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토론> 제작진이 '토론 잘 할 것 같은 연예인 1위'라고 섭외했다.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도 전화를 넘겨받아 '나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더라. 그래서 나갔다. 사실 섭외에 응할 때까지 주제를 몰랐다. 그러다 (제작진에서 보낸) 메일에 "이명박 정부 1년 평가", 이렇게 쓰인 걸 보자 '아 손톱을 깎아야겠다' 생각했다. 전쟁 나가기 전에 손톱, 발톱을 깎아서 집으로 보낸다고 하더라."
'왜 김제동 씨는 사회 참여를 하지 않느냐'는 한 청중의 질책성 질문에, 김제동 씨가 꺼낸 이야기였다. 이어서 그는 유재석, 강호동, 이경규, 신동엽 등 자신과 친분이 있는 유명 연예인과 <100분 토론> 출연 문제를 상의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는 성대모사로 각 연예인의 스타일을 제대로 살려내 청중의 웃음을 끌어냈다.
▲ 지난해 12월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강호동 씨를 끌어안으며 축하하고 있는 유재석 씨. 김제동 씨가 이들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제동 씨가 들려준 지금 대한민국의 대중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스타들의 충고는 연예인의 사회 참여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김 씨의 얘기를 그대로 전한다.
이경구 : (농담을 섞어서) "야, 네가 하고 싶은 말 다해, 속시원하게 다해, 그리고 고향 내려가, 그러면 돼, 고민하지 마. 시원하게 이야기해. 괜찮아"
강호동 : "제동아 언제고? 내일? 오늘 저녁에 술을 많이 먹어. 그리고 음주운전을 해. 딱 걸리잖아, 그럼 (토론) 안 나가도 돼. 죄 지은 사람은 못 나가."
유재석 : (녹화장에서 만나 김제동 씨의 손을 잡고) "기왕 그렇게 됐는데…. 하여튼 잘해…. 네 입장 잘 이야기하고…. 너무 확 나서지 말고…. 지금은 안 나가면 안 되지? 그럼 걱정하지 말고 푹자…. 도와줄게 없어서 미안하다."
신동엽 :"그래? 걱정하지 마. 네가 무슨 말을 하든 어차피 욕은 먹게 되어 있어. 그러니까 편하게 해. 일단 나가는 순간 욕먹는 거 결정돼 있어."
김제동 씨의 이날 발언이 보여주는 사실은 분명하다. 한국의 연예인은 대부분 사회 참여는커녕 사회문제를 놓고 발언하는 데도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 강연에서 김 씨는 "이 정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최근 방송가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요즘 방송가에서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 목록을 보고하면 "이 사람은 좌파냐, 우파냐" 이런 질문이 돌아온다고 한다. 연예인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면서 장단점을 묻는 게 아니라 정치 성향을 물어본다는 것.
이렇게 바뀐 분위기의 진실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예가 있다. 방송인 김흥국 씨는 최근 10·28 재·보궐 선거를 앞둔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의 선거 유세에 늘 동행한다. 이명박 정부를 대놓고 지지하는 연예인은 방송 출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 17일 충북 음성군 음성읍에서 한나라당 경대수 후보 지원유세를 마친 정몽준 대표와 동행한 가수 김흥국씨. 최근 그는 한나라당 선거운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뉴시스 |
김제동 씨와 김흥국 씨에게 보장된 표현의 자유의 폭은 같은가? 그렇지 않다. 자신의 입맛대로 연예인의 정치 성향을 '색칠'하고, 색이 다른 연예인에게 '보복'하는 현실. 방송가에도 구시대적 정치 보복의 망령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이병순 사장을 상대로 김구라 씨를 지목해 '퇴출하라'고 종용하기까지 했다. 대중을 즐겁게 하는 연예인의 다음은 누굴까?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다음 대상으로 지목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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