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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 60년…한반도, 다시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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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정 60년…한반도, 다시 긴장 고조

[한반도 브리핑]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평화적 종결 이뤄내야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가고 있다.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立春)이 이미 한 달 전이었고 개구리도 겨울잠에서 깨어 활동을 개시한다는 경칩(驚蟄)도 지났다. 이렇게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게 자연의 이치이다. 왜 자연은 순환적인 변화를 지속하는 것일까? 그것은 또한 생명의 이치가 그러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세상이 그리고 자연환경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즉 운동을 그친다면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생명체도 운동을 멈출 것이고 운동을 멈춘 생명체는 더 이상 생명을 유지 보존할 수 없다. 운동이란 생명체의 본연적인 특성이며 운동을 멈춘 생명체는 더 이상 진화하지 못하며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이 우리가 아는 몇 안 되는 진리 중 하나이지만 마치 그것이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있다. 바로 한반도의 전시(戰時)상황이다. 여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가 전시 상황이야? 라며 어리둥절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미국을 위시로 한 국제연합군 측과 북한과 중국 측이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의 정전 협약서에 각각 사인함으로써 한국 전쟁을 일시 중단하였다. 정전(停戰)은 전쟁을 끝내는 종전(終戰)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전의 사전적 의미는 '교전 중 어떤 목적을 위해 한때 서로의 교전을 중지함'이다. 한국전쟁은 사전적 의미대로 한때 교전을 중지하였을 뿐이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것은 세계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긴 정전이며 매우 불안한 것이다. 왜냐하면 정전은 전쟁을 하는 쌍방의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고 긴장이 고조된다면 언제라도 전쟁이 다시 재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60년간 정전협정의 직접적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증진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2013년 3월 현재 한반도는 전쟁의 다시 시작될 수 있는 극히 위험한 상황을 맞고 있다.

▲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 광명성 3-2호 ⓒ연합뉴스

북한은 작년 12월 19일 로켓 추진체 은하3호를 이용하여 광명성3호2기를 위성궤도에 안착시키는데 성공하였으며 장거리 미사일 능력이 재고되었음을 증명하였다. 그리고 지난 2월 12일 제3차 핵시험을 강행하였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제3차 핵시험이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북한의 발표를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많은 정황을 고려해 봤을 때 북한의 핵무기 제조능력과 기술이 계속 재고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북한은 핵무기와 그것을 운반할 장거리 미사일을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즉 적대국인 미국을 자신들의 WMD 사정권 안에 넣음으로서)미국을 군사적으로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미국과 정상적인 관계 즉 국교가 수립되거나 우호적이지 않더라도 적대적인 관계가 아닌 상태에서 장거리 미사일이 될 수 있는 인공위성 발사와 핵무기가 될 수 있는 핵 시험을 하였다면 북한은 그야말로 호전적이고 도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전이라는 '한때' 교전을 중지한 상태에서 즉 전시상태에서라면 북한의 행위를 비이성적이고 호전적인 독재정권의 무언가를 뜯어내기 위한 '협박'으로만 볼 수 없다. 미국 역시 정전 후 60년간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남한에서 전술핵무기는 철수시켰으나, 여전히 남한을 핵우산이라는 방어망으로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방어와 공격은 같은 능력(capability)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방어망에는 공격이라는 옵션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한미 연합군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하여 선제타격전략 등이 포함된 구체적인 군사작전계획인 '작전계획 5027', '작전계획 5027-98', '신작전계획 5026', '작전계획 5030', '신 연합 작전계획 5012', '작전계획 5029'를 수립하고 이에 따른 군사 훈련인 키 리졸브(Key Resolve) 및 독수리연습(Foal Eagle)을 2011년부터 연례적으로 실시하여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북한의 전쟁 상대인 미국이 전술용 핵무기만 20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북한과 미국이 전쟁을 60년 넘게 끝내지 않고 지속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마치 세계의 삼성전자와 어느 지방의 중소기업 간에 전자시장의 일부를 두고 경쟁을 60년 동안 지속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현실적으로 이런 경우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시상태에서 소국(小國)인 북한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장거리 미사일과 핵 능력을 계발, 재고시키는 것을 북한의 호전성과 도발성에서만 찾는 것은 문제의 핵심과 심각성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군당국은 3월 1일부터 유사시 한국 방어를 위한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에 들어갔다. 이에 대응하여 북한군도 대규모 육해공합동 군사훈련을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정전상황에서 적대 관계에 있는 쌍방이 상대방을 목표로 군사훈련을 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훈련이 곧바로 본격적인 전쟁으로 비화(飛火)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은 3월 2일자 <로동신문>을 통해 이번 한미연합군의 이번 훈련을 자신들을 핵 선제 타격을 노린 예비전쟁, 북침 핵 시험전쟁이라고 훈련의 성격을 규정하면서 미국이 대화와 평화적 해결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물리적 대결이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만약 전쟁이 다시 시작된다면 한반도는 남과 북을 가리지 않고 초토화 될 것이며 복잡하고 얽혀있는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관계와 지형을 고려하였을 때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여론은 잠잠하며 전쟁 재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한국은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60년이라는 매우 긴 '정전'에 익숙하여져서 '정전'을 '종전'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상황의 심각성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안이한 인식과 태도에도 기인하고 있다. 미국은 한 번도 북한을 정당한 (legitimate) 상대로 대우하지 않았다. 소련이 붕괴하기 전에는 북한을 소련의 위성국가로 인식하였으며 소련 붕괴 후에는 중국에 기생하여 연명하는 나라로 간주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북한이 갖는 중요도는 늘 미미한 것이다. 사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책 (the American foreign policy towards North Korea)는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에 관련된 것은 오직 핵 문제뿐이다.

▲ 버락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오른쪽)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AP=연합뉴스

미국이 북핵문제를 바라보는 입장 또한 매우 안일하다. 미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식량 및 원조 또는 경제제재의 완화 등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쉬고 있지만 미국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이러한 안일한 인식과 태도는 사태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무시하고 한반도에서 긴장 고조를 방관하여 '정전'이 '실전'으로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전쟁은 북·미간의 전쟁만이 아니다. 한국은 정전협정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한국전쟁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이다. 정전이 종전으로 그리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은 남과 북의 체제와 이념을 떠나 한반도에서 살고 있는 모두를 위한 일이며 현재 가장 시급히 처리하여야 할 과제이다.

한국은 미국에게 한국전쟁이 평화롭게 종식되는 것이 한국의 요구임을 알려야 한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안일한 인식과 태도를 갖고 있는 것은 미국이 한국을 도와 한국전쟁에 개입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에도 기인하고 있다 (사실 한국전쟁 중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군통수권의 이양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당시 한국의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이 스스로 이양한 것이었으며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대부분의 미국인들도, 그리고 미국의 외교문제를 다루는 정치인조차도 남·북이 당사자인 한국전쟁을 미국이 한국을 도와 참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한국이 정식으로 미국에게 한국전쟁의 평화적 종결을 요구한다면 이것을 미국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거부할 이유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강조했다. 든든한 과학과 기술을 기반으로 미래에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역할을 맡게 될 미래창조과학부가 대통령 의중대로 신속히 만들어지지 못해 안타깝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게 진정 물러설 수 없는 절박한 문제가 있다. 바로 한국전쟁의 평화적 종결이다. 한국전쟁의 평화적 종결 없이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할 미래의 일자리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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