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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비밀계좌'도 옛말…국세청 첫 추적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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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비밀계좌'도 옛말…국세청 첫 추적 성과

역외탈세 시범조사 6개월만에 6천억 탈루 적발

비자금 도피처로 악명높은 스위스의 '비밀계좌'가 국세청의 '역외탈세추적' 태스크포스(TF)에 의해 처음으로 뚫렸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11월 국세청 차장 직속의 임시기구로 구성된 '역외탈세추적전담센터'가 6개월간의 시범케이스 조사 성과를 25일 발표하면서 공개됐다.

이날 이현동 국세청 차장은 TF 운영성과 브리핑을 통해 "그동안 해외정보 수집활동과 분석을 통해 조세피난처 등에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기업자금을 불법유출한 혐의가 있는 4개 기업과 그 사주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해 탈루소득 6224억 원을 적출, 세액 3392억 원을 과세했다"고 밝혔다. 또한 관련자들은 탈세 수법과 탈루 규모 등이 범죄성이 짙어 검찰에 고발 조치될 예정이다.

▲ 이현동 국세청 차장이 25일 해외 비밀계좌 추적을 통한 역외탈세 조사 운영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세청

해외 비밀계좌 비자금 추적 조사는 처음

이 차장은 "스위스, 홍콩, 싱가포르 등에 개설한 해외계좌 14개의 입출금 내역을 확인한 것은 세무조사 사상 최초"라고 강조했다.

사실 그동안 국세청이 해외 재산 은닉 조사는 부동산 취득 등에 사용한 자금 추적 등 일회성 성격에 그쳤고, 비교적 규모가 있는 기업과 사주를 대상으로 비밀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을 직접 겨냥해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137억 원의 세금을 추징 당한 제조업체 사주의 경우 최근 10여 년간 해외법인과의 거래시 매출단가 조작 등을 통해 총 5억 달러의 자금을 스위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홍콩, 라부안 등 조세회피처의 비밀계좌로 빼돌렸다. 이 사주는 빼돌린 자금을 조세피난처 소재 신탁회사를 통해 세금 부담 없이 상속하려다가 적발됐다.

아직 스위스 정부 등 조세회피처 당국은 국내법상 계좌 정보를 공식적으로 제공해줄 수 없는 상태다. 이런 여건에서 TF가 불과 6개월만에 스위스 비밀계좌 추적해 내고, 비밀계좌를 이용한 해외재산 은닉 적발 사례가 건당 수천억 원씩에 달하는 등 성과를 거두자 국세청은 현재 3개 반 15명의 과(課) 단위의 TF를 상설기구로 확대편성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국세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 기업과 사주들의 역외 탈세는 수법의 치밀성과 비밀계좌를 이용해 빼돌린 자금 규모가 놀랄 정도이고, 유사한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역외 탈세 추적을 위해 상설조직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공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세청은 역외 탈세 정보 수집을 위한 근본적 대책의 일환으로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해외금융계좌신고제' 도입, '해외정보수집요원파견제' 신설 등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해외계좌신고제도는 국내 거주주나 법인이 해외 금융자산을 보유한 경우 매년 국세청에 은행, 계좌번호, 최고잔액 등을 신고하는 제도로 이미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계류중이다.

국세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 탈세 단속에 대한 국제공조가 강화되면서 정부간 금융계좌 정보 등이 공식적으로 제공되고, 해외계좌신고제도 등 국제거래에 대한 규제장치가 보완되면, 해외 비밀계좌를 이용한 재산 은닉은 발붙일 곳이 없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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