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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천안함, '잔치'는 끝났다"

[정세현의 정세토크] 출구 찾는 미국, 가로막는 한국

지방자치 선거가 끝나면서 천안함 사건의 국내정치적 효용도 이제 끝난 것 같습니다. 미국도 동아시아 전략을 추진하는 데 있어 그동안 천안함 사건을 유용한 레버리지로 활용해 왔는데, 그것도 이제 끝나가는 분위기입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4일 싱가포르에서 상당히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유엔 대북 제재가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원래 8일부터 11일까지 서해에서 하기로 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연기했습니다. 이걸 보면 미국이 서서히 6자회담 재개 쪽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24~25일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끝내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4시간 동안 한국에 들른 적이 있었어요. 우리 언론들은 클린턴 장관이 천안함과 관련된 한국 정부의 조치를 적극 지지한다고 했던 말만 중시했지, 천안함 문제와 6자회담이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흘려들었는지 보도가 잘 안 됐습니다.

보수 언론들이 그 발언을 부각시키지 않으니까 우리 국민들도 그렇게 알고 있었겠지만, 클린턴 장관은 분명 그런 말을 했습니다. 사실 3월 말에 천안함 사건 딱 터졌을 때도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가 이미 투트랙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미국의 발언들을 마사지해서 미국이 무조건 우리 정부를 지지하는 것처럼 말해 온 겁니다.

외교부는 미국이 결국 투트랙 어프로치를 할 거고, 천안함은 외교적으로 오래 끌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렇게 했는지, 아니면 진짜로 미국이 이명박 정부의 북한 때리기에 끝까지 동참해주리라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불편한 진실'을 국민들한테 털어놓지 못했던 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제 와서 궤도 수정을 하는 데는 조금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외교부가 내부적으로 투트랙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다만 국내정치적 필요성 때문에 천안함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상정하느니, 제재결의를 추진하느니 하면서 청와대의 눈치를 본 거라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게 아니라 외교부의 판단 자체가 천안함이 6자회담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좌우간 상황은 6자회담 재개 쪽으로 머지않아 갈 것 같습니다.

게이츠 국방장관이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을 3주 정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하지만, 그때 가서 또 연기할 가능성이 많아요. 왜냐면,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문제를 놓고 일본하고 상당히 불편한 관계에 있었고, 일본을 압박할 카드가 별로 없었는데 한국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가지고 국제적으로 '북한 때리기'를 계속 하는 걸 보고, 그 기회를 잘 활용해서 후텐마 기지에 대한 일본 민주당 정부의 정책을 확실히 무너뜨렸습니다. 성공했습니다.

심지어 이제는 물러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자신, 그리고 오카다 가쓰야 (岡田克也) 외상까지도 후텐마 기지 이전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이유로 천안함 문제를 들었어요. 그렇게 핑계를 댄 겁니다. 일본에는 국내정치적 변명거리를 천안함이 제공했고, 미국은 군사적 국익을 유지하는 데 천안함을 이용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미국 뜻대로 마무리가 됐고, 천안함 사건의 효용도 끝나게 된 겁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일 싱가포르에서 천안함 문제의 안보리 회부 사실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

국가적 체모·위신 손상, 어떻게 책임질 건가?

