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엄기영 사장을 두고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9일 이사회에서 김우룡 이사장은 "엄 사장이 (MBC 혁신 계획을) 잘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엄 사장으로서는 일단 '해임' 국면은 넘긴 모양새다.
김우룡 "방문진이나 엄기영 사장이나 MBC 애정에 차이없다"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9일 "방문진 이사회나 엄기영 사장이나 문화방송을 사랑하는 마음에 차이가 없다"며 "엄 사장이 'New MBC 플랜'의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잘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엄기영 MBC 사장은 이날 방송문화진흥회에 '새로운 MBC 혁신 계획(New MBC Innovation Plan)'의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내놓았다. 지난 3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제시한 △방송 공정성 △노사관계 변화 △효율·책임 경영 추진 등 혁신 계획에 대해 월별 시행 계획표를 제시한 것.
이에 대해 김우룡 이사장은 "엄 사장이 구체적인 추진 일정을 많이 제시했으니 방문진 이사회는 엄기영 사장에게 그러한 플랜을 추진할 것을 기대한다"며 "엄 사장은 오늘 보고한 액션 플랜을 잘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엄기영 사장은 △전 임원과 라디오 본부장, 기획실부실장, 편성지원국장 등이 참여하는 '뉴 MBC 플랜 위원회' 구성 △ 9월 중순 노사추진협의회 구성, 9월 말까지 단체협약 개정 합의 △11월 말까지 미래 전략 및 중장기 인력 계획 수립 △9월 중 리뷰 보드, 공정성 위원회, 심의제도 강화 등을 제시했다. 또 MBC는 8일부터 MBC 임원들을 중심으로 한주간 프로그램을 살피는 '리뷰보드'를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룡 "<PD수첩> 진상조사와 인적 쇄신 중요"
그러나 엄 사장이 안심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김 이사장은 지난 2일 이사회에서 MBC 총괄평가를 일단 유보하면서 "해임 여부를 독자적으로 판단해보자"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차기환 이사는 9일 "지난 이사회와 오늘 이사회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지 않다"며 "이사회는 엄 사장의 실천 의지와 수행 과정을 지켜보고 판단할 것이며 추진 과제가 잘 지켜지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방문진은 여전히 <PD수첩>과 노사협약에 강도높은 문제제기를 내놨다. 향후 엄 기영 사장이 'MBC 혁신 계획'을 수행할 때 그 '방향성'과 강도를 두고 만만치 않은 진통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김우룡 이사장은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항간에 단순한 시간끌기라는 오해가 있으니 그러한 오해를 불식할 수있도록 추진해주길 바란다"며 "<PD수첩> 진상 조사 및 인적 쇄신 등도 그러한 실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자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기환 이사도 "경영진이 재판 계류 중인 것을 이유로 (<PD수첩>에 대한) 자체 조사를 미루는 것이 회사 및 당사자를 위해 유익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며 "경영진이 그 문제에 대해 더 숙고해 줄 것을 요청하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차 이사는 노사 협약에 대해서도 "단체 협약으로 경영진의 인사권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현재와 같이 단체협약으로 경영진의 인사권, 편성권을 제약하면 노조의 의견이 지나치게 반영되어 국민의 방송이라는 취지를 허물기 쉽고 상향식 평가제와 맞물려 데스크 기능이 유명 무실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 추천인 고진 이사는 "사전, 사후 모니터링 제도가 내용 자체에 관여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오류를 지적, 수정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상모 이사도 "노사관계의 문제는 추진 과정에서 규정들이 왜 생겼는지 유념해야 한다"며 "이 규정들은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언론 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언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생긴 것이다. 추진 과정에서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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