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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 대국' 北, '원전시대의 사우디'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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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늄 대국' 北, '원전시대의 사우디' 될 수도…

[한반도 브리핑] '강성대국' 비전을 보는 새로운 시각

21세기가 된지 이제 10년째다. 새 세기가 오기 전 많은 사람들은 기대를 가졌지만 종말론도 횡행했었다. 이제 21세기도 10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종말론에 관한 관심이 적어질 법도 한데, 지구 종말에 대한 관심은 책이나 영화를 통해 줄기차게 표출되고 있다.

최근 인기와 관심을 끌었던 <더 로드>(the Road)라는 소설과 영화는 인류 멸망을 소재로 삼고 있다. 영화 '2012'는 마야 달력을 토대로 2010년에 지구가 끝난다는 이야기로 한국에도 개봉되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종말론은 역사적으로 세기말에 늘 대두되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종말론이 나오고 있는 것은 환경파괴에 의한 기후변화, 자연자원의 고갈, 그리고 인간의 대립과 갈등이 전쟁이라는 물리적인 수단에 의해 종종 해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허버트 정점' 도달한 석유 자원

인류는 지금 생존과 번영을 위협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류는 제2차 대전 이후 화석원료인 석유로부터 대부분의 에너지원을 찾았으며 세계경제는 석유를 기반으로 발전되어왔다. 석유 없는 세계경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석유는 무한정 있는 자원이 아니라 채굴해 쓸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는 유한자원이다. 만약 석유가 고갈된다면 세계경제는 그 기반마저 흔들릴 것이며 존립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갈 수 있다.

1956년 지질학자 킹 허버트는(M. King Hubbert) 1970년대 초면 미국 내 유전의 원유 생산이 절정에 이르고 이후 고갈되기 시작해 심각한 사태가 초래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당시 쉘(Shell Oil) 등 정유회사들과 미 정부의 관계자들은 허버트를 정신병자로 몰아붙이며 미국 내 원유 생산은 새로운 기술과 유전 발견 등으로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 공표하였다.

그러나 정확히 1971년 미국 내 원유 생산은 급격하게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마저 원유 생산을 제한, 세계적인 오일 파동이 일어났다. 허버트는 살아생전 세계 원유 생산에 대한 예언을 하며 2004년에서 2008년 사이 세계적인 원유 생산이 절정에 이를 것이며 이후 급격하게 고갈되기 시작할 것이라 예측했고 다시 한 번 적중했다.

벌써 오래전부터 지질학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 아닌 사실이 되어 버린 '허버트 정점'(Hubbert's Peak) 즉, 석유 생산은 정점(peak)을 이룬 다음 급강하 한다는 이론은 이제 현실이 돼버린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원유 보유량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사우디가 얼마만큼의 원유 더 생산할 수 있느냐가 허버트 정점의 때를 가늠할 수 있는데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2008년 4월 23일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알리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석유 생산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 현재의 국제 유가가 치솟는 진정한 원인"이라고 털어놓았다. 리비아 국영 석유공사 사장도 "OPEC 회원국 중 어느 곳도 증산할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석유 생산은 이미 허버트의 정점을 지나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일 것이다.

'원전 러시' 시대

석유 고갈이 임박함에 따라 대체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태양광, 풍력, 지열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이미 석유를 대체하고 있거나 대체 대상으로 고려되는 것은 역시 원자력이다.

원자력은 폐기물 처리를 두고 논란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고, 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지만 태양광 같은 대체에너지원에 비해 저렴하고(시간당 1kW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태양광은 약 700원이 필요한 반면 원자력은 40원 정도 소요), 또 탄소가 배출되지 않아 화석원료의 대체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전력의 약 70%를, 일본은 약 36%, 그리고 한국은 약 41%를 원자력에서 얻고 있다.

