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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고, 통하고, 버리고…방송국이 아니라 '날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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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욕하고, 통하고, 버리고…방송국이 아니라 '날건달'!

[정희준의 '어퍼컷'] 시장 문란 방송사 SBS의 진실

SBS는 많은 논란과 비판에도 6월 월드컵 단독 중계를 밀어붙일 모양이다. 단연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는 한국인의 스포츠 열기를 활용해 6월 월드컵 때도 시청자를 긁어모을 야욕을 불태우고 있는 것.

이제까지 겪어온 '막내'로서의 설움을 단숨에 날려 버리고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에 필적하는 브랜드파워를 갖는 것이 SBS의 '꿈'이다. 그 꿈을 위해 2006년 7월 1주일 간격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동·하계 올림픽 4개 대회) 7250만 달러, 세계축구연맹(FIFA)과 (월드컵 2개 대회) 1억4000만 달러짜리 계약을 맺은 것이다. 1주일 사이 무려 2억1250만 달러를 쏟아 붓는 엄청난 투자다.

미국의 폭스TV(FOX TV)가 그랬다. 상업주의 언론의 귀재이자 이른바 '황색 언론'의 표상인 호주의 루퍼트 머독은 1986년 폭스TV를 미국에 상륙시켰는데, 이 폭스TV가 단숨에 4대 메이저로 급부상하게 된 계기는 1993년 프로 미식축구리그인 NFL의 중계권을 따내면서였다.

2004년 폭스TV는 18~49세 연령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채널이 되었고 2007~8년 시즌 드디어 CBS를 누르고 가구 시청률 1위 채널에 등극하게 되는데, 여기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아메리칸 아이돌'과 '슈퍼볼' 중계였다. 지금 폭스TV는 뉴스 분야에서조차 CNN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보유하게 됐다.

나쁜 짓만 배운 막내 SBS

그래서인지 SBS는 미국의 사례를 들어 자신의 단독중계를 합리화하려 한다. 지난 동계 올림픽도 NBC가 단독 중계했다면서 말이다.

제발 비교할 걸 비교해라. 한국이 미국이냐. IOC와의 중계권 협상에서 한국은 약자지만 미국은 강자다. 이른바 '갑'과 '을'의 관계가 바뀌는 것이다. IOC가 2010년 동계 올림픽 대회와 2012년 하계 올림픽 대회를 통해 전 세계로부터 벌어들이는 중계권 총 수입은 38억 달러인데 이중 NBC는 무려 22억 달러를 지불한다. IOC 중계권 수입의 58퍼센트를 NBC 혼자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 말고 어느 나라가 단독 중계하나.

이제까지 SBS가 보여준 행태를 보면 자기모순과 궤변과 거짓말의 연속이다. 그러면 SBS는 이런 저질 '뒤통수치기'를 어디서 배웠나. 사실 형님들에게서 배웠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스포츠 중계권을 놓고 지상파 3사가 벌였던 반칙과 배반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공동 중계 협약을 깬 회수가 KBS가 6회, MBC가 4회, SBS가 2회라고 한다.

1990년생으로 이제 스무 살 꽃다운 청년이 됐어야 할 SBS는 형님들의 '나쁜 짓'들을 배우는 정도에서 끝난 게 아니라 아예 새로운,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켰다. 사실상 시장통 건달로 전락했다. '줄줄이 거짓말'은 물론이고 '방송 시장' 여기저기를 싸다니며 시장 상인들에게서 돈까지 뜯고 있다.

SBS의 말 뒤집기는 천지창조급 혼돈을 보는 듯하다. 2005년 IB스포츠가 메이저리그에 이어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 아시아 지역 예선 중계권을 아시아축구연맹으로부터 사들이자 SBS는 "IB스포츠가 거액의 중계권 계약으로 막대한 국부를 유출"시켰다고 비난하면서 "비도덕적인 중계권 계약에 따른 외화 낭비를 막기 위해 3사가 공동 대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얼마 후 2006년 5월, 지상파 3사는 IOC와 FIFA를 상대로 중계권 협상을 벌였다. 26일 올림픽 6300만 달러, 월드컵 1억1500만 달러의 입찰서를 제출했고 며칠 후인 30일 이번엔 반칙하지 말자며 3사 사장들이 모여 코리아풀을 통한 공동 중계에 합의하고 서명까지 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SBS는 얼굴에 철판 깔고 뒤로 딴 짓을 했다. 자회사인 SBS인터네셔널을 통해 3사 입찰 액수보다 더 높은 가격에 단독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시장문란 방송사 SBS : 욕하고, 통하고, 버리고

