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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수세력의 새 언론전략, '싱크탱크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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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수세력의 새 언론전략, '싱크탱크 저널리즘'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싱크탱크 가장한 사이비 인터넷언론

지난 13일 미국의 AP통신은 아이다호(Idaho)주의 주도 보이시(Boise)발로 미국에 보수우익 싱크탱크(think-tank)들이 자금을 제공해서 운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면서 이러한 현상은 보이시뿐 아니라 오하이오, 와이오밍, 텍사스, 미시간, 미주리, 플로리다, 워싱턴, 아리조나 등 각 주(州) 수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 윤리에서 벗어난 또 하나의 '탈선 저널리즘 바이러스'가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스런 뉴스였다.

지금의 싱크탱크는 우리가 과거에 알고 있던 그런 순수한 연구단체와는 다르다. 순수한 연구에 전념하는 독립적 싱크탱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가 대자본이나 정치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옹호하거나 이념을 선전하는 도구로 이용하기 위해 자금을 써서 설치한 두뇌조직이다. 돈 받고 아이디어를 제조하는 하청 조직인 것이다. 그러므로 보수 싱크탱크가 왜 뉴스매체를 만들고 후원하는데 자금을 지출하는지를 알면 싱크탱크 저널리즘의 성격과 역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디어의 경영 악화 이용해 인터넷 시장 장악하나?

보수 대자본이 상업광고를 이용해서 신문이나 방송을 조종, 장악하고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나 보수 우익의 싱크탱크들이 전국적으로 각 주(州)의 수도에 인터넷 신문을 창설하고 지원하는 것은 확실히 새로운 현상이다. 보수 우익 세력이 자기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데 얼마나 집요하고 공격적인가을 보여주는 실례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근래 지방언론은 경영이 어려워 주(州)의회나 주 정부를 취재할 인원을 대폭 감축했다. 기자들이 북적거리던 기자실은 지금 텅텅 비어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싱크탱크는 인터넷 매체를 창설해서 주 의회와 정부를 취재하는 기자를 늘리고 공격적인 보도를 통해서 지방 신문이나 텔레비전에 실망한 독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알라스카의 주노 소재 알라스카 정책 포럼(Alaska Policy Forum)은 최근 주 정부를 취재할 탐사 기자를 공모하면서 일반기자보다 대우가 더 좋은 연봉 7만 5000 달러를 지불한다는 인터넷 광고를 게재해서 주목을 끌었다. 보수 싱크탱크가 인터넷 신문을 활성화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재원이 그 만큼 여유가 있다는 과시이기도 하다. 지방 언론매체의 경영 악화로 생긴 공백을 싱크탱크 언론으로 메워 지방의회나 정부의 정책을 보수의 어젠더대로 끌고 가려는 정치적 의도를 감지할 수 있다.

싱크탱크가 돈 대는 뉴스매체의 공정성은?

싱크탱크 저널리즘이 시작된 것은 아이다호 자유재단(Idaho Free Foundation)이 자금을 대는 인터넷 뉴스 사이트 Idahoreporter.com 이 개설된 지난 1월로 올라간다. 하지만 싱크탱크 저널리즘이 새로운 현상으로 처음 주목을 받은 것은 자유재단의 웨인 호프만 총무이사와 이 재단이 후원하는 인터넷 신문(Idahoreporter.com)의 기자가 대화하는 장면이 AP통신에 의해 사진과 함께 보도된 3월 29일자 기사가 계기가 됐다.

싱크탱크 언론의 특징은 주로 정부활동과 정치문제에 관한 기사를 공격적으로 보도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싱크탱크 언론의 기사가 이념적으로 치우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편집이나 기사 스타일에 있어서도 일반 전통미디어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한다. 기사와 함께 관련 도표와 사진을 게재하고 동영상도 제공한다. 자유재단의 호프만도 자신이 기자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쓰라고 지시하는 일은 없다며 기사에 편견을 발견하면 지적해 보라고 도전했다.

그러나 싱크탱크가 자금을 후원하는 인터넷 신문의 보도 내용에 대해서 미디어 감시자(watchdog)들은 그 공정성에 의문을 품고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권위있는 퓨(PEW)연구센터의 수월저널리즘(PEJ)부소장 애이미 미첼은 어떤 내용에서나 기자가 문제를 보는 시각과 글의 논조에서 편견을 지적할 수 있고 특히 보도할 기사의 선택에 편견이 있다고 말했다. 주 의회의 기자클럽도 로비스트는 기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규칙에 의거해서 싱크탱크 매체 기자의 회원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어떤 옹호단체를 위해 일하는 기자를 순수한 언론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만큼 싱크탱크 저널리즘은 미국 언론계로부터 정상적인 언론으로 공인받을 수 있으려면 다소 논란을 거쳐야할 것 같다.

