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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이후 최악의 실업률, 경기침체 탓 아니다"

크루그먼 "노동시장 유연성 운운할 때 아니다"

미국 경제가 침체기를 벗어난 것을 보여주는 일부 지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용시장은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10월 기준으로 실업률이 두자릿수를 돌파하고, 구직 단념자나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되는 단시간 근로자 등까지 포함한 실질 실업률은 17.5%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발표는 이미 나왔다.

이에 더해 장기 실업률도 대공황 이후 최고치라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주말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15주 이상 실직 상태에 있는 장기 실직자(15주 이상 실업)의 비율은 10월 기준 5.7%로 미국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48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전 최고 기록인 1982년의 4.2%를 크게 능가한다는 점에서 실업률에 관한 한 대공황 때를 방불케 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다.

27주(반년) 이상 실직자 수도 560만 명, 3.6%로 역시 통계 집계 이후 최고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난 3년 간 실업률 상승폭도 5.8%포인트로 전후 최고 기록이었던 1982년 11월까지 3년 간 4.9%포인트 상승 기록도 깨졌다. (☞관련 기사:못믿을 경제성장률…체감경기와 다른 이유)

▲ 폴 크루그먼 교수. ⓒ로이터=뉴시스
경제대국 미국과 독일, 경기침체 속 판이한 고용시장 상황

아무리 이번 경기침체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고용시장이 이처럼 붕괴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일까. 이에 대해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미국의 고용정책이 사실상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해 주목된다.

크루그먼 교수는 우선 다음과 같이 의문부터 제기한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불어닥쳤지만 그 타격은 나라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 경제대국에 속하는 나라들끼리도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과 독일의 예를 들어보자. 미국은 고용률(생산가능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5% 넘게 하락하고, 실업률(경제활동인구 중 구직에 나섰으나 취업하지 못한 사람들의 비율)은 두 배(10% 돌파)로 급증했다. 반면 독일은 고용률은 불과 0.5% 하락하고 실업률은 위기 이전보다 약간 증가했을 뿐이다.

그런데 미국은 형편없는 고용시장은 악화일로를 걷는 와중에도 증시는 상승세를 보이고, 국내총생산(GDP)은 성장세를 회복하고 있다. 반면 독일은 국제교역이 위축되면서 GDP에 타격을 받았지만 성공적으로 대규모의 일자리 손실을 피했다.

크루그먼 "독일의 고용기적은 정말 놀라운 사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에서는 독일이 어떻게 이런 고용 기적을 이뤄냈는지 별로 주목하지 않았지만, 정말 놀라운 사실"이라면서 "미국 정부의 실업 대책이 제대로 된 것인지 중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고용정책은 "성장하면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제 위에 서있다. 이것은 사실 미국의 고용정책은 없다는 뜻이다. 그저 GDP 정책이 있을 뿐이다. 총수요를 증가시킴으로써 GDP 성장을 촉진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기업들이 해고를 중단하고 고용을 재개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일 뿐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경기침체로 인한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직접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대규모 공공사업을 벌이는 한편, 민간부문의 고용을 지원하는 정책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들로는, 기업들이 해고를 하지 못하도록 노동법을 강화하고, 기업들이 채용을 늘리게 하고,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눠 감원을 최소화하도록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들을 들 수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런 대책들이 바로 독일이 해온 것"이라고 지적한다. 독일은 강력한 고용보호법을 갖춘 상태에서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져들었다. 또한 일자리 나누기를 장려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고용 단기 대책'이 시행됐다. 이런 대책들이 경기침체가 닥치는 것을 막아내지는 못했지만, 놀라울 정도로 일자리 손실을 피하면서 경기침체를 견뎌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독일처럼 직접적인 고용정책 시행해야"

미국에서 유럽식의 고용정책을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런 정책들이 '장기 성장에 해가 된다'는 논리를 꺼내든다. 성장세에 있는 분야의 기업들에게 고용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나누는 정책을 강요하면, 이들 기업들이 고용을 꺼리게 되고 노동자들도 더 보수가 많은 자리로 이동하려는 동기를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크루그먼 교수는 "보통 때라면 미국처럼 기업이 노동자들을 자유롭게 해고하고 채용을 할 수 있는 '고용 유연성'이 풍부한 노동 시장도 일리가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보통 때가 아니다"고 반박한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금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는 다른 일자리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실업자 대열에 들어가 그 상태에 머물게 되는 실정"이라면서 "장기 실업률은 이미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이며,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실업은 장기적으로 타격을 준다"면서 "너무 오랫동안 일자리를 벗어난 노동자들은 상황이 개선된 후에도 노동시장에 복귀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통계에 잡히지 않는 대가도 따른다. 무엇보다 부모가 장기간 실업 상태인 가정의 자녀들은 물질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현실적으로 막대한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로 인해 과거 대공황 떄처럼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추가적으로 쓰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에 따라 크루그먼 교수는 고용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대안 중 비용이 덜 드는 방법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경제정책연구소(EPI)와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등 미국의 진보적 경제연구소들이 제안한 고용지원금과 일자리 나누기 지원금 등 독일의 고용정책을 벤치마킹한 방안들을 검토하자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결론적으로 지금은 기존의 방식과 다른, 그 이상의 뭔가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다른 나라들의 사례들은 고용 창출을 명확한 목표로 삼은 직접적인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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