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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이티 중상자 후송 중단…책임 떠넘기기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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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이티 중상자 후송 중단…책임 떠넘기기 급급

연방정부-주정부-병원 '발뺌'에 의료진들 '대재앙' 우려

아이티 구호에 목청을 높이고 있는 미국이 지진으로 치명상을 입은 환자들을 미국으로 후송하는 일을 중단했다.

치료비용을 누가 댈 것이냐를 두고 연방정부와 주(州)정부가 '핑퐁'을 치면서 나온 이같은 조치에 따라 수많은 중상자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미국의 의료진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돈이 없어서'…'병원이 안 받아서'…'슈퍼 보울 때문에'

<뉴욕타임스>의 30일 보도에 따르면, 미 공군은 지진 때문에 척추를 다쳤거나 화상 등 치명상을 입은 아이티인들을 미국 본토의 병원으로 수송하는 일을 27일부터 중단했다.

지진 부상 환자의 대부분인 500여명을 수용하고 있는 마이애미주의 찰리 크리스트 주지사가 캐슬린 시벨리우스 연방 보건장관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치료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한데 따른 조치였다.

연방 보건부의 대변인은 후송 중단은 자신들이 아니라 군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고, 국방부 대변인은 병원들이 환자를 받기 꺼려하기 때문에 수송을 중단했다고 책임을 넘겼다.

그러나 플로리다주의 관리들은 플로리다주에 있는 병원들이 환자 수용을 거부한 게 아니라, 다만 플로리다 내 다른 도시의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2월 7일 사우스플로리다에서 슈퍼 보울(북미프로축구 결승전)이 열린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같은 보도가 나가고 국제사회의 비난 조짐이 일자 백악관이 진화에 나섰다. 백악관의 한 대변인은 <BBC>에 "돈과는 상관없는 수송상의 문제 때문에" 후송이 중단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환자 후송을 중단한다는 정책 결정이 이뤄진 것은 없다. 우리는 수많은 수송상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전례 없는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고, 후송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군 수송사령부의 대변인인 케빈 안달 대위는 "아이티 환자들을 받기를 꺼려하는 일부 주가 분명 있다"며 "구조 활동을 하고 있지만 환자를 데려다 줄 곳이 없는 상황에서는 누구도 데려올 수 없다"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중앙정부, 주정부, 병원들이 이처럼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후송 중단 사태가 길어지자 미국의 의료진들이 강한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의료 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의사인 바스 그린은 <BBC>에 "중상을 입었거나 불구가 된 사람들이 수십만인데 우리는 지금 몇 백 명밖에 미국으로 보내지 못했다"며 "가슴이 함몰되고 호흡기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아이들과 일부 어른들은 죽어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 국무부와 국방부, 국토안보부 등이 지금까지는 환자 후송에 협력해왔으나 어떤 "위로부터의 명령" 때문에 후송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미국인들, 아이티 아동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

한편, 아이티 어린이 30여 명을 데리고 국경을 넘으려던 미국인 10명이 인신매매 혐의로 아이티 경찰에 체포된 것도 미국으로서는 악재가 되고 있다.

이브 크리스탈랭 아이티 사회부 장관은 지난 29일 오후 2개월에서 12살 난 아이티 어린이 33명을 데리고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향하던 아이티인 2명과 미국인 10명을 경찰이 체포했다고 31일 밝혔다.

아이다호주의 교회 등에 소속된 미국인들은 어린이 100명을 모아 도미니카에 고아원을 설립한다는 '아이티 고아 구조 사업'을 계획중이었고, 아이티 현지 목사에게서 아이들을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크리스탈랭 장관은 미국인들이 어린이들을 아이티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데 필요한 서류를 갖추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행위가 입양이 아닌 납치라고 규정했다.

아이티 정부는 '지진 고아'들에 대한 인신매매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며 아동들을 해외로 출국시키려면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미국인들의 행위를 범법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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