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아이티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보트피플'을 본국으로 송환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클린턴 장관은 기자들에게 "많은 아이티인들이 포르토프랭스를 떠나 지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우리는 그들을 돕기 위해 더 많은 음식물과 의약품 등을 주도록 노력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클린턴 장관은 "(아이티인들에게)통상적인 이민법이 적용될 것이며, 이는 미국 해안으로 들어오려는 아이티인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못 박았다.
앞서 18일 미국 국토안보부 관계자도 "아이티판 대규모 보트피플 발생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불법 입국 시도자들을 아이티로 돌려보낼 방침"이라고 밝혔었다.
▲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의 주민들 ⓒ프레시안 |
미국의 '발 빠른' 대응…캐나다·세네갈의 '관용'
미국은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100만 명에 이르는 '지진 난민'이 발생해 대거 바다를 건너 미국으로 피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재빠르게 대응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먼저 미국 정부는 아이티 보트피플을 해상에서 검거해 쿠바에 있는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에 수용하는 계획을 검토했다. 이에 따라 현재 관타나모 기지는 대규모 난민을 대비해 천막 100개가 세워진 상태다.
또한 아이티 상공을 비행하는 미 공군 수송기는 주미 아이티 대사의 목소리로 녹음된 '선무방송'을 흘려보내고 있다. 아이티 대사는 방송에서 "잘 들어주세요. 조국을 떠나려고 보트에 뛰어올라서는 안됩니다. 결국, 조국에 송환됩니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규모 보트피플의 유입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미국 해안경비대 마릴린 파자도 대변인은 "현재로선 대규모 불법 이민이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해안경비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앞서 주미 아이티 영사관 관계자는 "아이티 불법 이민자들은 보통 북부나 북서부 지역에서 많이 나오지, 수도 포르토프랑스 지역은 해당 사항이 없다"고 보트피플 발생 가능성을 반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지레 경계감을 나타내는 이유는 이미 미국 전역에 아이티 출신 불법이민자들이 40만 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아이티인들은 그간 배고픔과 실직 때문에 불법 이민을 시도해 왔는데, 안전장치도 없는 선박에 과도한 인원을 태우거나 조악한 뗏목을 만들어 바다를 건너다가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되고 있다.
그러나 현지 구호 활동에 힘을 쏟고 있는 나라들에서는 아이티 이민자를 허가하는 방법의 구호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온다. 캐나다와 세네갈 정부가 '나라의 문호를 여는 방식'의 구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때문이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지난 14일 아이티 난민들에게 캐나다 이민의 문호를 넓히는 특별조치를 강구하고 캐나다 정착을 돕겠다고 말함으로써 미국과 대조를 이뤘다.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지 않은 세네갈 정부도 17일 아이티 국민들에게 자국으로 이주해 새 삶을 살아갈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포르토프랭스 엑소더스 계속돼
한편, 지진 열흘 째인 22일 현재 아이티의 치안 불안은 다소 완화되어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여진 때문에 포르토프랭스 시민들은 수도를 떠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방으로 가기 위해 수천 명이 발 디딜 틈 없는 버스에라도 올라타려고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버스 운임이 아이티 근로자 평균 임금의 3일치를 넘어가는 등 '엑소더스'가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이티 당국은 21일 포르토프랭스 외곽 '크루아 데 부케' 주변에 대규모 정착촌을 건립해 난민 40만 명을 이주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난민들이 흩어져 있어서 구호품 배급이 늦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유엔도 포르토프랭스 내 450여 곳의 난민 야영지에 흩어져있는 이들을 한 곳에 집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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