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특집<중> "미국-이란 사이에 낀 MB, 이란 핵문제의 본질은 아는가" 바로가기
☞이란 특집<하-1> "이스라엘, 이란 '선제공격' 꿈꾼다" 바로가기
"이스라엘이 미국에 사전 통보 및 사우디아라비아의 허가 없이 사우디의 영공을 통과해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으로 개시한다. 미국은 즉각적으로 이스라엘에 군사 행동 중단을 촉구하면서도,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억제하기 위해 중동의 미군 전력을 증강시킨다.
그러나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시작하고, 헤즈볼라와 하마스도 이스라엘에 로켓을 퍼붓기 시작한다. 또한 이란 정부는 자국 내 반대파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다. 그러나 미국의 전면적인 보복을 우려해 미국에 대한 공격은 자제한다. 이란과 헤즈볼라 및 하마스의 반격을 받은 이스라엘의 경제는 마비 상태에 빠지고 보복론이 거세게 제기된다.
미국으로부터 헤즈볼라에 대한 보복 공격을 묵인받기로 한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근거지에 대한 48시간 동안의 군사 작전에 나선다. 석유를 무기화하기로 한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산업 중심지인 다란에 대한 미사일 공격에 나서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착수한다. 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미군의 피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은 걸프 지역에 대규모의 군사력을 파견한다."
위의 내용은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가 2009년 12월 실시한 전쟁 시뮬레이션 가운데 일부이다. <뉴욕타임즈>가 입수해 2010년 3월 28일 보도한 이 시뮬레이션에는 미국의 전직 고위 관료들과 민간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고,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에게도 회람되었을 정도로 상당한 주목을 끌었다.
이처럼 대화와 협상을 통한 이란 핵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이스라엘이 선제공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시사하면서, 이란-이스라엘 전쟁 시나리오는 미국 싱크탱크 및 전문가들의 핵심적인 관심사로 부상했다.
미국의 전략 및 국제안보 연구소(CSIS)가 2009년 3월 내놓은 보고서도 상당한 주목을 끌었다. 대략적인 내용은 브루킹스 연구소의 시뮬레이션과 비슷하다. 특히 CSIS 보고서는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시 중동에서 반이스라엘·반미 정서가 더욱 팽배해지고, 기존의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맞물려 중동은 물론이고 세계 정세도 엄청난 불안에 휩싸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 극단주의 세력의 입지는 더욱 강화되고, 중동 곳곳의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도 더욱 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 열망에 '찬물'이 아니라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이란의 핵시설은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지하에 있어 제한적 공습을 통해 이를 완전히 파괴하기란 불가능하다. 오히려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란 핵무장의 필요성을 확인시켜주었다는 인식이 강해질 것이고, 이란은 최고의 국가 이익이 침해되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제10조에 근거해, 이 조약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외교적 노력에 따라 평화적 목적에 묶어둘 수 있는 이란 핵개발이 핵무기 개발로 바뀔 것이다. 이는 핵개발과 무력 사용이라는 상승작용을 일으켜 '중동 아마겟돈'에 대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킬 것이다.
이란-이스라엘 전쟁의 경제적 파장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시, 많은 전문가들과 싱크탱크들이 한목소리로 우려하는 것이 바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이다. 이란 정부 역시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공격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적들에게 괴멸적인 경제적 타격을 입히겠다"는 경고를 계속 내놓고 있다.
만약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면, 침체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계 경제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미국의 경제학자 루이스 갈람보스는 "단기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3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전문가들의 블로그(http://theeconomiccollapseblog.com)에서는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제 유가가 250달러로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블로그는 또한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패닉 상태로 악화 △경제적 상호의존이 증대된 세계에서 무역량의 급감과 주요 무역국의 경기침체 가속화 △안보 불안감의 확대로 주요국, 특히 미국의 군사비 폭등 및 이로 인한 재정적자 심화 △중국과 일본 등 주요 석유 수입국들의 경제적 타격 및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의 '오일 달러' 수입 급등으로 세계 지경학 변동 △생산비 상승으로 물가 폭등 △금에 대한 투자 쏠림 가속화 및 이로 인한 금값 폭등 등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러한 7가지 요소들이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면서 "완전하고 전면적인 경제적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유와 무역 의존도가 대단히 높고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에 대단히 취약한 한국 경제에 미칠 타격은 그야말로 '대재앙'이 될 것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중동으로부터 약 80%의 원유를 수입한다. 그리고 60% 정도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온다.
