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북한이 한 짓인가요?"이다. 우선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은 "모른다"는 것이다. 뭔가 알고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진짜 모른다. 필자 역시 답답하다. 그저 나름대로 가급적 모든 상황을 조합해 퍼즐을 맞춰보고 있을 뿐이다.
누가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하고자 하는 의도와 할 수 있는 능력이 결합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제 행동으로 나타낼 경우 발생할 많은 손익 계산을 따져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야 비로소 사실로 나타난다. 북한의 소행으로 규정할 때는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해 면밀하고 치밀한 분석이 뒷받침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 15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천안함 함미 인양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버블제트 어뢰는 미국만 가진 것"
바다에서 배가 사고가 나려면 수백 가지 변수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하고, 심지어 귀신에 씐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만큼 일어나기도 어렵고 쉽게 원인을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바라보는 많은 시각을 보면 완전히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이다. 자신들이 아는 분야, 사실 그리 깊게 알지도 못하면서 한두 가지 불분명한 정황과 추정에 근거해 오히려 귀동냥으로 들은 현학적인 지식을 뽐내려는 공명심이 앞서 결론에 도달한다. 그 결론을 주장하고 합리화시키기 위해서는 필요한 다른 고려 요소나 환경은 무시된다.
대표적으로 필자는 버블제트라는 말에 지금도 놀란다. 과문해서인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지금까지 북한은 물론 우리나라도 완전한 버블제트식 어뢰는 가지고 있지 않은 걸로 알고 있었다. 우리가 가진 것은 통상 어뢰의 신관을 조작해 충격이 아닌 자기감응식으로 수면 하에서 폭발하게 하는 어뢰다.
호주가 버블제트식 어뢰를 실험한 적이 있으나 그 역시 표적의 위치를 이미 알고 있었고, 그 표적은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었으며, 기상 상태도 최상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상당히 고차원 기술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뢰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어뢰를 실어 나르고 발사하기 위해 발전된 플랫폼이 필요하다. 미국 등에 있는 다수의 어뢰 전문가들은 "완전한 버블제트 어뢰는 미국만 가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그런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지 궁금하다"고 한다.
'고난의 행군' 각오했나 '손배 청구서'를 쓰고 있나
우리가 북한의 소행임을 떠들고 있는 중에도 북한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예상되었던 금강산 관광 관련 조치를 늦추는 조심스러움마저 보였다.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북한이 시치미를 떼고 있다는 식의 해석에서 천안함 사건 발생 얼마 전 김정일 위원장의 공개 활동이 없었던 것도 이와 관련된 것이라는 분석을 쏟아낸다.
그러다가 최근 북한이 전단 살포 문제를 제기하고 부동산 동결 등 금강산 관광에 대한 조치를 시행한 것도 천안함 사건과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뻔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들 평가한다. 정말 그럴듯하다. 이 정도 상상력이면 우리나라에도 조만간에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과 같은 뛰어난 판타지소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이제는 필자도 북한의 소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 상황에서 그런 결론이 나와야 우리가 얻을 것이 더 많다. 향후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훨씬 유리하다. 우리가 어떤 입장과 자세를 취하는가에 따라 미국이나 중국에게도 얻을 것이 있다.
정말 북한이 한 짓이라면 일정 기간, 어쩌면 생각보다 오랫동안 남북관계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언젠가 북한이 사과를 해야 할 것이고, 그 경우 우리는 남북관계에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바라고 있는 많은 것을 얻지 못할 것이고, 지금보다 더 참혹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지금까지 책임지지 못할 말들을 너무 많이 내뱉어 왔다. 대부분이 언론이나 무책임한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책임을 전면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그 근본적인 원인은 지금까지 끊임없이 도발을 자행해오고 불신을 키워온 북한의 업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증거도 없이 이렇게 성급하게 단정적으로 가해자를 규정하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다.
사회에서 발생한 사건에서도 증거를 찾기 전에 무리하게 범인으로 몰았다가 그가 진짜 범인임에도 초동수사 미흡이니, 과잉수사니 하여 오히려 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범인이 아닐 경우 국가는 손해 배상을 감수해야 한다.
▲ 필자 양무진 교수 |
북한은 어쩌면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을 위해 남측에 보낼 전화통지문이나 성명을 미리 준비해 두었을지도 모른다. 그 속엔 분명 같은 민족을 근거 없이 의심한 남측의 행동에 대해 그동안 남북간 합의를 내세워 논리적으로 따지고 사과를 요구할 것이다. 그럴 경우 언젠가 남북관계를 위해서는 반대로 우리가 사과를 해야 하고 남북관계 주도권마저 잃고 끌려가는 일이 생길까하는 걱정이 든다. 이것이 단순한 기우이자 상상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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