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과 교육인적자원부가 주도하고 있는 대부분의 정책은 민주와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비인간성과 탄압성을 은폐하고 있다. 이러한 자기모순은 인간성에 대한 통찰과 반성에 기초해서 사회제도를 형성하기보다는 목전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위해 인간관계를 합리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조급하고도 피상적인 관념에 근본 원인이 있을 것이다.
***"현 정권의 모든 정책은 '민주'와 '개혁'인가?"**
지난날의 무력적인 정권은 자신의 폭력적 잔인성에서 오는 허약성 때문에 사회 전체의 총체적 동원체제화에 미숙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비인간적 태도 때문에 사회와 하나가 될 수 없었고 자신의 권력 안에 사회를 포용할 수도 없었다. 이 때문에 그들은 사회 내의 요소요소에 침투하여 모든 곳을 관료주의적으로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들은 사회 밖에서, 혹은 그 위에서 선전선동하거나, 아니면 사회에 대해 애걸복걸하는 경우조차 있었다. 비밀경찰조차도 눈치를 보아가며 관찰하고 평가해야 했기 때문에 사회에 친화될 수 없는 이물질이었다.
이제 어리석고 잔혹한, 소외된 정치권력이 물러가자, 이들과 동일한 가치관을 대의민주제와 인권이라는 허울로 포장한 현 정권은 사회를 현혹하여 초ㆍ중등학교와 대학에 산업적 상업의 논리, 그것도 노동 강도를 높이는 감시와 혹사의 논리를 법제화하려 하고 있다. 그들이 동원했건, 그들과 영합했건 간에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학교 소유주, 언론 및 학부모 단체들도 과거에 억압받아 풀지 못했던 원한의 가치관을 자신의 이웃에게 강요하고 있다.
***"노예의 이웃에 대한 불신, 그것이 '평가제'로 나타난다"**
상처받은 노예시민은 이웃에 대한 불신을 내면화하여 이웃을 자신에게 동화시키는 손쉬운 대안을 찾는 법이다. 이 대안이 바로 타인을 관찰하고 평가하고픈 심정을 제도화한 평가제인 것이다. 평가제란 억제하기 어려운 의심강박증의 발로일 뿐만 아니라, 이웃을 규제하여 자신들과 같은 하급의 인격으로 격하시켜 평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격적 행위가 대의민주제의 다수합의의 원리에 의거한 것이거나, 그것의 자유로운 표현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평가제의 이상은 시민 각 개인이 군사시대의 어리석은 잔혹성을 보편적으로 내면화하고, 폭압정권도 실행하지 못했던 사회 내 상호 억압체제를 성공적인 합의 하에 전염시키는 것이다. 노예가 법을 요구하고 법을 만든다. 민주시민 모두가 비밀경찰의 인격을 자신의 주인으로 섬긴다.
게다가 되돌아온 악법 때문에 현재 학교에서 교사와 소유주의 관계는 노예제를 방불케 하고 있다. 당국과 언론 권력 및 소유주와 일부 학부모는 이러한 근본 억압구조를 모르거나 은폐하고, 교사의 질을 비난하거나 추켜세움으로써 교사들의 인생 자체를 처참하게 만들고 있다.
***"이웃의 삶이 규격화되는 것을 수치로 인식해야"**
타인을 비난하거나 평가함으로써 자신과 그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만일 진정한 가치의 문제를 생각한다면, 우선 평가제의 발의자들 모두 스스로 자신들의 심리상태를 통렬히 성찰하여 잠시의 과오를 청산함으로써 새로운 인격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 모두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여 노예상태를 벗어나려는 주체들과, 이 주체들의 정치적 표현인 진정한 민주(民主)의 정신에 의해 타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은 기존의 진부한 대의민주제가 파시즘의 원천이 되었던 것을 반성해야 할 것이며, 그리스 아테네의 평가제(도편추방제)가 그것에 저항하는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았고, 다면평가제와 유사한 진시황의 촘촘한 법치체제가 그의 체제를 전복시키는 원인이 되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다수의 합의를 도출하면 민주적이라는 단순한 미국식 통념은 근본적 민주제가 아니다. 민주제의 원천적 정신은 아무리 소수일지라도 억압받는 자의 인간성을 드높이는 윤리적 정열에 기초한 것이다. 한 개인을 신음하게 하는 백 명을 위한 제도는 불법이다. 그러므로 당국자나 모든 개인은 언제나 이웃의 삶이 규격화된 제품이 되는 것을 자신의 수치로 인식해야 한다. 서로가 관찰 평가하는 사회를 만든다면, 결국 우리는 어린 자식들에게 수많은 사람들을 궁지에 몰아넣는 돈과 지위의 가치 이외에는 아무 것도 유산으로 물려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악덕배로 기억될 것이다.
***"노예제적 학교 체제에 또 하나의 노예문서 도입하는 일 그만둬야"**
당국과 언론은 이미 대학개혁의 미명 하에 대학 지원금과 동료의 눈초리 아래 찌들어버린, 영업사원이 된 교수집단에 흡족해하는 것인가? 이러한 제도를 이제 모든 학교에 강제로 도입하려는 시도는 기존의 노예제적 학교 체제 위에 또 하나의 노예문서를 만들어 교육자와 학생들을 등록시키는 것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자신들과 자식들의 인간적 가치를 생각하여 엄숙히 반성하는 태도로 교원평가제를 없던 것으로 하고, 다시는 그런 비열한 발상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야 할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