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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평가제, MB정부 '법 없이' 밀어붙이다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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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평가제, MB정부 '법 없이' 밀어붙이다 부메랑

[분석] '밥 그릇'이냐 '포퓰리즘'이냐…진지한 논의는 실종

안양옥 신임 한국교원총연합회(교총)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정부의 교원평가제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하반기 새 교육감 체제로의 변경과 맞물려 교원평가제가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보수 진영의 '밥그릇 지키기' 여론몰이 양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21일 "교원평가제와 교장공모제는 큰 문제가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교원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안 회장은 "교육당국은 일방주의적 교원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교원평가 결과를 성과급과 승진 등과 연계하려는 것은 교사들의 자발성과 자생능력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원평가제는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를 비롯해 전국 6개 시도에서 당선된 진보 성향 교육감들도 "교육과학기술부의 현행 평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교원평가제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데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의 '우군' 역할을 해왔던 교총도 반대 입장을 밝힌 것.

당장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22일자 사설에서 "교원평가제를 있으나 마나 한 것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것은 교사에게만 교육의 발언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고 학부모 의견은 개의치 않겠다는 뜻"이라고 비난했고, <동아일보>도 사설을 통해 "교원평가제가 조기에 정착돼 학교에서 잘 가르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학부모와 학생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고 비난하면서 "국회는 교육 기득권 세력에 끌려다니지 말고 교원평가제의 법제화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메랑'된 교원평가제

이렇게 보수 진영이 발끈하고 나선 뒷 배경은 현재 교원평가제 관련 법안이 국회 법제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시도 교육청이 교육규칙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어, 교육감 권한만으로도 교원평가제를 무력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말 국회에서 교원평가제 관련 법안이 여야간, 교원단체간 의견 차로 심의가 지연되자 교과부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에서 규칙을 제정하도록 해 교원 평가제를 내년 3월부터 전면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그대로 추진했다.

교과부의 일방 추진 방침에 당시 교원평가제 법제화를 위해 한나라당, 민주당, 한국교총, 전교조, 학부모단체 2곳 등이 모여 만든 '6자 협의체'도 무기한 중단됐다. 당시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 "법 없는 교원평가제는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됐으나 교과부는 "학부모의 86.4%가 찬성한다"는 논리를 대며 밀어붙였다.

그러나 6.2 지방선거에서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6개 시도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되고, 여기에 교총 등 교원단체까지 가세하면서 교과부의 '법 없는 교원 평가제'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곽노현 중심 연합전선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는 "교육부의 교원평가제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며 "1년에 한 두차례 시행되는 공개 수업으로 교사를 평가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쇼"라고 비판해 왔다.

각 교원단체도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를 주요 창구로 삼으려는 움직임이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곽노현 당선자도 이미 동료평가를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부분적인 전환이 아니라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곽 당선자 측에 "'공약이행 태스크포스'를 재구성할 것"을 제안해 참여 의지를 밝혔다.

전교조 서울지부도 이번 서명운동 결과를 모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와 새로 구성되는 교육위원회에 제도 개선을 청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교원평가 폐지와 대안 마련을 위한 '교원평가 검토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 "정면돌파"

결국 진보 교육감들과 교원단체들이 연합 전선을 구축한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와 보수 진영에서는 '여론 몰이'를 통한 교육감 압박과 국회 법제화가 최선인 셈이다.

교과부는 '정면돌파' 방침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 교육감들과 소통과 대화로 교원평가 문제를 풀겠다. 그래도 안되면 올 하반기 국회에서 교원평가제 법안을 통과시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법제화에 실패한 것처럼 올 하반기 국회에서의 교원평가제 법제화도 쉽지 않아 보인다.

본질 실종, 포퓰리즘만 난무

또한 교원평가제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지난한 논란 과정을 겪어 온 터라 교원평가 방식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실종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학부모가 원한다'는 논리를 앞세우는데, 그러면 학생들이 반대하는 일제고사도 폐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렇게 포퓰리즘만 난무하면서 교원평가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실종되고 있다"고 말했다.

'합의'의 가능성도 남아 있다. 곽노현 당선자 등 교원단체들도 교원평가제를 전면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곽 당선자는 "현행 교원평가제는 동료교사 간, 그리고 학부모 중심의 평가로 이를 학생 중심의 만족도 조사로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학생들 중심의 교원평가'를 주장하고 있다.

교원평가제가 정부의 '밀어붙이기'에 의한 전면 세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지, 세력 관계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이번 가을이 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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