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北의 '전략적 선택', 이번엔 '진전된' 핵 포기 선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北의 '전략적 선택', 이번엔 '진전된' 핵 포기 선언

[한반도 브리핑] '진정성' 원하는 韓·美에 대한 응답…"시점 저울질"

북한은 전통적으로 고위급 회담이나 정상회담을 선호해 왔다. 특히 북한은 실무회담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때마다 특사 교환이나 고위급 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행보를 자주 보여 왔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간 특사 교환, 올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회담 및 김정일 위원장-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회담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북한 체제의 속성상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국방위원회 차원에서 결정이 내려져야 실무 차원의 회담이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왼쪽)이 지난달 5일 평양의 백화원영빈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손을 잡고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주목되는 남북 정상회담설

최근 남북, 북미간에 고위급 회담 또는 정상회담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8월 북측 '특사조문단'의 이명박 대통령 면담 이후 남북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남북은 최소 2차례 비공개 고위급 접촉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남북대화 복원이 주요 의제였을 것이다.

북한은 남북 고위급 회담을 열어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재개, 개성공단 활성화, 10.4 선언 중 이행 가능한 사항에 대해 논의하길 원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북미대화 재개 시점을 고려하며 이산가족 상봉으로 성숙된 대화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남북 정상회담 논의설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덜 익은 과일에 불과하다. 회담 장소뿐만 아니라 의제 설정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제적으로 논란이 된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 북핵 일괄타결) 구상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기회가 닿으면 언제든지 북한에 대해 그랜드 바겐을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고자 한다면서 북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3일 "북한은 남북대화에 나서고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그랜드 바겐의 시작을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일단 일괄타결 제안에 대해 "비핵·개방 3000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북핵 문제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산물로 북미 사이에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이 대통령이 일괄타결안을 들고 나온 것은 북미 사이의 핵문제 해결에 끼어 들어 방해하려는 목적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내놓은 포괄적 패키지 구상에 대해서도 자주권과 안보가 보장되지 않는 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 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원자바오 총리 회담 이후 북한의 입장은 점차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해외의 대북소식통은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이나 미국의 포괄적 패키지나 기본 전제는 북이 핵을 포기하면 이에 대해 안전 보장과 경제 보상을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북측도 이 같은 일괄타결안에 대해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문제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등을 통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폐기하고 상호 신뢰가 형성돼야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김정일 위원장이 원자바오 총리와 회담에서 한 언급과 동일한 맥락이다. 즉, 북미 양자회담을 통해 북미 사이의 적대관계가 평화적인 관계로 전환돼야 하고, 이 전제 하에 6자회담이 포함된 다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뒤집어 보면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경우 핵 폐기를 선언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북한은 "조선(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 "조선반도 비핵화 목표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변하지 않았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 단계 더 나가 핵 폐기를 좀 더 분명하게 선언할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MB의 그랜드 바겐이 성공하려면

신뢰할만한 해외의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은 지난 9월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방북했을 때 핵문제의 근원으로부터 쌍무(양자) 및 다무(다자)대화를 통해서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는데, 이것보다 더 분명한 형태로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불가역적인 핵 폐기 의사를 공식 표명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시점만 남겨 두었다"라고 밝혔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최근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라는 "두 수레바퀴가 맞물려 굴러가는 정세발전"을 염두에 두고 "사태의 진전 상황에 따라선 조선반도의 대결구도를 전환시키는 통이 큰 결단을 고려하고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북미 양자대화 또는 다자대화를 통해 핵 폐기를 공식 선언하고, 폐기과정을 이행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을 했고,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과도 동시에 대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결정은 대화와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핵 폐기에 대한 진정성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과 한국의 입장을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그랜드 바겐 구상이 북미 대화의 시작과 함께 가시화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 대통령의 구상은 내용과 절차, 제기한 시기 면에서 문제가 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점은 북한의 핵폐기는 불가역적(irreversible)으로 비교적 단기에 이룰 수 있지만, 반대로 체제보장과 경제적 지원은 시간을 두로 이뤄질 수밖에 없고 언제든지 가역적(reversible)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까지 6자회담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북핵 문제는 합의가 아니라 상대방이 이행할 수 있느냐는 신뢰의 형성이 우선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북미 양자협상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과 6자회담에서 논의해야 할 의제들이 분리되어야 하는데, 이 대통령의 구상에는 이것들이 동일한 차원에 섞여 있다.

정부는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면 북핵 문제를 의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하고 있다. 과거의 선례로 보면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제안이다. 북한이 이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남측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 불가역적인 북미관계 정상화, 불가역적인 평화보장 등의 조건을 주도적으로 풀거나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사안에 대해 이 대통령이 5자협의를 통해 전적으로 위임을 받아 남북대화에 나서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그랜드 바겐 구상을 성공시키려면 우선 이 구상에 포함된 다양한 제안 중 북미 양자대화에서 논의할 사안, 6자회담에서 보장해야 할 사안, 남북대화에서 풀어야 할 사안을 분리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임진강 수해방지 회담, 남북 적십자회담으로 물꼬가 튼 남북대화를 고위급 회담으로 격상시켜 남북간에 풀어야 할 사안을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 북측의 진정성을 확인해 보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다자 정상회담을 통한 종전선언

정부는 지난 8월 북측 특사조문단이 왔을 때 이미 남북대화에서 북핵 문제가 논의되어야 한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한다. 북한이 이 같은 남측의 의도를 알고도 남북 고위급 회담에 제안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회담이 열릴 경우 북측은 유연한 태도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의 한반도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북핵 문제 해결의 가시적 진전을 요구할 경우 모처럼 마련된 대화는 다시 결렬될 수 있다.

북핵 회담이 재개되려면 어차피 대화의 시작점을 마련하는 포괄적 합의가 필요한데, 현재 이 과정이 북미간에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에 필요한 정책은 북미협상, 6자회담, 남북회담의 선순환구조를 마련해 한반도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남북 고위급 대화를 통해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활성화 문제에 돌파구를 열고, 중단된 남북 민간교류를 전면적으로 재개시키는 이명박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만간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북해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공식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북한이 어느 시점에 불가역적인 핵폐기 선언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가장 먼저 한반도 평화협정이 가시화되는 시점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북미 정상회담 또는 남·북·미·중 4개국 정상회담과 연동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의 한 외교 관계자는 "북미 양자회담이 열린 경우 2008년 북이 제출한 핵 신고서를 검증하는 문제가 거론될 것이고, 검증 문제에 돌파구가 열린다는 확실한 보장이 있을 경우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북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내년 5월 이전에라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방북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미국 국내 사정상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며 오마바 행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나온 이후에야 북미 정상회담을 구체적으로 고려할 수 있게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북한은 남측 당국에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전면 이행을 요구하기보다는 10.4 선언의 합의사안을 실질적으로 하나씩 이행해 나가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이 그 첫 번째 조치였다.

북한이 남북간 비공개 고위급 접촉에 나선 것도 이 같은 행보의 일환으로 보인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이 의제나 장소 문제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10.4 선언에 포함되어 있는 다자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남과 북은 10.4 선언에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즉, 북한은 2010년 4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 더 나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목표로 대미, 대남 대화노선으로 나오고 있는 셈이다. 최근 북한이 새로 미국에 제안했다고 하는 '구체적이고 복잡한 제안'도 이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새로운 구상은 11월 중으로 예상되는 북미 양자대화에서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