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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싹쓸이'에 '월드컵 싹쓸이'? "KBS, MBC 쌤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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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연아 싹쓸이'에 '월드컵 싹쓸이'? "KBS, MBC 쌤통!"

[정희준의 '어퍼컷'] 월드컵 단독 중계, 해법은?

SBS의 올림픽과 월드컵 단독 중계 논란은 그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미디어 산업이 거의 예측불가의 수준으로 급격하게 분화하고, 한국 사회에서 스포츠 중계가 완전무결하게 상업주의의 밥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다음 주 한국방송(KBS)은 SBS를 고소할 계획이란다. 한 방송사가 다른 방송사를 고소하는 초유의 사건이다.

현재 문화방송(MBC)은 파업 중이라 이 문제에 뛰어들 여유가 없다. 대신 지상파 3사 중 제일 큰 형인 KBS는 막내 SBS를 손보려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싸움은 KBS와 SBS의 싸움으로 요약된다.

가장 언론사다운(?) 방법은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 줄 인터뷰이를 찾는 것이다. 양사 모두 사방팔방으로 알아보는 모양이다. 우선 SBS. 언론학자 중에 SBS 편들어 줄 사람은 없다. 시장 경쟁을 좋아하는 경제학자라면 모르겠다. 하여튼 요즘 SBS 편들어 주는 학자는 대접 좀 받을 것이다. (아마 밥도 사 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다고 해서 KBS의 손을 들어줄 언론학자도 없다는 점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온 국민의 관심을 받는 '공공재'급의 이벤트 중계는 아무래도 공영 방송이 주도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분위기가 없지는 않지만 워낙 KBS도 스포츠 중계권 분야에선 '반칙의 원조'이자 최다 반칙 방송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정권의 나팔수가 된 것도 그렇지만 하도 황당한 짓을 많이 해 지금의 KBS를 편들 정도로 '무식'한 학자는 없다. 최근 KBS 임원회의에서 김인규 사장은 김미화 씨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한 것을 문제 삼아 많은 이들을 웃게 했다. 목소리에도 '좌빨'이 있다는 게 요즘 KBS다.

KBS의 전쟁 준비 : SBS의 뒤를 캐다

인터뷰이 확보 경쟁 같은 점잖은 방법 외에 좀 거친 것도 있다. 열이 오를 대로 오른 KBS가 택한 방식이다. 상대방 뒷조사를 하는 것. 얼마 전 KBS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SBS와 모기업인 태영, 그리고 태영이 평창 올림픽 유치의 일환으로 벌이는 강원도 알펜시아 리조트 사업의 관계를 물었다. (SBS와 태영의 소유주 윤세영은 강원도민 회장으로 평창 올림픽 유치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는 사실(fact)을 가지고 의견을 묻는 취재를 하기보다는 '무슨 문제가 있지 않은가'를 계속 캐물었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KBS가 SBS의 뒤를 캔다는 심증을 굳게 만들었다. KBS 기자가 한 언론단체에 전화를 걸어 SBS가 방송 사업자 허가권을 침해하는 뭔가를 한 게 없느냐, 이런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사실을 가지고 시작한 게 아니고 그냥 전화해서 뭐 좀 가르쳐 달라는 식이었던 듯하다. 지금 KBS는 '전쟁 전야' 첩보전을 수행 중이다.

그렇다면 고소를 하든, 뒤를 캐든, 협상을 하든 스포츠 중계권 문제의 해결은 가능한가. 솔직히 말해 그렇지가 않다.

우선 단독 중계를 말해보자. 일단 외국의 경우 대세는 공영 방송이 주도하는 공동 중계다. 공동 중계 하되 돌아가며 하기 때문에 중복 편성, 동시 중계는 없다. 아예 공영 방송이 전담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공영 방송이든 다른 방송이 하든) 단독 중계는 문제가 많다.

미국 여자프로골프 LPGA 중계권을 가장 비싸게 사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올해부터 5년간 중계 계약을 맺은 J골프는 연 400만 달러의 중계권료와 300만 달러에 가까운 대회 지원비 등 1년에 약 700만 달러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PGA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역사상 가장 많은 액수"라고 자랑을 했다니 우리가 미국 대회를 미국 방송사보다 더 비싸게 샀다는 말이다. 미국에서도 인기가 추락하는 LPGA를 우리가 밥 먹여 주고 있는 것이다.

