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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계관 "힐러리 오면 푸에블로 송환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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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계관 "힐러리 오면 푸에블로 송환 협상"

인요한 박사, 방북 그레이엄 목사 통역하면서 들어

북한의 김계관 외무 부상은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방북하면 북한이 지난 1968년 나포한 미국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의 송환 문제를 협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22일 전했다.

인 교수는 한반도평화연구원(원장 윤영관)이 '통일과 의료, 그 가장 따뜻한 만남'이라는 주제로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지난주 방북했던 미국의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가 "푸에블로호를 돌려주면 미국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하자 북측은 '힐러리를 보내서 요구하면 돌려주겠다'는 식으로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발표후 기자의 확인 질문에 정확한 발언 내용은 "클린턴이 온다면 협상(negotiation)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선교사 집안의 후손으로 4대째 한국과 인연을 맺고 있는 인요한 교수는 그레이엄 목사의 방북에 동행, 그가 박의춘 외무상, 김계관 부상 등 북한 고위관리들과 만날 때 통역을 담당했다.

북한 관리들은 그레이엄 목사와 면담 때 또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보즈워스 대표와) 의논하자는 것도 아니고 일단 방문만 해달라"고 말했다가도 "이제 핵을 가졌으니 걱정없다"는 식의 공격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인 교수는 덧붙였다.

인요한 교수는 구한말 한국에서 근대교육과 의료사역을 펼쳤던 유진 벨 선교사의 증손자뻘이고 한남대 설립자 윌리엄 린튼 목사의 손자이다.

그는 이번 방북 소감에 대해 "평양시내 건물이 깨끗해지고 도로포장도 잘 되는 등 평양에 돈을 많이 들였고 105층짜리 류경호텔도 다시 짓는 등 겉으로는 발전한 것 같으나 북한에 4년째 주재중인 한 서방 대사는 '겉으로만 그렇게 보이지 실제는 아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의 프로그램중 3분의 1이 중국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된 것이 이전과 다른 가장 큰 변화였다"며 올해가 북중 수교 60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미국과 남한 정책 결정자들이 너무 세게 나가면 북한이 중국 품에 안긴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 고향은 전라도, 내 영혼은 한국인'이라는 책의 저자인 그는 지금까지 20여차례 방북하며 둘째 형 스티븐 린튼(한국명 인세반. 유진벨 재단 회장)과 함께 지난 15년간 결핵퇴치 등 의료지원 사업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다음은 인 교수의 발표후 토론회 참석자들과 문답 요지.

--이번 방북중 분위기가 안좋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우려스러운 것은 남북간 골이 깊다는 것이다. 6.15공동선언 10주년이 다 돼가는데 남북관계가 진전보다 후퇴하는 것 같다. 이번에 결핵제로운동본부에서 결핵 검진차를 북한에 보내려고 했지만 통일부에서 바퀴가 4개 달려 있어 안된다며 막았다. 이런 식이라면 통일부는 '분단관리부'로 되돌아 간다. 북쪽에서도 저간의 사정을 다 알고 있어 남한 정부에 대해 '불만(unhappy)'이 있다.

--의료지원을 전제로 종합적인 의료실태에 대한 공동조사를 제의하면 북한이 응하겠나.

▲지금 대립적 관계인데 되겠나. 남북간 신뢰가 없는데 일단 선의로 해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 몇년후 조사하자고 해야지. 유엔이 아이티를 돕는 식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것은 안 맞는다. 아이티는 못 살지만 (체제경쟁 관계인) 남한이 없는데 북한은 남한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기구를 끼워넣어 북한을 돕기보다 남한이 독립적으로 북한을 파악해 대북지원에서 세계를 리드해 나가야한다.

--대북 의료 지원 패키지의 구체적 방법이 무엇이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북한은 원래 배급사회여서 배급에 익숙하다. 무얼 하나 지원하더라도 243개 군(郡) 전체 인민병원에 동시에 보내는 것이 자연스럽다. 가령 자강도 희천 입장에선 옆에 있는 양강도 혜산이 할당 받았냐, 안 받았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처럼 원수도 치료하는 식으로 임해야 한다. 북한의 의료체계는 243곳의 군 인민병원과 9곳의 도 인민병원, 산원과 어린이병원 등이 있는데 이들 전체 병원을 비정부기구(NGO)가 돕는다는 것은 '언발에 오줌누기'이므로 국가 차원에서 1천억-2천억원을 들여 현대화하되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1단계로 북한의 전력사정을 감안, 백신을 냉장보관하기 위한 태양광 냉장고를 북한 의료체계의 허리에 해당하는 군단위 인민병원에 설치, 이른자 콜드 체인(cold chain)'을 만들어줘야 한다. 탈북자들의 면역을 조사해보면 남한 사람 거의 모두에게 있는 파상풍 항체도 없다. 예방접종이 그만큼 중요하다.

2단계로 X-레이 같은 진단기구와 임상기구를 보내야 한다. 북한 의사는 X-레이 진단기가 없어 청진기 하나로 일한다. 수술실 현대화가 그 다음 단계이고, 마지막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남한 의사들이 직접 가서 북한 의료진에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그 때 가면 북한 의료실태 조사도 북한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될 것이다. 이런 얘기는 지난 십 몇년동안 똑같이 얘기해왔지만 변화가 없다.

--통일은 언제될 것으로 보나.

▲북한을 긍정적 대화로 끌고 가야 하는데, 정책하는 분들이 숲속에서 헤매지 말고 산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단의 일원으로 셋째 제이콥스 형님이 작년 11월 북한에 가 보니 협동농장 창고가 텅텅 비어 있어 겨울을 어떻게 날까라는 걱정이 들었는데 다행히 텃밭과 장마당이 활성화된 덕에 배급이 안 나와도 그나마 90년대처럼 무방비로 죽지는 않고 나름대로 진짜 '자력갱생'을 하고 있다.

그러나 90년대 식량공급이 안돼 영양부족에 시달렸던 어린이들이 이제 성인이 돼 가는데 키가 작고 지능발달이 안 된 '영양실조(malnutrition) 세대'로서 북한 내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통일이 언제될지 모르나 나중에 통일이 돼서 거기 사람들이 여기 내려와 잘 사는 것을 보면 굉장히 원망할 것이다. "그때 어려울 때 좀 돕지"라고 하면서. 인구비례로 본 대한민국의 대북 지원은 서독의 동독에 대한 지원의 36분의 1밖에 안된다.

북한에 변화부터 요구할 것이 아니라 자주 만나고 지원하고 교류를 갖고 그러다 보면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먼저 우리 생각이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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