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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훈련 연기, 기자회견도 취소…美, 대북 수위조절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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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훈련 연기, 기자회견도 취소…美, 대북 수위조절 기류

'중국 눈치보기' 혹은 중국과의 교감에 따른 변화인 듯

천안함 사태 이후 한국에 발맞춰 대북 강경 자세를 보여 오던 미국이 수위조절에 나선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우선 8~11일로 계획된 서해상에서의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연기했다. 미국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9차 아시아안보회의 하루 전인 지난 3일 준비 부족을 이유로 2~3주 가량 훈련 연기를 요청해 한국 군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했다고 알려졌다.

장광일 국방부 정책실장은 4일 싱가포르에서 훈련 연기 사실을 알리며 "6월 중순 이후 실시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이날 김태영 국방장관과 회담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것(합동훈련)에는 일련의 순서(sequencing)가 있다"며 "유엔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우선 지켜보고, 그 이후에 다음 조치를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천안함 문제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은 빨라야 6월 말에나 나온다. 따라서 게이츠 장관의 말대로 한다면 훈련은 6월 말이나 7월 초가 되어야 가능하다. 장광일 실장이 '6월 중순 이후'라고 했기 때문에 양국이 딴 소리를 했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미국의 태도는 훈련을 가급적 조속히 하고 싶어 하는 한국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게이츠 장관은 또 유엔 조치 이후 추진할 한미 군사훈련의 규모나 성격, 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유엔 조치의 유무 및 강도에 따라 훈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5일 싱가포르 한미 국방장관 회담 후 실시할 예정이었던 공동 기자회견이 취소된 것도 미국의 '수위조절'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국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사태에 대한 양국의 '단호한' 대응 의지를 밝힐 계획이었다. 이 기자회견은 이미 전날 한 번 연기된 것인데, 결국 취소되게 됐다.

또한 게이츠 장관은 5일 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미간 대 잠수함 합동훈련 시기, 유엔 안보리에 회부된 천안함 사태 처리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주도하면 이를 따르겠다"고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겉으로 보기엔 한국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것처럼 들리는 게이츠 장관의 이 말은 실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한국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는 되도록 크게 하되 '행동'을 주도하지는 않는 미국의 기존 태도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소행'이라는 말 대신 '북한의 소행이라는 한국의 조사 결과를 지지한다'는 간접화법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안보리 회부 문제에서도 '한국이 회부하면 미국은 지지하겠다'는 선을 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태도를 바꾼 것은 중국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해에서 무력시위 성격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함으로써 중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3일 게이츠 장관의 방중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이는 우선 대만에 대한 대규모 무기 판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지만, 미국의 천안함 대응 방식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심기도 반영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같은 중국의 메시지를 읽은 미국이 조심스러운 행보로 돌아선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안보리에 회부된 천안함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를 얻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이 안보리에서 현재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사안은 천안함이 아니라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안이기 때문에 그같은 해석은 아전인수로 보인다. 안보리에서의 천안함 논의는 이란 제재를 위해 미국이 오히려 '버리는 카드'로 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 단지 중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수위조절을 한다고 볼 수만도 없다. 중국과 미국이 지난달 24~25일 전략·경제대화에서 동북아의 안정과 질서 유지가 필요하다는 교감을 했고, 그게 서서히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간 최대한 한국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모양새를 취한 미국이 지방선거 결과 등을 보고 중국과의 교감에 따른 행동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에 발맞춰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6자회담 조기 재개 쪽으로 드라이브를 결 경우 한반도의 정세는 북핵 협상 국면으로 비교적 일찍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외신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태 해결 없이는 6자회담도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천안함 우선 해결' 원칙을 거듭 확인한 터라 또 한 차례의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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