문제 많은 단독 중계

방송사 간 중계권 경쟁이 이러한 중계권료의 폭등을 불러왔다. LPGA 중계는 1994년 SBS가 6만 달러로 시작했는데 2009년 225만 달러로 폭등했고 J골프가 SBS로부터 중계권을 빼앗으려다 또 두 배 이상이 뛴 것이다.

메이저리그 야구도 1997년 30만 달러에서 2000년 300만 달러로 뛰더니 2001년 MBC가 코리아풀을 따돌리고 몰래 계약할 때 연 800만 달러로 폭등했다. 요즘은 시들하지만 K-1 중계권은 2003년 연 1억 원 수준에서 2007년 연 103억 원으로 뛰었다. 4년 새 103배 증가다. 스포츠 중계권의 역사는 '배반의 역사'였을 뿐 아니라 '폭등의 역사'요, '낭비의 역사'인 것이다.

거액을 투자한 방송사는 본전을 건져야 한다. 당연히 최대 이윤 추구가 목표다. 한국도 자본주의 시장 경쟁 사회인 이상 이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방송 편성, 경기 또는 종목 선정, 시간대 선정 등이 오로지 이윤 창출을 위해 이루어질 것이다. 시청자를, 온 국민을 마케팅의 대상 또는 도구로 만들 것이다.

또 방송사가 엄청난 가격에 중계권을 사들이면 이는 고스란히 시청자의 부담으로 전환된다. SBS는 밴쿠버 올림픽 중계를 내보내면서 케이블, IPTV, 위성TV 등 사방팔방으로 돈을 받으러 다니고 있다. 월드컵은 중계권료가 무려 700억 원이 넘으니 사력을 다해 수금을 하러 다닐 것이다. 이는 시청자들의 시청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또 SBS는 이윤을 극대화 하는 동시에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비용 절감은 당연히 중계 방송 질의 저하로 이어진다.

▲ 밴쿠버 올림픽 때 SBS가 독점 중계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KBS, MBC, SBS의 전 채널이 김연아 선수의 연기만 방송하는 '김연아 싹쓸이'를 경험했을 것이다. ⓒ뉴시스

그렇다면 공동 중계?

외국의 경우도 그렇고 공영 방송이 주도하는 공동 중계가 가장 무난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까지 지상파 3사가 저지른 짓을 생각해 보면 이것도 역시 문제다.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저버리고 중복 편성, 동시 중계를 밥 먹듯 했고 4년 전 예선 첫 경기였던 대 토고전이 있는 날엔 하루 24시간 중 SBS 21시간, MBC 18시간 30분, KBS 1TV 14시간 30분, 2TV 11시간의 월드컵 싹쓸이 편성을 감행했다. 그래도 역시 KBS라고? 아니다. 국정 감사 등 눈치 봐야 할 게 많고 전용할 예산의 폭이 여의치 않았기에 더 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을 것이다.

이는 대회 기간 내내 똑 같았다. SBS는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으로 무려 62퍼센트를 채웠고 MBC도 절반인 49퍼센트였다. 보이느니 월드컵 방송이요 들리느니 축구 뉴스였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싹쓸이 편성으로 인해 6월 한 달 동안 한국 사회의 주요 현안은 묻혔고 시청자들의 볼 권리는 침해됐다. (그래서 SBS는 단독 중계 문제를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이 더 늘었다"는 식으로 합리화하는 것이다.)

지난 올림픽만 해도 처음엔 KBS가 경기 결과를 애써 무시했지만 왜 분위기를 띄우지 않느냐는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의 질책에 화들짝 놀란 김인규 사장이 올림픽 뉴스 강화를 지시한 바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밴쿠버 올림픽 때도 재미를 본 청와대는 이번 월드컵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들 것이다. '말 잘 듣는' KBS를 믿기 힘든 이유다.

