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여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이티 지진에 이어 27일 칠레 중부 서해안에서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하는 등 올해 들어서도 피해 규모가 큰 지진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에도 규모가 큰 지진이 지구촌 곳곳에서 자주 발생해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냈다.
9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규모 7대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해 1천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같은달에는 미국령 사모아섬 일대에 규모 8.0의 강진으로 쓰나미가 발생해 200명 가까운 인명이 희생됐다.
작년 4월에는 이탈리아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해 약 300명이 사망했다.
이에 앞서 2004년에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인근 해저에서 난 규모 9.1 강진으로 쓰나미가 발생해 22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2003년에는 이란에서 규모 6.7의 지진이 나 3만여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규모가 큰 지진은 지질학적으로 볼 때 판(板)이 충돌하는 경계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밀도가 높은 해양판인 `나스카판'이 보다 가벼운 대륙 쪽 `남미판' 아래로 밀려 들어가는 경계가 바로 칠레 해안선이어서 이 지역에 대지진이 잦다는 것이 지질학자들의 분석이다.
관측 사상 최대였던 지난 1960년 규모 9.5 지진이 났던 곳도 이 지역이다.
일본과 미국 캘리포니아 서해안 등도 비슷한 이유로 지진이 잦으며, 이런 지역들이 태평양 주변에 고리처럼 배치돼 있어 이를 `환태평양 지진대'라고 부른다.
그러나 대지진이 꼭 판 경계에서만 나는 것은 아니고, 내륙에 있는 판 내부 지역에서 큰 지진이 나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대표적인 예가 1976년 중국 탕산 대지진이다. 규모 7.8의 이 지진은 24만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도시를 순식간에 폐허로 만들어 역사상 가장 피해가 컸던 지진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는 어떨까.
판 경계로부터 멀리 떨어진 한반도는 칠레나 일본 등 지진 다발지역만큼 우려가 크지는 않지만, 판 내부 지진의 위험이 있어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덕기 기상청 지진정책과장은 "1978년 이후 5차례 있었던 규모 5점대 지진 정도는 언제든 올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규모 6 이상 국내 지진의 관측 기록은 없으나 역사 기록을 보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봉곤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대규모 인명피해를 낼 수 있는 규모 6.0 이상의 강진은 우리나라에 200∼300년 주기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1월18일 북한, 중국과 접한 극동 러시아 지역에서 규모 6.7의 강진이 발생했고, 27일 칠레 대지진에 이어 일본 오키나와 부근 바다에서 규모 6.9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한반도 주변에서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는 것도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최근에 대지진의 발생 빈도가 늘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관측 기술과 장비의 발달 등으로 소규모 지진 관측 보고는 늘었으나 규모 6 이상 지진의 발생 빈도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박상미 기상청 주무관은 "인구와 건물이 밀집된 지역에서 난 아이티 지진 참사 등을 계기로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치 지진이 예전보다 많이 발생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봉곤 전북대 교수는 "최근 지진이 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전 지구적으로 대체로 일정하게 나고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며 "문제는 언제 어디서 나는가 하는 것인데 지금으로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이 분야 연구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진 방재 전문가인 정길호 소방방재청 연구관은 "지진 피해는 절대적인 지진 규모보다 인구와 건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나는가에 달려 있다"며 국가적인 지진 방재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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