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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 미국에서는 '성탄선물'…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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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 미국에서는 '성탄선물'…한국은?

크루그먼 "부족하지만, 이제야 미국민 전부가 혜택받게 됐다"

우리나라는 수십년전 전부터 시행해온 '국민건강보험' 제도 관련법안이 이제야 의회에서 통과돼 '성탄선물'이라며 기뻐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세계 최대 부국이라는 미국이다. 1912년 당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국민건강보험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이후 의회 통과라는 결실을 맺기까지 100년 가까이 걸렸다.

하지만 이번 건강보험 개혁안 통과의 대가는 비쌌다. 미국 의회는 완전히 분열된 상태에서 오직 다수결의 힘으로 가까스로 건보개혁안을 통과시켰으며, 아직도 최종 단일법안이 만들어져 시행에 이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오바마 대통령은 '1세기만의 승리'라는 건보개혁안의 의회 통과를 위해 타협을 거듭했다. ⓒ연합뉴스
건보개혁안, 양원 모두 아슬아슬한 통과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은 60대 39로 상원이 독자적으로 마련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대 39표는 모두 공화당 의원으로부터 나왔다. 공화당 의원 한 명이 불참해 반대표 하나가 줄었을 뿐이다. 또한 공화당이 표결을 무한정 지연시킬 수 있는 '필리버스터'를 봉쇄하기 위한 절대다수표(60표)를 얻기 위해 민주당 지도부가 무소속 2명에게 찬성표를 확보하고, 당내 반발 의원들을 무마하기 위해 상원 법안은 하원 법안에 비해 개혁성이 크게 훼손됐다.

물론 하원 법안도 지난 11월7일 가결 정족수보다 불과 두 표 많은 찬성 220표로 반대(215표)에 불과 5표 많은 근소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통과되기까지 많은 변질이 있었다. 이때문에 진보 성향이 강한 민주당 하원의원 39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내년 1월말 오바마의 서명 계획도 불투명

이처럼 어렵게 하원과 상원을 통과했지만 양원제인 미국 의회시스템 상 다시 단일법안을 위한 조정과정을 거쳐야 한다. 민주당은 내년 1월 첫 주에는 상·하원 법안조정회의에서 단일안 마련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2월초 의회에 예산을 보고하기 전인 1월말 단일안에 서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내년 11월 치러질 중간선거까지 건보개혁안 시행을 저지하려는 공화당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쟁점을 물고 들어져 최대한 시간을 지연시키고 중간선거를 앞두고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구를 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을 포섭하거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독주를 저지할 만큼의 의석을 새로 확보할 수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이들은 이 기괴하기 짝이 없는 법안의 반대여론이 얼마나 급속히 퍼지고 있는지를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면서 "나와 동료들은 반드시 법안의 시행을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상원 법안을 기준으로 할 때 이미 건보개혁안은 국민건강보험이라고 부르기에 어색할 만큼 훼손됐다. 그나마 공공보험(정부가 보험사를 설립해 민간 보험사의 보험료 인하를 유도, 저소득층의 보험 가입을 보다 용이하게 만들기 위한 제도) 조항마저 상원 법안에서 삭제됐다.

크루그먼 "국민의료보험 원칙 확립만으로도 자축할 만"

하지만 '진보의 양심'으로 자처하며 건보개혁안 도입을 위해 민주당과 버락 오바마를 지지해 왔다는 폴 크루그먼 교수는 상원 법안 통과 직후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지 않느냐'면서 이번 법안 통과를 '진보진영의 승리'로 자축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크루그먼 교수에 따르면, 이 법안이라도 내년에 시행되고 새로운 제도가 전면 실시되는 2014년부터 건강보험 혜택이 크게 달라진다. 그 이전이 너무 열악했기 때문이다.

민간보험 혜택을 주는 기업에 속해 있거나, 과거 병력이 별로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자기 돈으로 제대로 된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미국인은 드물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건보개혁에 열정을 보이는 이유도 개인적으로 겪은 아픔과 무관하지 않다. 오바마는 자신의 어머니가 지난 95년 52세의 나이로 난소암으로 사망하기 전, 암보다도 보험으로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더 걱정했다는 개인사를 고백하며, 건보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3억 명의 미국인 중 50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의료보험 사각지대에 있으며, 한 해 수백만 명이 병원비 때문에 파산하는 미국 의료보험의 실태는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폭로 영화 <식코>에서 충격적으로 보여졌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는 과거 병력을 이유로 가입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자기 돈으로 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정부 보조금을 지원해 준다.

이때문에 크루그먼 교수는 "보험료가 저렴해지는 것도 아니지만 불충분하나마 미국이 이 법의 시행으로 훨씬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기뻐했다.

그는 미국 건강보험시스템을 국영으로 하거나 최소한 공공보험과 민간보험을 경쟁시켜야 한다면서 불만을 제기하는 일부 진보진영에 대해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면서 "더 많은 것을 바란다면, 60석을 확보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상원의 규정부터 바꾸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번 법안은 모든 결함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업적"이라면서 "수천만 명의 미국인들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받게 되고, 모든 국민에게 더 큰 사회보장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비록 미흡하지만, 이 법안은 모든 미국인들이 필수적인 건강보험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는 원칙을 확고히 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크루그먼 교수는 "이 업적이 나오기까지 진보 운동이 큰 기여를 했다"면서 "진보진영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되지만, 스스로 그리고 미국을 위해 큰 승리를 거둔 것으로 자축해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꾸로 한국', 미국 망친 '의료산업화' 추진 논란

이처럼 미국은 100년이나 걸려 국민건강보험의 개념을 확립한 것 자체만으로도 기뻐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이 부러워하는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허물고 사실상 미국식 민간의료보험시스템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려는 정책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의 입장은 '의료산업화'를 명분으로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는 영리병원을 활성화시켜 비급여 의료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시민사회와 야권에서는 영리병원 도입은 국민건강보험시스템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주식회사형 병원들은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원하지 않는 부유층 환자를 진료하여 수익 극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고,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고가 의료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집중하게 된다.

처음에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충적 성격으로 선을 보이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건강보험은 부실해진다.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면 국민건강보험료를 평균보다 많이 내는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국민건강보험을 탈퇴하게 해 달라는 요구가 늘어나, 결국 칠레처럼 국민건강보험이 붕괴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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