최근 이상 기후들은 지구온난화에서 기인한다는 의견이 가장 강력하고, 그 주범은 이산화탄소 배출이라고 결정지어졌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것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화력 발전보다는 한동안 원자력 발전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는 원전 산업이 부흥기를 맞고 있다. 유럽에서는 1986년 4월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 후 20년 동안 숨죽였던 원전 건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원전 기술이 발전해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고, 원전이 연간 약 1억5000만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어 지구온난화 방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핀란드 올킬루오토섬에서는 이미 가동 중인 1,2호기에 이어 3호기가 2011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중이다. 프랑스의 프라망빌 외에 독일, 이탈리아, 발트 3국과 원전 합작 건설을 계획중인 폴란드를 비롯해 불가리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터키 등은 원전을 짓고 있거나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면 중국, 일본, 인도 등은 말 그대로 원전 건설 열풍이다. 세계 제2의 에너지 소비 국가로 부상한 중국은 현재 원전 9기를 운용하고 있으나 2020년까지 30기를 추가 건설해 원전 의존율을 1.4%에서 4%로 늘릴 예정이다. 현재 14기를 가동중인 인도도 2012년까지 17기를 추가로 지어 의존율을 3%에서 30%로 높일 계획이다. 또한 55기를 운용 중인 일본도 현재 의존도 30%선에서 25년 내에 4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도 103기의 원전을 가동중인 미국은 2025년까지 중동에 대한 석유의존률을 75% 이상 줄이겠다면서 15기 이상을 새로 짓겠다고 2005년 발표하기도 했다. 러시아 또한 2010년 완공을 목표로 5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고, 2020년까지 20기를 더 지을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이집트와 터키도 원전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0년까지 세계적으로 130개 이상의 새 원전이 건설돼 지금보다 그 수가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 "원자력 산업이 지난 30년 동안 정체됐지만 앞으로 2020년까지 총 200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 자금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전 건설 붐은 중동에서도 불고 있다. 지난 12월 한국전력공사를 주계약자로 한 컨소시엄은 아랍이미리트연합(UAE)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왜 산유국인 UAE에 원전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UAE뿐만 아니라 사우디를 포함한 산유국이 모여 있는 중동 국가들 대부분은 원전 건설 계획을 가지고 있거나 이미 리비아와 이란은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 특히 원유생산국이 원전을 건설하는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자국의 원유 생산이 허버트 정점에 도달했거나 지났기 때문인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원전 산업이 다시 부흥기를 맞으면서 원료가 되는 우라늄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우라늄 가격은 1978년 1kg 당 20달러 수준에서 100달러로 급등한 후, 2000년 후반까지는 다시 2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2001년 이후 다시 급등해'옐로우 케이크'라 불리는 산화우라늄(U3O8) 1파운드의 2007년 평균 가격은 99.3달러로, 전년에 비해 98.9%나 올랐다. 특히 2008년에는 우라늄 최대 생산국인 호주의 광산이 폭우로 침습되고 캐나다의 우라늄광도 비 피해를 입으면서 한 때 파운드 당 134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2000년 12월 1파운드당 7.1달러에 거래 된 것과 비교하면 7년 만에 최대 20배까지 오른 것이었다. 현재는 가격이 좀 내려서 60~7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기는 하지만 원전의 증가속도를 감안할 때 우라늄 가격이 갈수록 폭등할 것이라는 전망은 쉽게 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핵에너지기구는 세계 우라늄 총매장량이 474만3000톤이라고 발표했다. 그 가운데 호주의 매장량이 114만3000톤으로 가장 많고, 카자흐스탄(81만6000톤), 캐나다(44만4000톤), 미국(34만2000톤), 남아프리카공화국(34만1000톤)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반해 세계 우라늄 수요는 2006년 7만7000톤에서 2010년에는 8만5000톤으로 증가했고, 오는 2015년경부터는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에너지기구는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우라늄도 50년 뒤면 고갈될 것으로 전망한다.

▲ 영변 핵시설 내부 모습 ⓒ외교통상부 제공

선군정치-경제정책-핵협상 엮는 새로운 시각

그런데 핵에너지기구의 조사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다량의 우라늄 매장량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바로 북한이다. <뉴욕타임스>는 2004년 5월 23일자 기사에서 백악관 트렌트 두피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북한에 고품질 우라늄 400만 톤이 매장돼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일제시대 자료에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200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북한의 핵무기 제조기술에 대한 질의 과정에서 "북한에 2600만 톤의 우라늄이 매장돼"있다고 언급했고, 정세균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이 이를 확인한 바 있다.