SBS의 '철판'은 정말 대단한 철판이다. SBS가 타 방송사와 공동 중계에 나서는 척 하면서 5월 8일 제3자인 스포츠마케팅사와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 확보를 위한 계약을 이미 몰래 맺었던 것이다. 그게 누구? 맙소사! 바로 1년 전 SBS가 그토록 맹비난했던 IB스포츠다. '적과의 동침'이다. 단독 중계를 위해서라면 SBS는 얼마 전 욕했던 자와도 동침한다. 타 방송사와는 공동 중계를 협상에 임하는 척 하면서 입찰 액수를 빼내 거기에 웃돈 붙여서 뒤로 몰래 도둑 계약을 맺은 것이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단독 계약에 성공해 목표를 달성하자 목표 달성을 위해 '동침'했던 IB스포츠가 귀찮아졌다. 버리기로 했다. 그래서 IB스포츠에 주기로 했던 중계권 재판매권과 방송 협찬 판매권도 다 빼앗았다고 한다. 그래서 정 주고 버림받은 IB스포츠는 지금 SB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제비'가 생각난다.

어쨌든 일은 저질러버렸다. 이제 뒷감당이 문제다. SBS의 '뒷감당 전략'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논리성을 확보해 여론전의 열세를 만회하는 것이다. 그래서 SBS의 단독 중계로 인해 방송사들의 중복 편성과 이로 인한 전파 낭비가 줄어들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니까 KBS와 MBC는 월드컵 중계를 못 하기 때문에 이제까지 문제가 돼왔던 중복 편성, 동시 중계가 없어지고,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은 더 늘지 않았냐는 것이다. 비유를 하자면 '이제까지는 삼형제 모두 나쁜 놈들이었는데 이제 나 혼자만 나쁜 놈이니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그러는 것과 똑같다.

또 독점 중계의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방편으로 SBS의 네트워크 커버리지가 '보편적 시청권'을 충족시켰다고 우기는 것이다. 특히 이는 상업방송인 SBS가 '공공재'로 분류되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단독 중계하기 위해서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케이블과 위성방송 등 유료채널을 포함해 시청 가구 확보율 92.1퍼센트를 확보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인정을 받았다.

SBS, 보편적 시청권 확보했나

두 번째 전략은 거액을 투자한 데 따른 재정 손실을 최소화 하는 거다. 중계권은 따왔지만 그 액수가 너무 커서 적자 발생이 예상되는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악착같이 돈을 받아내야 한다. SBS는 IPTV 사업자들에게 올림픽 중계 재송신 대가로 5억 원에 이르는 추가 사용료 지급을 요구해 상당한 액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스카이라이프에도 사용료를 요구할 것이라 한다. 특히 이제까지 SBS를 전국에 재송신해 준 케이블TV사업자들에게조차 손해 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란다.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당하지 않으려면 올림픽이나 월드컵 방송은 내보내지 말고 그냥 블랭크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케이블방송사가 돈이 없어 올림픽 경기 장면을 못 내보내면 어떻게 되나. SBS는 보편적 시청권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 된다. 반대로, 케이블방송사가 SBS에게 돈을 주고 중계 방송을 하면 어떻게 되나. 역시 보편적 시청권 침해다. 보편적 시청권이란 별도의 장비나 비용의 지출 없이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기 때문이다. 엎어치나 매치나 방통위의 'SBS의 보편적 시청권 충족' 판정은 옳지 않다.

SBS가 케이블, 위성, IPTV 등 유료채널을 보편적 시청권 확보를 위한 계산에는 포함시켜 놓고 정작 이들에게서 중계권료는 따로 받아내는 행태는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궁금한 것은 첫째, 방송통신위원회는 왜 유료 채널을 보편적 시청권에 포함시켰는가. 둘째, 현재 SBS가 이들에게 중계권료를 강요하는 사실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그러고 보니, 송도균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전 SBS 사장이었다!)

게다가 SBS가 소송을 들먹이며 케이블TV사업자들을 겁박하는 상황은 결국 시청자들이 지불하는 시청료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케이블방송 시청자가 전체 TV 시청 가구의 80퍼센트에 달하는 현실에서 이는 실질적인 물가 상승 요인이 될 것이다.

