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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핵 없는 세상', 그 이면에 숨은 계산은?

[서정민의 '인샬라 중동'] 북한·이란 거론하며 이스라엘은 빼놓은 까닭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23일 북한과 이란의 핵위협을 직접적이고도 강도 높게 경고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행한 유엔총회 본회의 연설에서 그는 "지금까지 북한과 이란의 행동을 볼 때 이들 정부는 우리(세계)를 '위험한 비탈'로 끌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및 이란과 관련해 채택한 제재 결의안을 재확인(reaffirm)하기 위해 개최하는 안보리 핵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나온 것이다.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러시아까지 미국 쪽으로 기우나

이는 오바마가 구현하고자 하는 '핵 없는 세상' 비전에 이들 국가가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 드러난 것이다. 오바마는 지난 4월초 유럽 방문 기간 중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하면서 이를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러시아와의 핵전력 감축을 제안했다.

실제로 미국과 러시아 양국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후속 협정 마련을 위한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글로벌 핵문제, 특히 핵확산 방지에 오바마는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오바마의 인식에 따르면 북한과 이란 핵문제는 그의 구상에 가장 골칫거리인 사안이다. 두 나라의 핵-미사일 커넥션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는 이번 연설에서 이란과 북한을 한 묶음으로 경고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동북아와 중동의 최대 골칫거리인 북한 및 이란 핵 문제에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해 놓는 것이 오바마 정부에 주어진 시급한 외교 및 안보 현안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란과 북한의 핵 개발 문제를 어느 정도 정리하고, 내년 4월 미국에서 열릴 핵 정상회의에서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 강화 등의 형태로 다시 한 번 '핵 없는 세상' 구상을 구체화하다는 전략이다.

이를 반영하듯 오바바는 이날 연설에서 "그들(북한과 이란)이 의무를 다한다면 양국의 번영 및 평화의 길을 열 외교에 나설 의사가 있다"고 '당근'을 내보였으나, "만일 그들이 동아시아와 중동에서 핵무기 개발 경쟁을 고조시키는 행위의 위험을 망각한다면 그들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채찍'도 준비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경우 미국과의 양자대화 그리고 6자회담에 어느 정도 성실히 임하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경우는 내달 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서방 6개국+이란 대화'가 중요하다. 핵 비확산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을 경우 NPT 체제 강화를 통해 더욱 강력한 추가 제재를 가하겠다는 경고다.

'미국의 푸들(강아지)' 영국도 오바마의 구상에 적극 지지를 보내고 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23일 세계 정상들이 북한과 이란에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라운 총리는 지난 수십 년간 성공해 왔던 핵무기 확산 저지가 역전될 위기에 놓였다면서, 북한과 이란은 세계가 핵무기 비확산에 훨씬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점을 이제는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의 움직임에 러시아의 입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의심스러운 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이란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증거가 있으면 새로운 제재에 동참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이란에 대한 제재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거나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러시아가 이란의 핵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려는 의사를 보인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논평하며 즉각 환영했다.

이스라엘의 움직임과 '핵 없는 세상'의 이면

러시아까지 동참하며 북한과 이란을 압박하면서 핵 문제에 대한 새로운 국제적 공조가 재창출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크게 두 가지 시각으로 이런 현상을 분석해 볼 수 있다. 우선 이스라엘의 역할이다. 범아랍 위성 <알자지라> 방송은 지난 주 이란의 핵 개발로 안보적 위협을 느낀 이스라엘 로비세력이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7일 러시아를 극비에 방문한 것도 이와 연관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의 이란과 시리아에 대한 무기수출 문제를 논의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불어 이란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에 대해 러시아의 지지를 구하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이란에 대한 군사적 조치에 대해서도 협조를 구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에게는 적대 관계인 그루지야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원을 끊는다는 해석도 있다. 이런 의혹에 대해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20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명을 애써 내놓았다.

두 번째 시각으로는 핵 개발에 대한 경제적 이권을 둘러싼 서구의 담합이라는 주장이다.

고유가 시대를 거치면서 최근 세계 각국이 '현재 활용 가능한' 핵에너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산유국인 중동의 사우디, UAE, 이집트, 리비아 등도 본격적으로 원자력 발전 구상을 가동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UAE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발주했고, 한국 기업도 이 입찰에 참여하고 있을 정도다.

문제는 고가의 가공 우라늄 원료다. "원전건설과 더불어 원료 수출을 위해 이미 핵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선진국들이 뭉치고 있다"고 이집트의 알-아흐람 전략연구소 무함마드 술탄 부소장은 지적했다. 국제법과 IAEA의 규정에 문제가 되지 않는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캐나다 등 많은 선진국들은 최근 제3세계 국가와 핵개발 협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원전과 원료 수출을 위해 경합하고 있다.

오바마가 구상하고 영국 심지어는 러시아까지 지지하고 있는 '핵 없는 세상'은 신흥국가들이 접근할 수 없는 또 다른 '핵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최근 중동에서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경제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위로부터의' 국제질서 재확립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적지 않은 나라들, 특히 중동 국가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는 식의 국제적 핵 개발 저지노력은 정의와 형평성을 결여하고 있다.


▲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핵확산 의혹 국가로 지목한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듣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IAEA 대(對)이스라엘 결의안의 성과와 한계

특히 중동에서는 이런 시각이 상당히 강하다. 이란이 아니라 이스라엘 때문이다.

이란은 단 한 번도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언급한 적이 없다. 이달 들어 핵 개발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의혹제기와 서방의 비난이 고조되자, 이란은 다시 한 번 이를 강조했다.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7일 "이란은 핵무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일에는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란은 근본적으로 핵무기를 거부하며 핵무기의 생산과 사용을 금지한다"고 천명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현재 많게는 200기에 달하는 핵무기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플라우셰어스 펀드(Ploughshares Fund)'라는 연구단체 조차 이스라엘이 8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이달 초 연구결과를 밝혔을 정도다.

원자력 발전소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이스라엘은 아직 NPT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1960년대 후반 이후부터 중동지역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이와 관련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적대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이웃국가는 핵무기까지 다량 보유하고 있는데, 국제법상 합법적인 우라늄 농축까지 거부당하고 있는 아랍국가의 반발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다행히 긍정적인 소식도 있다. IAEA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이스라엘의 핵무기 개발 계획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IAEA는 1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총회에서 이스라엘의 핵 능력에 우려를 표시하고 이 같은 핵무기 확산이 빚은 중동 안보 및 안정의 위협에 대한 우려를 연계시킨 결의안을 놓고 표결을 실시해 찬성 49, 반대 45, 기권 16으로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을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이집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5개 이사국에 공문을 보내 이스라엘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사회의 감시를 요구했다.

그러나 아랍국가의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바마의 23일 '핵 없는 세상' 구상과 관련한 연설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해 언급하는 구절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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