그럼 이제 6자회담 국면으로 가야 되는데, 우리 정부는 그쪽으로 전환하기는커녕 천안함 문제를 더 끌고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4일자 싱가포르 <스트레이트 타임스>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어요. "북한이 기습적인 군사 도발을 일으키고도 아무런 반성 없이 열리는 6자회담은 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주말에 잠깐 도쿄에 다녀왔는데요, 호텔 로비에서 일본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얘기를 우연히 들었어요. 이명박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소위 '천안함 외교'를 하고 있는 걸 보면서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이었는데, "조선 사람들은 어떻게 같은 민족끼리 싸우고 외국사람들 앞에서 저렇게 몰아붙이나..."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참 부끄러웠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조선관, 자기네 민족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되겠구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대통령이 천안함 문제를 안보리에 상정하겠다고 국제회의장에서 선언했으니까 결국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제대로 협조하지 않을 거고, 러시아까지도 공식 입장은 아직 안 나왔지만 한국에 다녀간 전문가팀을 수행했던 기자를 통해 말을 흘렸어요. 한국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러시아는 실체적 진실에 의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정치적 입장 때문에도 한국을 별로 지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현실적 목표로 삼고 있는 안보리 의장성명도 어려울 수 있고, 설사 의장성명이 나오더라도 북한한테 무슨 타격이 되겠습니까. 그것 때문에 북한이 자세를 바꿀까요? 작년 핵실험 이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1874호도 중국 때문에 사실상 솜방망이가 돼버렸는데 말입니다.

국제사회의 관심을 잃어가고 있고, 뉴스 밸류도 떨어지는 이 사건을 계속 붙들고 늘어지면 6자회담만 지연되고 민족의 체모만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쯤 되면 정부가 출구를 찾아야 합니다. 퇴로를 열고 출구를 찾아야 하는데, 어제 오늘 상황만 가지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로 시작된 '5.24 대북조치'는 그대로 유효한 것 같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에서 위탁가공한 물자는 들여오되 돈은 주지 말라고 했다는데 그건 사업 하지 말라는 얘깁니다. 외교부도 말로는 안보리에서 일반결의안을 채택하는 게 목표라고 하지만 천영우 차관이 지난주에 이미 기대 수준을 슬그머니 낮추는 말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보수언론에서는 오히려 지금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하니까 정부는 설사 유엔 제재가 효과가 없더라도 밀어 붙이겠다고 할 겁니다.

국방부도 서해에서 하기로 한 한미 연합 훈련을 계속 하겠다고 하고 있어요. 미국은 기술적인 준비 때문에 3주를 미루자고 했는데, 미 해군이 3주 동안 준비해야 뭔가를 할 수 있는 그 정도 기술력은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해군 국가예요. 그런데 그 좁은 서해에서 훈련 한 번 하는 걸 준비하는 데 3주의 시간이 걸린다는 건 안 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라고 봐야 합니다.

게이츠 국방장관이 유엔 재재가 별 효과가 없다고 하니까, 우리 외교부 장관은 안보리 업무는 미 국무부가 하는 거라고 말했던데...그러면 국무부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결의안 통과시키기로 준비하고 있다는 겁니까? 다 끝난 일가지고 이제 그러지 말자 이겁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 때문에 스스로 자진해서 얼굴색을 바꾸고 말을 바꾸기가 겸연쩍어서 그럴 수는 있지만, 그런 행동 때문에 국가적으로 받게 될 불이익이나 체모의 손상이 얼마나 큰지를 이제 생각해야죠.

6자회담 한계 인정하고 보완 방법 찾아야

이렇게 이명박 정부가 외교·안보 사안을 국내정치에 가져다 쓰기 위해서, 또 자신들의 정권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천안함에 매달리면 북핵 6자회담 재개는 그만큼 늦어지고, 그렇게 되면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북한이 핵무기를 2~3개 더 만들 가능성만 더 커집니다. 그건 정말 심각한 문제예요.

미국이 보내는 신호에 발맞춰서 6자회담 재개 쪽으로 출구를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 정부 주변에 있는 자문그룹에는 소위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6자회담을 몇 년 해 왔지만 북핵 문제는 조금도 진전이 안 되고 결국 북한이 핵물질을 무기화하는 시간만 줬다면서 무용론을 말하는 것 같은데...6자회담이 북핵 문제를 시원시원하게 풀지 못한 것은 6자회담이 가진 태생적 한계 때문입니다.