방송사의 '월드컵 과잉' 문제는 심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아질 여지가 없진 않다고 본다. 시민사회가 비판하고 또 2002년의 기억이 점차 희미해진다면 방송사도 '제 정신'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쟁점은 순차 중계이다. 이번 SBS 단독 중계 논란의 해결책으로 KBS와 MBC가 주장하는 것은 공동 중계하되 순차 중계하자는 것이다. 과거처럼 한국팀의 경기를 세 개 채널이 동시에 중계하는 악습을 버리고 순서를 정해 돌아가며 중계해 전파의 낭비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공동 중계가 여러 면에서 문제가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동시 중계는 정말 심각한 문제였다. 이는 프로그램의 다양성은 물론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을 침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밴쿠버 올림픽 이후 많은 이들이 '해설자 선택권'을 이야기 했다. 아마도 세계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개념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다시 동시 중계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된다. 해설자 문제는 본질적으로 방송사와 해설자 수준의 문제이지 단독 중계 문제로 둔갑해서는 안 된다.

KBS와 MBC의 거짓말

그렇다면 공동 중계하며 순차 중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순차 중계만 된다면 다소 '과잉'의 문제가 있더라도 공동 중계를 하는 게 당연히 나을 것이다. 한국의 지상파 3사가 그들의 주장대로 과연 순차 방송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이제까지 KBS와 MBC 모두 순차 방송을 전제로 한 공동 중계를 논란의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업계의 정서상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어느 방송사가 한국팀이 월드컵에서 뛰는 순간 한가롭게 드라마 내보내고 있을까. 지금 김연아가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데 가요 프로그램 내보낼 방송사가 있을까. 단언컨대 절대 없다.

이는 밴쿠버 올림픽 직후 증명됐다. '국민을 위한' 채널 선택권을 떠들고 서로 대놓고 욕을 하던 방송사들이 '선수단 국민 환영식'은 공동 생중계한 것이다. 둘 중 하나다. 낯짝이 없든지, 아니면 얼굴에 철판을 깔았든지.

실무자도 순차 방송의 가능성은 거의 무시하고 있다. 한 언론 보도를 보니, 김춘길 KBS 스포츠중계 제작팀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월드컵이나 올림픽은 스포츠 분야에 있어서 대선이나 총선 같은 콘텐츠로 본다'며 동시 중계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방송사가 동시에 다 중계하면 전파낭비고 한 방송사만 해야 낭비가 아니라는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선거 중계 방송은 투표 마감 시간부터 시작하고 그나마 하루만 한다.)

같은 기사에서 이도윤 MBC 스포츠제작 기획부장 역시 "순차 방송은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SBS 덕에 중계권료는 두 배 이상 올랐는데 한국팀 경기를 포기하면 광고 수익만으로 비용을 맞추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팀 경기 한 경기만 중계를 못해도 10억 원대의 손실이 난다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KBS와 MBC가 이제까지 순차 중계를 떠들었지만 이는 공동 중계를 위한 포장일 뿐 일단 공동 중계를 하게 되면 순차 중계가 아닌 기존과 같은 동시 중계를 할 거라는 것이다.

문제는 순차 중계

방송사들의 자존심, 이해관계, 시청률, 광고비 등이 얽힌 지금의 상황에서 순차 방송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중계권 문제 해결의 열쇠는 순차 중계가 시행될 수 있느냐이다. 순차 방송 문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권고'해서는 절대 불가능하다. '강제'했을 때만 가능한 것이다.

언론이든 방송이든 지나친 시장주의로 가선 안 된다. 그러나 KBS나 MBC가 공영 방송의 기득권을 앞세우면서 실제로는 시청률과 광고비의 늪에 빠져 상업 방송 뺨치는 스포츠 싹쓸이 편성을 하는 것 역시 심각한 문제다.

만약 단독 중계와 (동시 중계가 횡행할 게 뻔한) 공동 중계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주저 없이 단독 중계를 선택할 것이다. 지난 밴쿠버올림픽 때 SBS를 보며 수준 낮은 중계에 조금 짜증이 나긴 했지만 KBS와 MBC가 '청정 지역'이어서 좋았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얘기했다. 또 KBS와 MBC를 향해 이런 얘기도 했다.

"쌤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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