단독 중계는 물가 상승

SBS의 단독 중계는 결국 시청자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번 월드컵 중계권료로 SBS가 지불한 돈이 거의 800억 원이다. 여기에 중계 비용까지 합하면 800억 원을 훌쩍 넘어선다. SBS는 한국팀이 결승까지 가더라도 이 돈 다 못 뽑는다. 방송 3사가 4년 전 독일월드컵 때 벌어들인 광고 총액이 700억 원이었다.

결국 적자폭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SBS는 광고료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 달의 월드컵 기간 낮밤으로 월드컵만 쏘아댈 수밖에 없다. 4년 전 월드컵 때 토고와의 경기가 있던 날 SBS는 하루 24시간 중 21시간의 기록적인 축구 '싹쓸이 편성'을 감행한 바 있다. (그게 언론이냐!) 광고를 위해서라면 프로그램 편성도 제멋대로 할 것이다. 올림픽이라면 광고 많이 들어올 종목 위주로 방송할 것이다. 시간대도 제멋대로가 될 수 있다. 모든 것이 '최대 이윤 창출'을 향해 갈 수 밖에 없다.

NBC의 경우도 지난 동계 올림픽 중계를 하며 인기 종목들을 황금시간대에 방영하기 위해 지연 중계를 하는 바람에 많은 시청자들은 이미 끝난 경기를 세 시간 지나서야 볼 수 있었다. 케이블, 위성, 인터넷, IPTV, DMB 등에 재판매 할 때도 최대한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 언급했듯이 SBS는 물가 상승의 주범이 될 것이다.

과도한 투자로 중계를 '돈 되는 쪽'으로만 할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방송 질의 저하로 연결되는 것이다.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부실 중계'는 당연하다. 지난 동계 올림픽 때도 캐스터, 해설자들 문제가 말이 많았는데 이것도 바로 '비용 절감'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해설자들을 그 멀리 데러가서 경기장에서 지하철로 열 정거장도 더 떨어진 싸구려 호텔에 재우고 밥도 자기 돈 내고 사먹게 했다. 3주간 붙들고 있으면서 일당은 하루 10만 원 밖에 안 줬다. (4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후려쳤단다.)

비싼 방송, 저질 중계

▲ 2월 9일 SBS <8시 뉴스>. "시청자가 최우선", 정말? ⓒ프레시안
여기까지야 그냥 '절약'으로 볼 수도 있겠다. 문제는 중계의 내용을 채워줄 작가 한 명 없이 모든 걸 해설자에게만 의존했다는 점이다. 모든 출전 선수의 신상 정보와 기록을 해설자 한 사람이 수집해서 이를 캐스터와 나눠 가지고 마이크를 잡는 그런 중계였다. 기억해 보시라. 캐스터와 해설자의 설명들은 대부분 경기 규칙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가능한 선수들의 신상정보 정도였다.

SBS는 NBC 되게 좋아하던데 NBC가 중계 준비를 어떻게 하는지도 좀 배워라. 팀 단위로 사전에 회의를 해서 그날 중계 방송의 내용을 아예 시나리오를 짜서, 심지어 드라마화(Dramatize) 해서 들어간다. 사전 준비도, 지원 인력도 없으니 금방 할 말이 다 떨어지고 그러니 "하나 둘 하나 둘"이 나오기 시작하는 거다.

타 방송사 속이고 뒷통수 쳐가며 단독 중계권 따내고, 협잡을 했던 마케팅사는 등치고, 수십 년간 자기네 방영물 지방 곳곳으로 재전송 해주던 케이블사에겐 돈 내라 하고, 정작 중계는 짜증나게 하는 SBS. 월드컵은 또 얼마나 상업스럽게 할까. 이만한 '시장 문란 방송사'가 또 있을까. SBS의 단독 중계는 결국 '광고 방송,' '비싼 방송,' '상업 방송,' '돈지랄 방송'이 연출하는 '저질 중계'로 연결될 것이다.

SBS는 걸핏 하면 단독 중계 문제를 8시 뉴스에 내보내며 변명에 변명을 거듭하고 있다. 세상에 이런 전파 낭비가 또 없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게 시청자 때문이란다. '시청자 우선'도 아니고 '시청자가 최우선'이란다. 할머니가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지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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