현재 북한의 우라늄 광산은 황해북도 평산과 평안남도 순천에 있고, 정련공장은 황해북도 평산과 박천에 한 곳씩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채(可採) 매장량만 세계 총매장량에 육박하는 400만 톤이고 총매장량은 세계 총매장량의 5배가 넘는 2600만 톤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것이 모두 사실이거나 사실에 가깝다면 북한은 원유 시대에 사우디가 원유생산대국이었듯이 원자력 시대의 잠재적인 우라늄 생산대국이 될 것이다. 또한 북한에는 국토의 80%에 걸쳐 200여 종의 유용한 광물자원(석탄, 철광석, 텅스텐, 마그네사이트, 몰리브덴, 니켈, 코발트, 탄탄륨, 지르코륨, 베릴륨, 금, 은)이 분포되어 있으며, 대한광업진흥공사의 추정에 따르면 그 3719조 원 이상이다.

북한이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연다고 하는 것을 두고 북한 전문가들은 주로 김정일의 후계 구도와 연결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정황 특히, 인류의 주된 에너지원의 전환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결코 후계 구도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일단 북한은 핵 기술과 장거리 미사일 능력의 재고를 통해 체제 안보를 완성했다고 보는 것 같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저항세력을 아직도 완벽히 제압하지 못하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가지고 북한을 침공해 군사적으로 제압한다는 것은 이미 선택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북한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고난의 행군' 시절 모든 것을 군사 부문에 우선적으로 집중한 북한이 얻은 것은 외부로부터 자신의 체제를 보호할 수 있는 군사력의 강화였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2002년부터 시작된 경제관리 개선 조치는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핵과 장거리 미사일 체계가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본 북한은 2002년 7.1조치를 통해 그동안 방치되어 풀뿌리 시장으로 연명하는 민생경제에 대한 계획의 합리화 조치를 취함으로써 시장의 확장과 만연을 제한했다. 그리고 2009년 동원 체제인 '150일 전투' '100일 전투' 등을 통해 경제의 정상화 즉, 계획의 정상화를 추진했다. 이어 작년 11월 단행된 화폐개혁은 국가의 경제 장악을 완성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조치는 단순히 국가의 압력과 물리적인 수단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노동자의 봉급을 올려주는 등 인센티브를 주었을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이제 체제를 지킬 수 있을 만큼의 군사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그동안 군사 부문에만 집중했던 국가 투자를 민생경제에 돌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북한이 현재 경제 부문에서 진행시키고 있는 것은 경제에서 국가가 완전한 주도권을 잡고 그것을 행사하는 조치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러한 체계가 완성되는 (혹은 완성시키려는) 시점을 2012년으로 잡고 있다고 분석된다.

현재 북한은 6자회담 복귀에 앞서 미국·중국과의 평화협정 회담을 시작하고, 미국과 체제 보장에 관해 협의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해제하거나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과의 양자 협상을 통해 평화체제에 관한 보장을 받은 뒤 6자회담에 복귀해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때 북한은 시간은 결코 미국 편이 아니라고 판단할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석유가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우라늄 및 현대 산업에 필수적인 광물질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한 고려 사항일 것이다.

따라서 6자회담을 두고 북한과 미국의 줄다리기가 장기화된다면 북한은 추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을 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할 것이다. 자신들의 요구를 철회하면서까지 6자회담에 복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금까지 자의반타의반으로 석유라는 자원 없이 또는 석유 활용을 극소화시키면서 국가경제를 운영했다. 그와 더불어 북한이 대체에너지원으로 떠오르는 우라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고, 그것을 가공(농축, 재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 국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은 다가오는 석유 고갈 시대나 미국과의 협상에서 결코 불리한 위치에 서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의 '강성대국론'은 단지 김정일의 아들로의 권력 승계를 위한 것이거나 체제 수호를 위한 수구적 구호가 아니라 역동적인 세계정치·경제에서 북한이 추구하는 목표를 현실에 기초로 만든 비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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