북핵 문제가 처음 생겼을 때, 그러니까 1990년대 초반 1차 북핵 위기 때는 그 문제가 미북간의 사안이라는 걸 국제사회도 인정하고 미국도 인정해서 클린턴 때 북미 제네바 합의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부시 행정부가 제네바 합의를 깨고 북한의 비핵화를 바라는 국가들이 공동의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6자회담을 만든 겁니다. '5 대 1' 포위 전략을 하자는 거였는데, 문제는 북한을 포함해서 6개국의 입장이 그때그때 다 달랐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6자회담은 6차 연립방정식이 됐어요. 부시 행정부 생각대로 '5 대 1' 포위는 애당초 되지도 않을 일이었지만, 설사 5국간에 어떤 의견이 모아졌다고 해도 북한이 극력 저항을 하면 모든 미지수의 값을 찾을 수 없는 게 6자회담입니다. 그래서 해법을 못 찾은 겁니다. 5국간 협의에 시간을 보내고, 북한이 저항하면 또 지연되고, 그러면서 북한은 그 틈새 시간에 핵이나 미사일 능력을 강화해 온 것입니다. 차기 협상에서 카드를 키우려고요.

그렇다면 이제 6자회담의 그런 한계를 인정하고 그걸 보강하는 구상을 해야 합니다. 우선, 9.19 공동성명 체제로 돌아가긴 해야 하는데 평화협정 문제의 우선순위를 높여주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6자회담에서 비핵화를 끌어낼 수가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평화협정의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북한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시간을 끌면서 핵보유국 쪽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평화협정의 우선순위를 높여서 군사·안보 차원에서 체제 보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확인되어야만 북한은 핵 폐기 수순을 밟아 나갈 겁니다.

그렇게 평화협정 체결 쪽으로 가고, 또 평화협정과 표리의 관계에 있는 미북수교도 추진하면서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6자회담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비교적 속도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사실 미국도 9.19 공동성명이 나오기 전부터 평화협정 논의의 우선순위를 올려 주려고 했는데, 우리 외교부가 난색을 표명한 걸로 알고 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 평화협정 문제를 너무 빨리 하려고 하면 미북이 주도하는 협상이 돼버리고, 우리의 입장이 마지널해지는(주변화되는) 게 아니냐, 그건 싫다, 이러면서 반대를 하는 겁니다.

그러나 정말로 절박한 정책 목표인 비핵화를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외교적 입지가 비록 단기적으로 마지널해지는 한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초기에 북·중·미 3자회담을 할 때 그렇게 했거든요. 한국이 빠지게 되면서 외톨이가 된다는 말이 나왔지만, 그런 걸 감내해서라도 2차 북핵 위기를 조기에 마무리할 수 있다면 잠깐 우리가 빠져 있는 것도 괜찮다는 판단을 했던 겁니다. 바로 그런 전략적 태도가 지금 필요한 겁니다. 6자회담이 속도를 내기 위해 평화협정의 우선순위를 올려줄 때 우리가 약간 주변화되더라도 잠깐만 참자는 겁니다.

물론 우리가 그런 선택을 할 때는 국내적인 동의가 필요합니다. 평화협정이 먼저 논의되면서 우리의 입지가 다소 뒤쳐진다고 해도 문제 삼지 않겠다는 식의 양해를 국민들과, 그리고 야당들이 해 준다면 외교부도 움직일 틈이 생길 겁니다.

6자회담 무용론, 북한 핵무장만 도와줘

또 중요한 것은 미북간의 양자대화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겁니다. 평화협정과 동시에 병행해야 하는 게 미북수교 과정인데, 그건 미국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어차피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어요.

그리고 이미 말했지만 평화협정 논의 과정에서 북핵 해결에 도움만 된다면 우리가 잠깐 마지널해 지더라도 북미가 큰 그림을 그리고 나머지 4개국이 보장하는 식으로 가는 게 현실적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나간다면 중국, 러시아, 일본도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의 체면을 살리겠다고 핵문제 해결의 속도를 늦춘다는 건 현명치 못합니다.