현재 국제유가가 배럴당 75달러 안팎이라는 점에서, 해외 경제 전문가들의 경고처럼 이란-이스라엘 전쟁시 유가가 250~300달러까지 치솟으면, 이것이 한국 경제에 미칠 타격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란 전쟁 예방 및 이를 위한 이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한국 경제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경제뿐만이 아니다. 중동에서 또 하나의 전쟁이 발발하면, 한반도 정세 및 한국의 외교안보에서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그랬듯이, 이스라엘, 혹은 미국의 이란에 대한 선제공격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 억제력"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미국의 관심사도 중동에의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어, 6자회담이나 북미대화의 재개 가능성도 그만큼 위축될 것이다. 또한 중동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 미국의 한국군 추가 파병 요구도 거세질 수 있다.
MB 정부의 '예방외교'가 절실하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중동 아마겟돈' 시나리오는 한국 외교의 총체적인 수술의 필요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이미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몰입 외교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에 한국을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란 제재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미국 정부의 압력도 커지고 있고, '미국 주도의 제재망에 파열음을 내겠다'는 이란 정부의 경고도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란 핵문제가 전쟁으로 비화되면, 한국이 입을 타격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경고도 유념해야 한다.
딜레마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한국을 덮치기 전에 이명박 정부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우선 '강력한 제재가 이란의 행동을 변화시켜줄 것이고, 이는 한국에게도 이익'이라는 서방 세계의 속삭임에 경도될 것이 아니라, 보다 독립적이고 문제해결 지향적이며 국익을 우선시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MB 정부의 대북강경책은 이란 정책에 있어서도 제 발등을 찍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제재를 통해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북한의 사례가 충분히 입증해주었다.
그런데 MB 정부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대북 제재에 훨씬 적극적으로 임해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북핵은 더욱 악화되고 미국의 이란 제재 동참 요구를 거부하기도 힘들어지고 말았다.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이란은 최근 국제사회의 대 이란 제재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하마드 레자 바크티아리 주한 이란대사(사진)는 한국이 이란 제재에 동참할 경우 한국도 '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
'예방외교' 차원에서 이명박 정부에게 3가지를 권고하고 싶다. 첫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의 딜레마를 설명하고, 이란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최근 이란 정부는 대서방 강경노선을 고수하면서도, 지난 5월 이란-브라질-터키 '3자 합의'에 기초해 협상을 재개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3자 합의'의 골자는 이란이 대부분의 농축 우라늄을 터키로 반출하고 대신 서방국들이 이란에게 핵 연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합의를 거부하면서 유엔 안보리 제재를 주도하고 독자적인 이란 제재법을 제정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3자 합의'가 협상 재개에 유용한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 대통령이 '절친' 사이인 오바마에게 강도 높은 제재 이행은 유보하고 먼저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둘째는 MB 정부도 이란 핵문제에 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5개의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과 독일로 구성된 'P5+1'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나름대로 대안을 만들어 이를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하고 협상을 중재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
한국이 2012년 50여개국 정상들이 참가할 '제2차 핵 안보 정상회의' 개최국이라는 점은 정부 하기 여하에 따라 한국의 개입을 가능케 하는 토대이기도 하다. 필자가 생각하는 대안의 핵심적인 요지는 이란이 강력히 요구하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보유 권리는 인정하면서,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 의정서를 비준하는 것이다. IAEA 추가 의정서에 서명한 이란이 비준까지 마치면, 이란 핵 프로그램은 더욱 강도 높은 IAEA의 감시 및 사찰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이를 핵무기 개발로 전용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끝으로 압박과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수술하는 것도 이란 핵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지난 2년간 대화와 협상의 문이 닫힌 채, 북한의 "도발"과 한미일의 "제재"가 악순환을 그리면서 악화되어온 북핵 문제는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서도 한미 양국에게 두 가지 그릇된 결과를 초래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에게는 '이란 제재에 동참해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뿌리치기 힘든 환경을 야기했다. 또한 미국은 북한을 '희생양'으로 삼아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현재의 북한이 이란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이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는 거꾸로 MB 정부가 6자회담 재개를 비롯한 대화와 협상에 적극 나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한다면, 미국의 제재 위주의 이란 정책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한국이 이러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서 이란 핵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한국에게도 사활적인 이해가 걸려 있다는 점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유사 이래 최대 규모의 정상회의를 2년 앞둔 MB 정부가 북한과 이란 지도자를 핵 안보 정상회의에 초청하겠다는 중장기적 비전을 갖고 외교 전략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개선책을 찾아야 할 까닭이다.
▲ 이명박 대통령은 '절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국의 '이란 딜레마'를 설명하고, 이란과 대화를 하도록 촉구할 수 있을까. 제2차 핵 안보 정상회의 개최를 앞둔 이명박 대통령에게 북핵 문제, 이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염두에 둔 중장기적 비전이 절실하다. 사진은 지난 4월 미국에서 열린 제 1차 핵 안보 정상회의에서 손을 마주잡은 두 대통령.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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