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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최대 '동맹쇼'…新냉전의 1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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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사상 최초·최대 '동맹쇼'…新냉전의 1막인가

[정욱식의 '오, 평화'] 미풍에 그칠 뻔 했던 나비효과, 태풍으로 몰아친다

이번 주 언론의 주요 뉴스를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표현들이 있다. '한미동맹 57년만에 최초의 2+2 회담', '사상 최초로 미국 국무·국방장관의 비무장지대(DMZ) 동시 방문', '사상 최초로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F-22의 연합훈련 투입', '사상 최초로 미 국방장관 3박 4일 체류', '1978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이후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훈련'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를 통해 한미 양국은 강력한 동맹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동맹의 패러다임은 낡은 시대로 뒷걸음치고 있다.

이러한 한미 양국의 '동맹쇼'가 공교롭게도 7월 27일로 57주년을 맞이하는 정전협정과 조우하고 있는 것도 대단히 씁쓸하다. 냉전 시대에 동맹의 목적이 대북 억제를 통한 정전체제 유지에 있었다면, 탈냉전을 지향하는 오늘날에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해 전쟁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비전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냉전은 끝났다"고 여러 차례 선언한 오바마 행정부 들어 냉전의 망령이 또 다시 한반도와 동북아의 상공을 배회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안타깝게도 이명박 대통령이 운전석에 앉고 오바마 대통령이 보조석에 앉은 한미동맹이 냉전형 대결를 향해 역주행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에 참석중인 미국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면담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시보다도 못한 오바마?

MB와 오바마 시대의 한미동맹은 지구촌 전역에 걸쳐 '신냉전'을 촉발할 뻔한 부시 행정부 때와 비교해 봐도 너무나도 퇴행적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2005년 11월 17일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동선언의 일부 내용을 보자.

"양 정상은 북한 핵문제 해결 과정이 한반도에서 공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데 중요한 기초를 제공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였다. 양 정상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협을 감소시키고 현 정전체제로부터 평화제제로 이행하는 것이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화해와 평화 통일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 동의하였다.

양 정상은 9월 19일 6자회담 공동성명에 따라,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이 6자회담과는 별도의 장에서 직접 관련 당사자들 간에 개최되어야 하고 6자회담의 진전에 수반될 것이라는 데 동의하였으며,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과 6자회담이 상호 보강하기를 기대하였다. 양 정상은 이러한 평화협상이 한미동맹의 평화적 목표와 부합되게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협 감소와 신뢰 증진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동의하였다."

▲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기자의 질문을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에 선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무현-부시는 한미동맹의 목적이 단순히 대북 억제 유지·강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지키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비핵화와 평화협상을 병행해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평화만들기'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것이 동맹의 목적과 부합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21일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성명 어디에도 '평화체제'나' 평화협정'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동맹 강화에 대한 자화자찬만이 난무할 뿐이다.

이것이 천안함 사태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의 공동선언이나 공동성명에서 '평화체제'가 사라진 것은 1년 전에 일이었다. 대북정책의 목표에서 평화체제 구축을 거세해버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한미동맹에 반영된 결과였다.

BDA 효과? 역효과를 잊었나?

MB-오바마의 대북 강경책도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한 지도부를 겨냥해 금융제재에 나설 뜻을 강력히 피력했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식의 제재를 부활하겠다는 의미이다. 미국 정부는 BDA 제재를 통해 북한 지도부에게 타격을 주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이는 일방적인 해석이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부시 행정부는 그 역효과와 씨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2005년 9.19 공동성명 채택과 동시에 미국 강경파들이 부과한 BDA 제재로 6자회담은 1년 넘게 표류했다. '제재의 고깔을 쓰고 6자회담에 나갈 수 없다'는 북한은 2006년 7월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10월 핵실험으로 응수했다. 뒤늦게 대북정책을 전환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과 BDA 제재 해제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BDA 문제 해결이 4개월가량 지연되면서 2.13 합의 이행은 늦춰졌고, BDA 문제가 해결되자마자 북한도 핵시설 폐쇄·봉인으로 화답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BDA 제재를 부과하지 않았거나 조속히 문제 해결에 나섰다면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훨씬 빨라졌을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클린턴은 또한 "아직은 6자회담의 재개를 추구하고 있지 않다"며 "북한은 천안함 침몰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명환 장관 역시 "천안함 출구전략은 아직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한미 양국이 '선 천안함, 후 6자회담'이라는 자해적인 구도에 한반도 문제를 가둬두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검증해야 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어처구니없는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동맹쇼의 혹독한 대가

이러한 대북 강경책의 대가는 혹독하게 나타날 것이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의 연합훈련을 통해 과시하겠다는 '강력한 대북 억제 및 도발시 응징'은 북한의 '전쟁불사론'과 '핵 억제 강화론'이라는 부메랑을 야기하고 말 것이다. 대화를 거부하면서 강경일변도로 치닫는 한미 양국의 의도에 대해 북한은 더욱 큰 불신을 나타내면서 '핵무기의 현대화'로 맞설 공산도 크다.

북한이 최근 공언하고 나온 '핵무기의 현대화'는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의 정세는 또 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한미 양국이 마음 한편에 두고 있는 '북한급변사태론'과 맞물려 한반도는 냉전을 넘어 열전(熱戰)의 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이미 한미 양국이 천안함 사태를 빌미로 중국에 대한 군사적 봉쇄망을 구축하려고 한다는 강한 의혹을 갖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해 달라'고 졸라댔던 한미 양국이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피력하자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에도 강한 불만을 나타낼 것이다. 일련의 대북강경책을 보면서 중국 내에서는 한미동맹의 의도가 북한급변사태 유도 및 급변사태 발생시 무력 흡수통일에 있다는 의구심도 커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G-2의 자리에는 미중 신냉전이 들어서고 냉전에 틈바구니에 낀 한반도는 또 다시 강대국 정치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위험도 커지게 된다.

특히 중국 내에서는 한국이 경제적으로 중국의 단물은 빨아먹고 군사적으로는 미국의 봉쇄 정책에 편승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중 교역 규모가 이미 한미, 한일 교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현실에서, 이러한 중국의 불만은 한국에게 외교안보적 불이익뿐만 아니라 경제적 손실까지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또한 한미동맹이 북한을 궁지에 몰아넣을수록, 북한의 대중 예속화도 심화될 것이라는 점도 심각한 우려 사항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천안함의 '나비 효과'가 한반도의 열전과 동북아의 신냉전을 촉발하는 거대한 태풍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상 최초·최대의 '동맹쇼'와 이에 대한 북한 및 중국의 격렬한 반발이 맞닥뜨리고 있는 오늘날,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천안함의 나비 효과는 자연 현상처럼 불가피한 것은 아니었다. 행위자의 선택에 따라 미풍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사안이 강경 대응과 맞대응이 악순환을 형성하면서 태풍으로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묻게 된다. MB-오바마 시대의 한미동맹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것이냐고.

☞ 필자 정욱식 블로그 '정욱식의 뚜벅뚜벅'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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