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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봄날'? 춘래불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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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봄날'? 춘래불사춘!

[해외시각] "다달이 나빠져…경제파탄 원흉들이 여전히 실세"

또다시 '미국 경제의 봄날' 얘기가 나오고 있다. 3월 고용보고서에서 미국의 고용이 3년만에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는 것이 거의 유일한 근거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비(非)농업부문 일자리가 지난 3월 16만2000개 증가했다. 이는 2007년 3월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지난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지난해 11월(6만4000명)과 올해 1월(1만4000명)에 이어 세 번째이면서 증가폭이 두드러졌고, 특히 그 중에서도 민간 부문의 취업자가 12만3000개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민간 부문 일자리 증가 폭도 2007년 5월 이후 최대이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자리 증가 통계를 지난 3일 경제회복 가능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긍정적인 소식'에 굶주린 탓인지, 이 지표를 근거로 '담대한 희망'을 확산시키려고 최고위 관료들을 홍보전에 대거 동원시켰다.

크리스티나 로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4일(현지시간) <NBC> 방송 '언론과의 만남'에 출연해 "고용보고서는 매우 양호하고 견고한 고용 성장을 보여줬다"며 "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로렌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ABC> 방송 '디스 위크(This Week)'을 통해 "미국의 고용 창출 과정이 개시되고 있으며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금융위기의 원흉'으로 꼽히는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서머스와 같은 <ABC>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낙관론에 힘을 보탰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경기가 자체 회복력을 가지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증가, 폭설로 줄었던 감소분 회복에 불과"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일자리 증가'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민망해진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실업률은 3개월째 9.7%를 유지했다. 또한 민간부문의 일자리가 12만 3000개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이는 대부분 전달에 폭설로 의한 일자리 감소분의이 원상회복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나마 인구 증가로 인해 매달 최소 1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꾸준하게 이어지지 않으면 9%대를 훌쩍 넘는 현재의 실업률이 감소하기 힘들다. 하지만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그동안의 고용 증가를 이끄는 큰 요인이었고, 갈수록 정부의 지원은 줄어들고 있어 최근의 고용 증가는 '반짝 회복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미국에서도 주요 경제평론가로 인정받는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 교수는 "미국의 고용이 최근 5개월중 3개월간 증가해 노동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면서도 "미국의 실업률은 아주 천천히 떨어질 것이며, 미국의 실업률이 경기침체 이전 수준까지 떨어지려면 5년 정도가 걸릴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실업자 중 6개월 이상 비율이 44.1%

무엇보다 미국의 실업률은 질적으로도 아주 나쁘다. 지난 3월 전체 실업자중 27주(반년)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는 사상 최고인 44.1%에 달했다.

미국의 논객 중 영향력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로버트 라이시는 4일(현지시간) 자신의 블로그 글을 통해 "지난 2일 발표된 고용보고서에서 민간 부문에서 11만2000개의 일자리가 늘었다고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미흡한 수준이다. 즉, 다달이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임금 근로자의 중위 소득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라이시는 "미국의 경제는 심각하게 망가졌다"면서 서머스 위원장과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을 그 원흉으로 지목했다. 라이시는 "금융위기에 가장 책임있는 사람 중 한 사람만 꼽으라면, 그는 앨런 그린스펀"이라고 단언했다.

그린스펀은 재임 기간 중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 금리로 낮추었고, 월스트리트 금융업체들이 이런 '값싼 돈'으로 투기하는 행태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라이시는 "금리 부담이 없다면 금융업체들이 대출에 적극 나설 것이고, 감독이 부실하다면 마구 대출에 나설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면서 "그 결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같은 거대한 거품 붕괴가 초래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라이시는 그린스펀과 서머스와 함께 '디스 위크' 출연자로서 이들의 발언을 지켜보며 분통을 떠뜨리기도 했다. 앞서 출연한 그린스펀은 "거품 붕괴는 누구도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자기는 책임이 없다"는 예의 주장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리스펀에 앞서 출연한 서머스는 "미국의 경제가 회복되고 있으며, 일자리 회복에 오바마 정부는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의회에 계류중인 금융개혁안이 통과되면 또다른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라이시는 "금융규제 실패에 가장 책임있는 사람 3명을 꼽으라면, 그리스펀과 래리 서머스, 그리고 로버트 루빈"이라며 싸잡아 비난했다.

라이시에 따르면, 1999년 이들 '3총사'는 상업은행이 투자은행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글래스-스티걸법' 폐지를 주도했다. 이 법의 폐지되면서 금융업체들은 고객이 맡긴 돈으로 '금융 도박판'을 벌였다. 그 결과 월가는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 또한 이들 3인방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파생상품 규제가 시급하다는 경고를 묵살했다.(☞관련 기사:그린스펀은 '물신(物神)의 사제'인가 )

현재 의회에 계류 중인 금융개혁안에 대해서도 라이시는 회의적인 평가를 했다. 하원과 상원이 별도로 마련한 두 가지 법안 모두 파생상품 규제에 허점이 많고, 헤지펀드 규제로 부실하다는 것이다.

미국 부자들의 '기부', 그 용처가 궁금하다

라이시는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들 법안 중 어느 것도, 이상할 정도로 월스트리트와 금융 모험주의에 기울어지고, 메인스트리와 진정한 기업가주의에는 인색한 기본적인 왜곡 현상을 바로 잡으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상위 25위에 드는 헤지펀드 매니저가 지난해 평균 30억 달러씩 벌었으며, 15%라는 낮은 연방 소득세율을 적용받고 있다"면서 "그들의 로비가 그만큼 성공적이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라이시는 지난 2008년 <슈퍼자본주의>라는 책을 통해, 시민은 사라지고 소비자와 투자자만이 존재하는 '슈퍼자본주의'의 도래를 경고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도 미국 경제의 본질은 '슈퍼자본주의'에 더욱 가까와진 것으로 보인다.

라이시는 '슈퍼자본주의' 국가체제는 부의 양극화가 극심하게 되며, 이런 국가에서 국민들이 '공동운명체'라는 주장은 '기만'에 불과한 헛소리라고 지적한다.

상류층은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싶어하며, 그들의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에 따른 기부는 '그들만의 사적 공간'에 투입된다는 것이다.

이들이 기부한 돈은 공립학교나 누구나 이용하는 공동체 시설에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사립학교나 명문대학, 오페라하우스 등 고급예술 시설, 최첨단 영리병원 등 '그들만의 공동체'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라이시는 "미국처럼 복잡한 정치시스템에서 책임있는 인물들을 특정해서 지목하는 것을 싫어한다"면서도 "미국의 경제는 올바로 가고 있지 않으며, 지금도 대통령에게 직접적 조언을 하는 사람(서머스)와 정책결정자들 사이에 여전히 상당한 영향을 행사하는 사람(그린스펀)들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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