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북한 가서 살라'는 발언이 전해지자 26일 하루 인터넷 여론엔 폭풍이 몰아쳤다. 누리꾼들은 유 장관에게 "외교 수장으로서 부끄럽지 않냐"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누리꾼들이 가장 문제 삼은 것은 유 장관 발언에 담긴 이분법적 사고. 그는 "한나라당 찍으면 전쟁이고 민주당 찍으면 평화라고 해서 젊은 애들이 다 (민주당 쪽으로) 넘어갔다. 이런 정신 상태로는 나라를 유지 못한다"며 여당을 뽑지 않거나,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은 젊은이들을 모두 도매금으로 묶었다. 그러면서 이들에 "(북한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아야 한다"고 쏘아붙인 셈이다.
이에 대해 블로거 '밥이야기'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얼마 전 논란이 됐던 EBS 강사의 '군대 발언'과 유 장관의 발언을 비교하면서 "(군대 발언과 마찬가지로) 극단적 이분법적 논리였다"고 꼬집었다.
이 블로거는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찍으면 전쟁이고 민주당 찍으면 평화라고 해서 과연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했나?"라면서 이는 일부를 전체로 매도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 장관은 개인 신분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외교의 '입'이다"라면서 정부에 책임을 촉구했다.
포털 사이트 '네이트'에 올라온 유 장관 발언 기사에 달린 댓글 가운데 '베플'(가장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들도 흑백논리를 비판했다. "누가 (북한) 옹호했나. 현 정부 비판하면 모두 친북으로 몰아가는 한국형 흑백논리 정말 싫다", "북한 옹호는 당연히 안 되지만 정부의 '대북정책 비판=북한 옹호' (논리는) 더더욱 아니지"라는 의견들이었다.
나아가 유 장관이 "민주주의 좋은 것 다 누리면서"라는 단서를 단데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이들은 최근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 정부의 4대강 사업 강행 등 현안을 들어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면서 정부를 비판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이디 '사람이하늘이다'는 26일 아고라 토론방에 '젊은 애들 북한가라? 여기도 만만치 않거든!'이라는 글을 올려 "이렇게 좋은 민주주의 시대에 왜 두산중공업이 (중앙대학교에서 퇴학당한) 노영수 씨를 불법 사찰하는지 모르겠다"며 "혹시 이것이 민주주의냐"고 냉소했다.
아이디 '목계'는 "소위 88만원 세대가 민주주의의 좋은 것을 다 누리는 건가? 인터넷에서 말 한마디 잘못하면 잡아가는 세상이 민주주의인가?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사업을 대통령 혼자 강행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좋은 점인가?"라고 되물었다.
이 밖에도 트위터에서는 "북한 그렇게 싫으면 군대나 가지", "유 장관 발언은 마치 월세방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나가라는 개그같다", "유명환 장관님 덕택에 제가 외무고시를 포기한 이유를 집안 어른들께서 납득하고 계십니다", "축구 좋은 사람은 브라질 가서 살아라" 등 유 장관의 실언을 비꼰 의견들이 올라왔다.
조갑제 "친북 북한 가서 살라는 발언을 환영"
한편 유 장관의 발언에 대해 격려와 칭찬을 보낸 이들도 있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틀린 말은 없지 않느냐"며 유 장관을 옹호하고 나섰다. 외교 수장의 발언이 남남 갈등을 심화시킨 셈이다.
대표적으로 조갑제 <월간조선> 전 대표는 '조갑제닷컴'에 '"(親北은) 북한에 가서 살아라"는 발언을 환영함!'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익명의 공직자는 반역자와 정신이상자가 아니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말로 국민을 기쁘게 했다"고 환호했다.
조 전 대표는 "한국의 종북세력이 말하는 '민중이 주인이 되는 세상 만들기'는, 노동자 농민을 주축으로 하는 세력이 혁명적 방법으로 정권을 잡은 뒤 북한정 권과 연방제 적화통일을 하겠다는 뜻"이라며 "이 바보들은 남한은 이미 계급 혁명이 끝난 지 오래 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시대착오적인 잠꼬대를 하고 있다"며 유 장관의 발언에서 한참 나아간 장광설을 펼쳤다.
한편 외교통상부 김영선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젊은이들이 안보문제에 대해 보다 객관적이고 균형된 태도를 가졌으면 하는 희망을 표명한 것이 본래의 취지였다"고 유 장관의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오해의 여지가 있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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