 매입자가 최종적인 리스크를 떠안게 되기까지 모든 투자자들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파생상품이 확산됐다.

세번째, 금융업체와 금융시장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상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심해졌다. 금융업체들은 단기수익을 위해 리스크가 큰 투자행위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장기 투자자에 손실을 초래한다.

또한 개인투자자들은 금융업체 경영진을 직접 통제하지 못하는 반면, 기관투자자(연기금 등)들은 주주로서 업체 경영진 등 관리자와 유착관계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위기가 반복되는 배후에는 이처럼 부실한 기업지배 구조가 있다.

"탐욕은 손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통제돼야"

네번째, 탐욕은 양심과 가치에 호소한다고 통제될 수 없다. 탐욕은 손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두려움은 그들이 무분별한 투자로 초래한 손실은 결코 구제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나온다.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최근 금융위기도 정부가 나서서 구제금융을 투입함으로써 모럴 해저드 문제는 악화됐다.

'대마불사급' 금융업체들은 이번 위기에서 구제금융을 받았을 뿐 아니라, 합병에 의해 대형업체들이 더욱 거대해지면서 시장의 불균형 문제는 더욱 나빠졌다.

루비니 교수는 "어떤 업체가 너무 커서 망하게 내버려둘 수 없다면, 그 업체는 해체되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러한 근본적 개혁을 하지 않고는 고든 게코라든지 찰스 폰지 같은 인물들이 계속 출현할 것"이라면서 "처벌을 받고 월가에 부활한 게코 한 명당 더욱 비열하고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거듭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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