의제 선점을 노리는 지면 제작

문제는 기사의 선택이다. 기사의 선택에는 돈을 댄 싱크탱크의 이념이나 주장이 반영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들 싱크탱크는 누가 만든 것인가? 간단히 말해서 공화당과 대기업 등 보수 세력이다. 그러기 때문에 친 공화당, 보수 성향을 띠고 작은 정부와 세금인상 반대, 공원입장세 인상 반대, 공공지출 축소와 같은 정책 기사를 많이 보도한다. 정부의 역할 확대를 옹호하는 오바마 정권의 정책에 반대하는 티파티(tea party)운동과 행동노선이 같다. 기사의 사실(팩트)을 왜곡하지는 않지만 기사의 방향 선택에 있어서 편견이나 보이지 않는 의제가 숨어있다. 시간이 가면서 그 의도가 점점 드러나리라는 예상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진보 싱크탱크의 자금으로 출범한 인터넷 신문은 하나도 없다. 언론을 시장원리에 맡겨 두는 한 보수 언론이 인터넷까지도 지배하게 되는 것을 묵과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퓨(PEW)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미국 성인들은 인터넷을 지방신문과 지방 TV 다음으로 뉴스를 얻는 세 번째 미디어로 이용하고 있다. 뉴스 매체로 인터넷의 역할이 그 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인터넷은 경영 면에서 아직 취약하기 때문에 거대 미디어가 운영하는 인터넷을 제외하면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뉴스 사이트로 성장하기가 쉽지 않다. 진보 계열 싱크탱크의 지원을 받는 인터넷 신문이 없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도 재정적인 문제에 있다. 풍부한 자본의 지원을 받는 보수 싱크탱크 저널리즘의 출현이 여론 시장의 균형을 깨고 민주주의를 왜곡할 수 있는 위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도 지난 몇 년 사이 인터넷 신문이 1200 개로 급팽창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새로 출현한 인터넷 사이트의 자본 성격을 조사해 보지 않았지만 MB정권 출범 이후 뉴라이트 계의 인터넷이 많이 개설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판 싱크탱크 저널리즘의 위험은 없는지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자금 후원자를 밝히기 거부하는 보수 싱크탱크

미국 싱크탱크 저널리즘에 제기되는 또 하나의 문제는 보수 싱크탱크가 운영하는 인터넷이 누가 자금을 대는지를 밝히기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중대한 언론윤리 문제이다. 여론을 바탕으로 해서 운영되는 민주주의에서 미디어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누가 어떤 미디어를 소유하거나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밝히게 돼있다. 이것은 여론이 미디어의 독점으로 왜곡되는 것을 막는데도 필요하다. 민주국가에서 미디어의 소유 내용을 밝히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보수 싱크탱크 저널리즘의 인터넷 매체들은 자금 소스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그 내용이 밝혀지면 자금원이 사회의 지탄대상이 되거나 욕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공개를 꺼리며 따라서 자금원이 스스로 공개를 결정하지 않는 한 어렵다는 것이다. 싱크탱크 저널리즘의 비판자들이 보수 싱크탱크의 이러한 태도를 비판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공개를 꺼릴 정도로 떳떳치 못한 행동이라면 그만두는 것이 옳을 것이다. 미주리 대학의 국가 보고 프로그램 책임자인 필 브룩스는 보수 싱크탱크의 뉴스 미디어 선샤인 뉴스재단(Sunshine Reporting Program)이 자금 소스의 공개를 거부하자 40년 동안에 처음 겪는 일이라며 이 같은 행동은 하나의 "빨간 깃발", 즉. 레드카드 깜이라고 비꼬았다.

보수 싱크탱크의 이러한 행동은 언론의 이름을 내걸고 언론 윤리에 어긋나나는 행동을 하는 것이 양심에 거리꼈기 때문으로 추리된다. 그렇게 양심에 거리낀다면 그런 행동을 그만 두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싱크탱크 저널리즘 뿐 아니라 많은 기존 보수 미디어도 언론윤리를 어기면서 언론 행위를 하고 있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이런 현상은 대자본이나 보수 정치세력과 유착하고 있는 보수 언론 전반이 안고 있는 윤리 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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