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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언론이 보수 권력을 만든다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미국은 어떻게 보수화되었는가 (1)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세상을 보는 기준이 다를 수 있듯 언론에는 보수 언론과 리버럴(liberal) 언론이 존재할 수 있다. 민주 사회에서 언론은 주권자인 국민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알고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언론은 국민이 토론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공론장의 역할을 한다.

언론은 정보와 의견이 교환되는 여론의 경기장이기도 하다. 경기를 하려면 경기 참가자가 모두 지켜야 할 경기 규칙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언론윤리이다. 보수 언론이든 리버럴한 언론이든 언론윤리를 지켜야 하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대자본이 운영하는 보수 언론들이 언론윤리를 무시하고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언론의 기능과 특권을 남용 악용하는 행태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수언론에는 '탈선 DNA'가 있나?

미국의 보수 언론이나 이태리의 베를루스코니가 거느리고 있는 미디어들은 특정 정치집단이나 재벌의 이익을 위해 여론 조작과 이념 세뇌의 도구로 언론을 악용한다, 민주국가에서 인정된 언론의 특권을 누리고 언론의 막강한 권력을 민주주의 목적에 반대되는 데 남용하는 탈선 언론이다. 탈선 언론은 이를 방치하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파괴할 수 있는 괴물로 변신할 수도 있다.

우리 보수 언론의 행태에서 이미 이러한 위험이 감지되고 있다. 나라마다 처해 있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수 언론의 탈선은 국경을 초월해서 공유하고 있는 보수언론 DNA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다른 나라의 보수언론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다. 거대 보수 언론의 문제는 꼭 오늘에 처음 발생한 것도 아니다. 20세기 초에 이미 유럽에서 발생했다 사라진 기록들이 있다. 역사적 사례를 찾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교훈을 얻기 위해서이다.

보수 언론은 사회를 보수화시킨다. 사회개혁을 방해한다. 모든 보수 언론이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미국의 경우는 보수 언론들이 이미 정상적인 뉴스 매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공화당과 보수층의 이념과 정책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선전하는 도구로 변신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수 매체는 수용자들에게 자기들의 주장을 주입시키기 위해 사실의 과장과 왜곡을 서슴지 않고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기들과 이념이 다른 리버럴(liberal) 매체는 경쟁 대상이 아니라 파괴와 타도의 대상으로 적대시한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의 도덕성을 가리지 않는 레닌주의를 언론에 응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민주국가의 언론을 자처하면서 사실과 의견을 뒤섞어 독자와 시청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어는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의견인지 분간할 수 없게 한다. 보수의 입장이 객관적인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리버럴 매체의 편견이라고 고집하고 그런 언론인은 "리버럴"이라고 낙인찍는다. 조·중·동이 자기들과 생각이 다른 언론이나 지식인을 "좌파", "친북 좌파"라고 부르는 것과 흡사한 태도이다.

보수 언론의 탈선은 세계적인 현상일 분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능과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현재 이 문제를 겪고 있는 여러 나라의 사정을 살펴보고 역사적으로 있었던 경험을 다시 고찰해서 우리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푸는 데 타산지석으로 삼아보려고 한다. 우선 자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미국의 예를 몇 회에 걸쳐 소개하고 유럽의 사례를 넘어갈까 한다.

미국 보수 세력의 재기(再起)와 언론의 역할

2008년 선거로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의 새 주인으로 들어앉게 되면서 정권이 보수 공화당에서 리버럴한 민주당으로 교체됐다(*자유주의란 번역어가 적합해 보이지 않아 리버럴이란 원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보수 사회가 곧 리버럴한 사회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보수언론이 언론시장을 지배하는 한 더욱 그럴 것이다. 지난 2005년 "우익 국가"(the Right Nation)란 책을 내 주목을 받은 저자들이 미국은 짧은 기간(40년)에 유럽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념적으로 오른쪽으로 돌았다고 지적했을 정도로 미국은 지금 보수화돼 있다. OECD 회원국 중에서 국민 건강보험제가 없는 유일한 국가인 미국에서 오바마정부가 추진하는 국민건강보험 법안에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완강히 반대하는 세력을 목격한 사람이면 미국이란 사회가 얼마나 보수화돼 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미국 사회를 이렇게 보수화시킨 배후 세력의 하나가 보수 언론이다. 워싱턴 주 휘트워스(Whitworth) 대학에서 언론사를 가르치고 있으며 작년 가을부터 미국 언론사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제임즈 브라이언 맥퍼슨(James Brian McPherson)교수가 2008년에 펴낸 <미국 보수 세력의 굴기(崛起)와 언론(Conservative Resurgence and the Press)>이 바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미국 보수 세력의 굴기와 언론>을 보면 한국의 보수 언론이 미국 보수 언론이 그 탈선 행태에 있어서 유사한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보수 언론들은 역시 악성 DNA를 공유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맥퍼슨 교수는 20세기 이후 미국 사회가 내외 환경의 변화에 따라 성격이 바뀌는 과정을 설명하고 여기에 따라 보수 언론의 판도 또한 변화해 가는 사례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2회에 걸쳐 소개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책 서문을 쓴 시드니 블루맨솔(Sydney Blumenthal)의 미국 보수 언론 평가를 총론 대신 줄여 소개한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블루맨솔은 클린턴 대통령의 백악관 정치 공보 참모를 지냈고 <뉴요커>, <워싱턴 포스트>, <베니티 페어> 등에 글을 쓰고 있는 언론인으로 근래에는 조지 부시의 언론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쓰고 있다.