6자회담 무용론을 배격하기 위해서는 6자회담의 보강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고, 내가 생각하는 방안은 평화협정의 우선순위를 높여 주고, 수교와 경제지원까지 다 병행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2(미·북)+4(한·중·일·러)'로 나가야 하는 게 아니냐...우리가 마치 상황을 주도할 수 있다는 착각 내지는 고집을 부린다면 핵 문제는 영원히 안 풀립니다.

6자회담 무용론의 본심은 북한을 계속 압박하고 몰아붙이고 제재를 가하면 정권이 붕괴될 거고, 그렇게 되면 핵 프로그램 자체가 결국 소멸된다는 겁니다. 발본색원적 해결이랍시고 무용론을 얘기하는 거예요.

대통령이 그런 말을 믿으면 정말 큰 일 납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6자회담 재개 지연 전략은 결국 북핵 문제 해결 방해 전략이에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장을 불가피하게 만들어 주는 전략입니다. 북한 붕괴를 통한 핵 문제의 발본색원적 해결을 모색한다는 것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동북아의 국제정치가 6차 방정식이라는 걸 외면하고 단순한 덧셈 뺄셈의 관계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고 했고, 또 북한의 버릇을 고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버릇을 고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인 줄 알았는데, 이제와 보니까 버릇을 고치는 정도가 아니라 붕괴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이더라고요. 김정일 건강이상설이 나오면서 '작전계획-5029' 얘기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오고, '부흥계획'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왔었습니다.

이렇게 남북관계를 관리하다가는 6자회담이 시작되면 우리는 정말로 주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략적 선택으로 주변화되는 게 아니라 전혀 현실성 없는 생각을 가지고 대북정책을 추진한 탓에 정말로 주변화가 될 수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 북한이 우리 국민들의 주민번호를 도용해서 국내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간 뒤에 '천안함 날조설'을 집중 유포시켰다는 기사가 지난주에 나왔습니다.

나는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까 단정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그게 진실이라면 천안함 사건은 북한이 정말로 일으킨 거라고 봐야 합니다.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습니까? 춘치자명(春雉自鳴)입니다.

그런데 과연 북한이 실제로 명의도용 행위를 했을까? 이런 건 내가 모르겠어요. 다만 과거 김영삼 정부 시절에 청와대 비서관으로 있을 때 겪었던 일 하나만 소개하겠습니다. 당시에 평양 대동강 남쪽에 있는 외교단지에 반(反) 김정일 삐라가 뿌려졌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독일 <한델스 블라트>인가 하는 신문이 94년 년 말 쯤에 보도했었지요.

당시 내가 외교안보수석을 대신해서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했는데, 다른 수석실에서 그 얘기를 청와대 비서실장한테 보고했어요. 그랬더니 다른 수석비서관들이 흥분을 하더라고요. 드디어 안에서 들고 일어난다고. 빨리 각하한테 보고하자고.

그러나 나는 '대북 심리전 하는 쪽에다 알아보고 나서 보고하는 게 어떨까요?'라고 말했습니다. 대통령만큼은 진실을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 심리전 하는 쪽에서는 뭘 했는지 기록도 다 있고 하니까 우선 알아보고 정확한 보고를 하자고 한 겁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그런데 비서관들이 막무가내였어요. '아, 무슨 소리야? 이런 거 나올 때 됐어'라고 하면서 대통령 보고를 강행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대통령이 그날 오찬 행사에서 바로 그 얘기를 꺼냈습니다. 평양에서 이런 삐라가 나오는 걸 보면 붕괴가 멀지 않았다는 식으로 말했어요. 그때는 북한 붕괴론이 힘을 발휘하던 때니까 그걸 뒷받침하는 물증이 나왔다고 본 겁니다.

그런데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밝혀졌지만, 그때 그건 북쪽에서 자생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거기까지만 얘기합시다. 대북 심리전을 본격화하기 시작하면 모략전, 역모략전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그런 식의 일들은 비일비재해 질 겁니다.

* '정세토크'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 한반도평화포럼 상임위원)이 한반도 문제에 관해 자신의 경험과 견해를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격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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