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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섹 "한국, 호주처럼 금리 인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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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섹 "한국, 호주처럼 금리 인상할 때"

통화승수 상승 속도, 호주·중국 이어 3위

<블룸버그> 통신의 아시아담당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이 21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한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에게 '호주의 길'을 따를 것을 권고하고 나서 주목된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불리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내려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발을 맞췄다. 한국도 지난해 10월 5.25%였던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올해 2월 2%까지 내렸다.

호주, '나홀로 ' 금리 인상 행진

하지만 호주는 지난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0.75%포인트 올려 현재 3.75%가 되었으며, 내년 2월에 또다시 0.25%포인트를 올릴 가능성에 대해 최근 시장의 예측 확률은 60%까지 높아졌다.

글렌 스티븐스 RBA 총재는 12월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지난 10월부터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한 것은 실질적인 긴축 정책임을 보여준다"면서 "경제의 심각한 침체 위기는 지나갔으며, 통화 완화 정책의 점진적인 철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웨인 스완 호주 재무장관은 "호주 경제는 회복되고 있으며, 이는 금리가 점진적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로 유지하고 있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이러한 모습은 한국과 대조적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구두 발언만 간간히 할 뿐 실제로는 금리를 동결해 왔다. 이 총재는 금리를 올리고 싶어하지만, 정부의 압력에 의지를 꺾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은 아직 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호주의 사례, 중국과 한국 등에 지침 제공"

이에 대해 페섹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막으려는 호주 중앙은행장의 결단이 세계 14위인 호주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내면서 "호주의 사례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 대만 등 금리 인상을 미루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게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섹이 '호주의 길'을 따를 것을 권고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통화팽창에 의한 자산거품이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가능성이 우려되는 곳이다. 페섹은 "이들 나라들은 호주처럼 행동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현재의 자산거품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해 2010년을 불필요하게 불안정한 한 해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처럼 '거품은 사전에 인식할 수는 없다'는 지론을 펴는 정책당국자나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글렌 스티븐스 RBA 총재는 거품을 우려해 금리 인상을 단행, 주요 경제국 중 처음으로 출구전략으로 선회한 나라로 주목받고 있다.

페섹도 "거품 붕괴로 초래된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또다시 거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정치적으로는 편리하겠지만, 큰 위험이 따른다"면서 "거품으로 부추긴 성장은 질보다는 양에 치중한 것으로 진정한 회복이라고 보기 어려운 공허한 성장"이라고 지적했다.


"부를 창조하기보다 부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페섹에 따르면, 부를 창조하기보다는 부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균형을 잃은 위험한 경제를 이끌었다. 따라서 아시아의 통화정책당국들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페섹은 "이들 아시아 지역의 자산가격, 나아가 경제성장률은 경제 펀더멘털보다는 비정상적인 저금리에 의해 부풀려졌다"면서 "정책당국은 호주처럼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나서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페섹은 현실적으로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발휘하기 힘든 점을 우려했다. 지난 18개월 동안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는 개념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되었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장이 유명인사가 된 경제

페섹에 따르면, 중앙은행장은 원래 유명인사에 속하지 않는다. 조용히 중요한 일을 하는 직책이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만 해도 미국에서 중앙은행장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그린스펀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카메론 디아즈와 함께 나란이 대중잡지 <피플>을 장식하는 인물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 대해 페섹은 "금융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것을 반영한다"면서 "중앙은행의 정책들이 예전보다 중요해지고, 투자자들은 이익을 보장받기 위해 중앙은행에 의존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기대에 의해 만들어진 모럴 해저드는 지난 15년 동안 시장의 호황이 만들어낸 유산 중 하나로 지금도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섹은 "스티븐스 RBA 총재의 사례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면서 "그는 금리 인하 정책이 지나친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결단을 내린 것"면서 '호주의 은행들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더 많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려 정부의 비난을 받고 있을 정도로 주택거품 차단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티븐스 RBA 총재는 지난 8일 연설에서 "2009년은 2008년보다 안정되어 재미가 덜했다고 하지만 지루할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향후 경제가 불안해질 가능성에 대해 경계감을 드러냈다. 또한 "주요 경제국에서 금융기관들에 대한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은 막대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있다"면서 개탄하기도 했다.

페섹은 "2010년을 가능한 한 안정되게 만들려는 그의 노력은 중앙은행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면서 "지루할 정도로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아시아가 필요로 하는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통화량, 급증 추세

'지루할 정도로 경제를 안정시킬 필요'가 큰 나라로 한국은 호주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도 나왔다. 우리나라가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최근 통화승수 상승 속도가 최상위권에 속한다는 점은 특히 주목된다.

통화승수의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것은 인풀레이션 압력이 높아 금리 인상 필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투자증권이 지난해 12월 이후 최근까지 G20 국가들의 상대적 통화승수 변화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호주가 1.43배으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어 중국(1.18배), 한국(1.17배) 순으로 통화승수 상승 속도가 높았다.

특히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10월 중 통화 및 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시중통화량을 보여주는 광의통화(M2)의 증가율은 10.5%로 지난 4월 10.6% 증가한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하이투자증권은"우리나라는 G20 국가들 가운데서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높은 국가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은 통화승수 상승 속도가 0.96배, 유럽연합(EU)은 0.92배로 금리 인상 압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최근 디플레이션 진입을 선언한 일본은 통화승수 상승 속도가 0.00배로 나타나 출구전략 논의의 예외 국가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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