미국 사회가 원래 보수 사회이고 30년대 초 대공황 때까지는 언론도 보수 세력이 지배했었다. 신문은 대부분 공화당 지지 신문이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리버럴 신문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이 실시되면서 리버럴 사회로 변해 갔다. 보수 신문은 뉴딜정책과 민주당에 반대했다. 이때부터 보수 신문은 자기들과 입장이 다른 리버럴 신문의 보도를 편파적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보수 신문은 늘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다. 신문이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은 1964년 선거 때 공화당이 골드워터를 공화당 후보로 지명했을 때가 역사상 처음이었다. 신문이 처음으로 공화당의 장악에서 벗어난 것이다.

1963년이 되면 대다수 미국인은 주 뉴스원으로 신문 대신 TV를 선호하기 시작한다. TV 36% 대 신문 24%였다. TV가 공화당이 지배하는 지역 신문과 라디오을 압도하게 되자 공화당은 당황하고 분노했다. 더 이상 언론을 장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수 언론은 리버럴 미디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1968년 대통령이 된 닉슨은 리버럴 뉴스매체를 편파적이라고 공격했다. 신문 뿐 아니라 기자의 전통적인 행동기준도 비판했다. 객관적인 보도를 당위로 선언한 언론윤리도 반 보수 언론이 만든 친 리버럴 편견일 뿐이라고 공격했다. 이러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80년대까지 보수언론은 리버럴에 비해 소수였다. 닉슨이 리버럴 신문들이 터뜨린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중도 하야하면서 보수 세력의 리버럴 신문에 대한 증오와 공격은 격화되고 보수 굴기의 운동이 조직화되기 시작했다.

"저널리즘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전쟁이다"-앤 콜터

레이건이 대통령이 되면서 미디어 판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1987년 레이건 정부의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보도의 균형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1949년부터 실시해 온 방송의 공정성원리(fairness doctrine)를 폐지해버린다. 보수 언론이 리버럴 언론과 정치인을 아무 제재를 받지 않고 마음대로 비판 공격할 수 있기 위해서였다. 민주당 의회가 이 원리를 부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레이건은 법안을 비토 해버렸다. 뉴스와 의견을 섞어 개그에 가깝게 진행하는 토크쇼가 전국에 확산됐다. 토크 라디오(talk radio)방송이 수 백 개를 넘었다. 토크쇼 진행자가 스타로 각광을 받았다. 보수 세력은 토크쇼를 보수 세력을 확산하고 리버럴 언론을 공격하는 무기로 활용했다. 그 작전은 효과적이었다.

대표적인 인기 토크쇼 진행자가 러시 림보(Rush Limbaugh)이다. 보수 잡지 <National Review>는 표지에 러시 림보의 사진을 싣고 그에게 "야당 지도자"라는 명함을 부쳐 주었다. 그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국민 건강보험 계획을 반대해서 망쳐 놓은 장본인이 림보였다. 1990년 머독의 폭스뉴스(Fox News) 방송이 개설됐다. 공화당의 홍보 컨설턴트인 로저 아일스(Roger Ailes)가 사장에 임명됐다. 폭스 뉴스의 보도가 공화당의 정치 켐페인처럼 처리되고 팩트는 무시되고 당파 이익을 최우선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일반 미디어와는 전혀 다른 지상명령과 목적에 따라 운영되는 공화당의 보수 언론은 우익 의견을 규합하고 동원하는 수단이다. 보수주의자들은 Fox 방송을 청취하는 것을 보수주의자의 정체성 형성에 기본이 되는 행위로 간주한다. 보수 미디어는 주류미디어를 적대시하고 파괴 대상으로 생각한다. 저널리즘은 다른 수단으로 수행하는 권력투쟁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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