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진앙 인근에 위치한 마울레 지역에서만 85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히면서 전국적으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칠레 국영 TV를 통해 말했다.
이번 지진은 사람들이 잠든 시간에 발생해 건물 붕괴에 따른 희생자는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쓰나미도 발생할 우려가 커 태평양과 맞닿아 있는 중남미 국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규모 8.8의 지진은 지난 달 12일 발생해 23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아이티 지진보다 1000배 가량 큰 위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뉴욕타임스>는 <CNN인터내셔널>에 출연한 지진 전문가의 말을 인용, 이번 지진이 아이티 지진보다 1000배 강력하다고 전했다.
수십개 도시에 쓰나미 상륙…여진도 이어져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진이 이날 오전 3시 34분(한국 시간 오후 4시 34분)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남서쪽으로 325㎞, 2대 도시 콘셉시온에서는 115㎞ 떨어진 태평양 해상을 진앙지로 발생했고, 진앙의 깊이는 59.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옆 나라 아르헨티나에서까지 감지될 정도로 강력했던 지진은 1분 30초간 이어졌고, 그 후로도 약 2시간 30분 동안 규모 5.6~6.9의 여진이 11건 발생했다.
쓰나미(지진해일)도 하나 둘 상륙하고 있다.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TWC)는 칠레의 해변도시 탈카우아노시 등 11개 도시에 27일 아침(현지시간) 2.34m 높이의 대형 쓰나미가 왔다고 밝혔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대재난 사태"를 선언하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그는 쓰나미로 칠레 해안에서 660㎞ 떨어진 로빈슨 크루소 섬 지역에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고 밝혔다. 현지 라디오 방송은 쓰나미로 후안 페르난데스 섬에도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수도 산티아고의 주민들은 지진이 발생하자 진동이 10~30초간 이어졌고, 놀란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거리로 뛰어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산티아고 국제공항은 폐쇄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통신과 전력, 가스가 끊겼다.
또한 '누에스트라 세뇨라' 교회의 종탑이 무너지는 등 산티아고에 있는 일부 건물이 붕괴되면서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다. 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아메리코 베스푸시오' 외곽순환 고속도로의 고가도로 구간 일부도 무너졌고, 남미 최대의 가요 축제인 '비냐델마르 국제가요제'의 마지막날 행사는 연기됐다.
진앙에서 가까운 콘셉시온은 폐허가 됐다. 칠레 방송에 비친 이 도시의 모습은 집들이 대부분 무너지고 고층빌딩들마저 구겨져 있는 혼돈 상황이었다. 거리 곳곳에는 부상당한 사람들이 아무런 구호 조치도 받지 못한 채 길바닥에 누워 있었고 일부만이 병원으로 옮겨지기 위해 들것에 누워 있었다.
칠레 방송들은 이번 지진으로 콘셉시온 대부분의 도로가 파괴되어 구호차량들이 부상자를 실어나를 수 없는 지경이라고 전했다.
▲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TWC) 홈페이지에 표시된 쓰나미 위험 지역 ⓒ프레시안 |
일본과 필리핀에도 쓰나미 경보…하와이 초비상
지진 발생 직후 칠레와 페루에만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던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TWC)는 몇 시간 뒤 태평양과 맞닿아 있는 모든 국가들에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
PTWC는 이날 "해수면 측정 수치에 따르면 광범위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쓰나미가 이미 한 차례 발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경보에는 일본과 러시아, 멕시코, 필리핀 등 주요 국가들이 포함됐으며 호주와 뉴질랜드 당국도 자체적으로 경보를 발동했다. 특히 PTWC는 하와이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기 위한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고등판무관은 성명을 통해 첫 쓰나미가 28일 오전 0시 50분께(한국시간 28일 새벽)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갬비어섬을 덮칠 것이라고 예보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성명은 이어 2시간 뒤인 오전 2시 50분 타히티 섬을 강타하고 25분 후인 오전 3시 15분에는 보라보라 섬에 도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등판무관은 "첫 지진해일이 상륙한 이후 최소한 2시간 정도 위험이 지속될 것이고, 규모가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주민들에게 해안지역에서 고지대로 긴급 대피하라고 당부했다.
콘셉시온 지역 통신 두절로 교민 피해 확인 불가
교민 피해 상황과 관련해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산티아고 교민 2000여 명은 안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진앙지 인근의 콘셉시온에 사는 교민 12명(4가구)은 연락이 닿지 않아 정확한 피해 상황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콘셉시온 시내는 전기와 통신이 두절돼 있어 우리 공관은 물론 칠레 당국조차도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교민들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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