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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서 드러난 한미 정상의 숨은 인식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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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서 드러난 한미 정상의 숨은 인식 차이

MB "북한과 아무런 합의점 없어" 오바마 "9.19공동성명은 우리의 목표"

취임한 지 2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다뤄야 할 최고 아젠다인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19일 한미 정상회담에 뒤이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논리적으로 충돌되는 발언과 현 정세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을 내놓음으로써 정세 인식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은 모두발언 초반, "오바마 대통령과 나는 핵우산과 확장억지력을 포함한 공고한 한미 안보태세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발언 후반부에 "특히 나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내년 4월 미국이 개최하는 핵 안보 정상회의에 참여해 성공을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우산은 한국이 누군가로부터 핵 공격을 받았을 때 미국이 핵무기로 응징한다는 개념이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이 주창하는 '핵무기 없는 세상'은 그런 핵무기를 줄여나가자는 것이다. 목표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논리적으로 충돌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그 두 가지를 한꺼번에 언급했다는 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기 충분했다.

▲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공동 기자회견 장면 ⓒ연합뉴스

북핵 문제에 관해서는 양국의 '숨어 있는' 불일치가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두 정상은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본인이 '그랜드 바겐'으로 제시한 일괄 타결이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은 공동의 접근방식에 완전히 의견이 일치한다"고만 말했다. '그랜드 바겐'이란 단어를 단 한 차례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지난 9월 그랜드 바겐이 처음 제시됐을 때부터 드러났던 미국의 거부감이 계속되고 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었다.

더욱 문제가 됐던 것은 기자의 질문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이런 답변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북한과 협상했지만 일보 전진하다 일보 후퇴해서 오늘날까지 아무런 합의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유엔 안보리 결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제공조가 완벽하게 되고 있고, 그런 면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아무런 합의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발언은 2005년 9.19 공동성명 등 북핵과 관련한 기존의 합의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과도 맞지 않을 뿐더러, 그 합의를 인정치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9.19 공동성명을 높이 평가하는 건 물론이고, 그 하위 이행계획서인 2.13 합의와 10.3 합의에 대해서도 '복원되어야 할 숙제'로 여기고 있다.

일례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2일 <연합뉴스> 서면인터뷰에서 "9.19 공동성명이야말로 우리가 성취해야만 하는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북핵 진전을 위해 어떤 프로세스를 밟아야 하는지에 대해 한미간 의견이 다른 것이다.

또한 이 대통령이 "국제공조"라는 것에 대해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한 협력으로만 좁혀서 보고 있다는 점도 자의적인 상황 인식이다. 북핵에 대한 국제공조는 '제재에 대한 공조'도 있지만 미국과 중국이 이끌고 있는 '대화 공조'도 있다. 지난 8월 이후로는 후자가 전자를 압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안보리 제재라는)국제 공조가 완벽하게 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발언 직전 오바마 대통령은 대북정책 특별대표인 스티븐 보즈워스를 내달 8일 북한에 파견한다고 발표함으로써 북미 양자대화라는 진짜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음을 알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해 "긴밀한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혹은 "평화적으로 해결할 문을 열려 있다" 등 막연한 말만 되풀이했던 것은 두 정상의 이 같은 인식 차이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묘한 분위기 속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핵문제에 관한 미국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5~6분 가량을 소모함으로써 옆에 서 있던 이 대통령을 무안케 했다.

자리와 상관없이 최대 현안만을 집요하게 묻는 게 미국 기자들의 특징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전체 시간 30분 중 20% 안팎을 다른 이슈에 할애한다는 건 그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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