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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중계권 분쟁, 방송사마다 '꿍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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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월드컵 중계권 분쟁, 방송사마다 '꿍꿍이' 있다"

[토론회] "월드컵 중계권 분쟁, 해법은 무엇인가"

올해 6월 남아공 월드컵이 50일 가량 남은 상황이지만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과 SBS 간의 중계권 갈등은 전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KBS와 MBC는 SBS를 고소하겠다고 밝혔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SBS에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으나 해결이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문화연대는 21일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월드컵 중계권 분쟁, 그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반복되는 중계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자율자정 기대하기 어렵다…방통위가 '룰' 정해야"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방송사 간 중계권 갈등은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중계 논란 이후 동계올림픽, 월드컵으로 이어지는 반복적인 양상이며 논란은 오히려 매번 더 커져가고 있다"며 "결국 이를 통해 얻을 교훈은 시장의 자정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지금처럼 '사생결단'식의 방송사간 대결 양상은 지상파 방송의 수익성 저하가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지상파 방송의 전체적인 수익성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다보니 올림픽, 월드컵 등 빅 이벤트를 둔 스포츠 중계권 갈등으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환 교수는 "그래서 오늘은 SBS가 공공의 적으로 지탄을 받지만 내일은 그 악역이 KBS가 될수도 있고 MBC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현재의 중계권 분쟁이 사법적인 단계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방송 3사 간의 자율적인 해결과 방송통신위원회가 '룰'을 정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희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강사는 "영국은 국민적 관심을 유발하는 주요 스포츠 이벤트의 중계권이 유료 방송에 의해 독점되는 것을 제약하는 '주요 스포츠 이벤트 목록'에 관한 법적 규제가 있다"며 "그러나 한국에서는 규제기관이 시민의 이해를 위해 과감히 시장에 개입할 수 잇는 정당성과 명분을 만들어낼 만한 법적 근거 자체가 취약하며 당연히 규제 수단도 미비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만약 명확한 법령 가이드라인이 서고 '보편적 시청권'에 관한 규정이 촘촘하게 규정된다면 그때는 방송사 간 협력이 될 것"이라며 "단기적인 한가지 방법이라면 다른 방송사에 '하이라이트는 떼줘라'라고 하거나 동시에 두가지 경기가 진행되는 월드컵에서는 각 경기마다 MBC나 SBS가 같이 중계하도록 옵션을 제공하라는 것 정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SBS 독점 중계 인정할 수밖에…'상업주의 방송' 천명하는 것"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번 남아공 월드컵 중계에서는 SBS의 단독중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국제적 관계나 법적 문제를 볼 때 독점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SBS의 노골적인 상업주의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이정우 성균관대학교 스포츠사회학실 연구원은 "월드컵 중계권 문제는 방송사의 이권 다툼이라는 국내 문제 이전에 FIFA와 한국방송사간 국제적 문제라는 점을 파악해야 한다"면서 "국제적 방송시장이 변해서 '코리아 풀'과 같은 방송연합체와의 협상을 FIFA에서 더이상 선호하지 않고 개별 방송사와 직접 거래하는 체제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우 연구원은 "매우 조심스럽기는 하나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 한정한다는 조건 하에 SBS의 권리를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이상적인 해법은 각 방송사의 합의를 통해 주요경기를 순차적으로 중계하는 방식일 것이나 지난 수년간 방송사들의 행태를 고려해보면 지금 시점에서 순차 방송에 합의하고 이행할 것인가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SBS의 독점적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해주더라도 그에 따른 사회적 비판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정준희 강사는 "SBS가 불법적인 행동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정해줄 수는 있으나 SBS가 배타적 독점권을 계속 주장한다는 것은 상업적 수익을 추구하는 방송사로서 이해에 충실하다는 것이고 공공서비스 무료 플랫폼이라는 의미를 포기하는 것에 가깝다"라고 지적했다.

강혜란 소장도 "SBS가 지금 상황에서 법적으로 모든 상황을 면피할 수 있다고 해도 '상업적 이미지 극대화'라는 후유증을 갖게 될 것"이라며 "그러한 사회적 효과 외에 지금의 법률 구성 속에서 구체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희준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SBS가 코리아풀이라는 콘소시엄을 이탈해 단독 계약을 맺은 것 때문에 한국은 과거에 비해 무려 133%가 폭등한 비싼 중계를 보아야 했다"며 "SBS는 미국의 사례를 이야기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단독 중계를 둔 불만이 대단하고 무엇보다 미국 외에 어느 나라가 올림픽 월드컵 같은 메가 이벤트를 단독 중계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방송사의 '저의'를 봐야…SBS는 후계 체제 구축, KBS는 수신료"

그러나 KBS나 MBC를 두고도 비판이 적지 않았다. 정희준 교수는 "KBS나 MBC가 공영방송을 이야기하면서 비인기 종목도 충실히 중계하는 직분을 충실히 했는지 의문이다. 돈되는 것만 뛰어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강혜란 소장은 "지상파 3사가 메인 뉴스, 심지어 시사프로그램을 활용해 상호 공방을 하고 있는 것은 전파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후안무치한 행위"라며 "국민의 알권리, 비판적 권력 감시 기능은 나몰라라 하던 방송사들이 자사 이익을 위해서는 물불을 안가리는 행위를 하고 있어 강도높은 법적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방청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중계권 문제에 각 방송사가 갖고 있는 '저의'를 봐야한다"면서 "SBS의 경우 윤세영 회장에서 윤석민 후계 구도에서, KBS의 경우 김인규 사장이 수신료로 연동시키려는 과시 욕구가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으로 3사 방송 도배? 차라리 단독중계가 낫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 2002년 월드컵 중계에서 거의 모든 방송사가 월드컵 중계와 재방송에만 쏟았던 것 같은 공동중계보다는 차라리 단독중계가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희준 교수는 "공동 중계를 한다고 해도 순차 방송이 가능한가, 대부분의 방송사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순차 방송이 되지 않을 공동중계라면 단독중계가 낫다"면서 "2006년 토고전 당시 SBS는 21시간, MBC는 18시간, KBS는 15시간 월드컵으로 도배했다. 시청권 침해가 아니라 박탈 수준인 아주 무식한 사례였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단독중계에 따르는 중계권료의 폭등이나 해설자 문제 등 어떠한 부수적인 문제도 가장 중요한 보편적 시청권, 채널 선택권에 우선할 수 없다"며 "현재 방송시장은 자정 기능을 잃은 상태이기 때문에 방통위가 나서 '순서'를 정해주는 등 개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환 교수도 "가령 지금 KBS가 만약 광고를 하지 않고 있다면 이렇게 열심히 목을 매고 있을지 의문"이라며 "시청자들은 어차피 같은 중계를 받아 내보내는 것이라면 차라리 한 곳에서만 하고 다양성을 보장해주는게 낫다고 생각한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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