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사실상 실업자 400만 명'이 증시에는 호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사실상 실업자 400만 명'이 증시에는 호재?

[분석]"정부가 성의 있는 고용통계 지표 개발해야"

"17일 발표됐던 통계청의 실업수치(사실상 백수가 408만 명, 인구 10명 당 1명)... 이는 경기회복의 불투명성을 보여주는 지표였지만, 아이러니하게 출구전략이 지연될 것이란 예측을 가능하게 해 호재로 작용했다.

현재 증시에서 최대 악재는 출구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출구전략이 본격 시행되면 주식시장에 흘러들어온 시중 유동성이 안전 자산으로 빠져 나가게 되면서 유동성 장세가 마무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기 때문. 이 때문에 나쁜 뉴스가 무시되고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는 전형적인 강세장(낙관이 팽배한)의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1년 세미나에서 "아직 세계경제의 구석구석에 금융위기의 불씨와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은 여전히 취약하다"며 "현 시점에서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할 경우 경기회복의 기운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있다"며 출구전략 지연을 시사했다..."
(<머니투데이> 19일자 기사)

'출구전략' 논란 속에 쏟아지는 '사실상 실업자' 기사


위에 인용한 기사의 취지를 요약하자면, 현재 증시의 최대 악재는 '출구전략 시행'인데, 증시와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실업자' 통계는 악재가 아니라, 출구전략이 시기상조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최근 <연합뉴스>가 생산하고, 다른 언론사들은 받아쓰기 바쁜 '사실상 실업자' 기사의 배경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출구전략을 원하지 않는 이해관계자들이 이런 기사들을 부추기거나 내심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실상 실업자' 기사를 고용 문제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기 위한 좋은 뜻으로 다루는 언론사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취지의 좋고 나쁨'과 관계없이, 무분별하게 부풀려지는 통계는 또하나의 거짓말이며 악용될 위험마저 있다.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등에 정부가 동원하는 통계나 여론조사가 '부실·조작' 논란을 빚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 통계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를 제대로 알고 쓰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 통계는 <머니투데이> 기사처럼 '통계청 발표'도 아니고, '통계청에 따르면'이라고 출처를 밝히기도 어폐가 있는 '근본 없는 통계'다.

그나마 '비공식 통계'라는 것을 밝힌 <노컷뉴스> 19일자 기사를 보자.

"사실상 백수 400만명 시대라는 비공식 통계에서 '백수'의 범주에는 정부가 발표한 공식 실업자를 비롯해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쉬었음 인구,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공식실업자는 88만 9천명, 구직단념자는 16만 2천명, 취업준비자 59만 1천명, 쉬었음 147만 5천명, 그리고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는 96만 3천명이다. 이를 모두 합산하게되면 '사실상 백수'는 408만명에 달한다."

이 기사에 따르면,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취업준비자와 '쉬었음'에 해당하는 사람들도 '사실상 실업자'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경제활동인구'를 분모로 하고 '사실상 실업자'를 분자로 한 '사실상 실업률'은 공식실업률 3.6%의 무려 4배에 달하는 15% 정도가 된다.

또한 흔히 '생산가능인구 또는 경제활동 가능인구'라고 비공식적으로불리는 '15세 이상 인구'(2009년 4009만2000명)와 대비하면, 일하고 싶은데 일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10명 중 1명 꼴이라는 것이 된다.

'구직 의사'의 객관적 측정 기준은 무엇인가

하지만 고용통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용통계에서 '경제활동인구'에 '주관적인 구직 의사'까지 포함시켜 '사실상 경제활동인구'와 '사실상 실업자'를 통계로 잡자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주관적이며 임의적'이어서 통계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은 '구직 의중'과 '구직 의사'를 혼동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부조차 적절한 일자리가 주어진다면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이런 주부는 '구직 의중'을 갖고 있지만, '사실상 실업자'로도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구직 의사'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는 '구직활동'으로 파악된다. 그것이 바로 취업자가 아님에도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는 실업자의 기준이 된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은 '조사대상 한 주'에 구직활동을 했느냐이고, 경제협력기구(OECD) 기준은 '조사 대상 한 주를 포함한 지난 4주'에 구직활동을 했느냐다.

우리나라 통계청이 발표하는 공식 실업자 89만 명은 OECD 기준으로 한 것이다. 4주 동안 구직 활동을 한 주가 한 번이라도 있으면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된다. 이런 구직활동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없으면 실업자로 잡히기 때문에, ILO 기준보다 더 폭넓은 것이다.

4주 동안 한 번이라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은 '구직 의중'은 있다고 해도, '구직 의사'가 있다고 볼 '객관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쉬었음'과 '구직단념자'는 범주가 다른 통계

게다가 '사실상 실업자'에 포함되는 구직단념자와 '쉬었음 인구'는 통계 범주가 다른 것이어서 단순 합산하는 것은 무리다.

'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조사대상 한 주를 포함한 지난 1년 동안 한 번이라도 구직활동을 한 주가 있는 사람'들 중에서 '취업 의사와 능력'이 있어서 적절한 일자리가 주어진다면 당장 일하겠다는 사람들을 별도로 분류한 것이다.

이 지표를 별도로 만드는 이유는 이들은 언제든지 경제활동인구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반면 '쉬었음'은 비경제활동인구를 활동상태별로 나누었을 때, 주부, 학생, 연로자, 심신장애자 등 통상적인 비경제활동인구의 분류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구직단념자'와 '쉬었음'은 범주가 다른 개념이다. '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특별한 기준에 맞춰 뽑아본 것이기 때문이다.

'쉬었음'에 해당하는 147만 5000명을 '사실상 실업자'에 포함시키는 근거는 '구직 의중'을 갖고 있다고 전제가 깔려 있다. 그렇다면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하는 다른 많은 사람들도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주당 18시간 미만 근로자라고 해도 추가 취업을 원하는 비율은 10%임에도, 전부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하는 것도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 경기도 수원 고용지원센터애서 구직자와 상당하는 임태희 노동부 장관. ⓒ뉴시스
"정부의 성의 없는 통계가 논란 자초"

'사실상 실업자' 통계 논란에 대해 김병권 새사연 부원장은 20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정부의 공식실업률 통계가 성의가 없는 것은 사실이 아니냐"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구직의사를 확인하는 설문 조사 자체가 부실해서 공식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의 실업률 통계에 대한 불신감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가 처음으로 100만 명이 넘고, 실업급여 수령자도 130만 명이 넘었다"면서 "정부가 말하는 실업자가 최소한 실업급여 수령자보다는 많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실업급여 신청자는 지난해 한 번이라도 신청한 사람을 합한 것이고, 실업급여 수령자도 지난 한 해를 합한 것"이라면서 "매달 집계하는 공식 실업자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부원장은 선진국처럼 국제기준에 따른 분류 이외에도 실질적인 고용 대책을 위한 다양한 지표가 마련되어야 하지만, 정부는 오직 '공식 실업률'만 제시하고 있어 제대로 된 고용대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지난 18일 간부회의에서 "현 실업률이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감이 있다"며 "공식 실업률 통계에서 빠지는 부분 등을 보완해 정책 입안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실업률 지표를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김 부원장은 "실무진들의 면면을 볼 때 실질적인 성과가 나올지는 솔직히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가 노동시장의 이런 비판의 취지를 제대로 받아들여 '성의 있는 지표' 개발에 진정성을 보여야 '부풀려진 사실상 실업자' 통계가 사라질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