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침소봉대 낙관론' 이제 그만..."美실업률, 여전히 놀랄 정도로 높은 수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침소봉대 낙관론' 이제 그만..."美실업률, 여전히 놀랄 정도로 높은 수준"

<이코노미스트> "해고, 임금 삭감 자행되는 고용시장 탓"

미국의 실업률이 7월 9.4%로 전달에 비해 불과 0.1% 떨어졌다는 소식에 대해 일부 '낙관론자'들은 경기가 바닥을 치고 경제회복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신호로 해석한다.

'낙관론자'들은 이런 해석에 무게를 더하기 위해 그들이 보기에 '비관론자'로 보이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같은 권위 있는 학자들도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말했다"면서 그들의 발언을 '부분 인용'한다.

크루그먼 교수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경기 침체가 7월이나 8월, 9월에 끝났다고 말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며 "내 추정에 따르면 아마 8월이 바닥이며, 우리는 현재 바닥에 도달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통계와 발언은 전후 맥락까지 충분히 살피지 않고 '낙관적 해석'의 근거로 제시할 경우 의도성이 느껴지면서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전면적인 경기회복은 2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그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일부 긍정적 전망만 강조해서 인용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이코노미스트> "아직 기뻐할 때 아니다"

미국의 실업률이 15개월만에 처음으로 전달 대비 소폭 하락했다는 똑같은 소식에 대해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의 분석 기사는 이런 점에서 돋보인다.

이 잡지는 'Signs of economic cheer'라는 기사에서 "경제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을지 모르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놀랄 정도로 높다"면서 "아직 기뻐할 때가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기사는 최근 실업률 하락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통계들을 나열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다"면서 "그 배경에는 단일 경제지표로서 가장 중요한 실업률이 여전히 놀랄 정도로 높다는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고 자유의 미국, '오쿤의 법칙'도 깨뜨려

기사에 따르면, 1960년대 경제학자 아서 오쿤은 실업률이 경제성장과 역의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법칙을 제시했지만, 요즘 미국의 실업률은 이 법칙의 범위를 초과했다.

JP모건체이스의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는 "오쿤의 법칙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국의 실업률은 8.6%였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9.3%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오쿤의 법칙을 벗어나서 이처럼 실업률이 높은 이유는 구직에 나서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오쿤의 법칙을 벗어날 정도로 높은 배경에는 미국적 현실이 있다. FRB는 실업수당 대상을 확대하면서 구직단념자가 되기보다는 구직활동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 실업률을 0.5% 포인트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소득 감소로 인해 예전에는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하던 사람들도 구직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경기침체 때 미국 기업들은 생산성이 높아져?

기업들도 유례없을 정도로 임금 삭감에 나서고 있으며,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로 현금 확보에 우선 순위를 두고있다. 그 결과 생산성이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나면서 기업 이윤에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로버트 홀 스탠퍼드대 교수는 "오쿤의 법칙이 만들어졌을 때는 경기침체 때 생산성이 떨어지는 시대였다"면서 "경기침체 때 생산성이 높아지는 시대에 오쿤의 법칙은 들어맞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오쿤의 법칙을 애용한 학자였지만, 지금은 이 법칙이 쓸모없게 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의 상황을 대비해 보면 그 차이는 더욱 놀랍다. 유로존에서 GDP는 미국보다 더 많이 감소했는데, 실업률은 덜 높아졌다.

유럽의 고용주들은 미국보다 노동자 해고를 꺼려왔다. 일자리 나누기로 해고를 최소화하도록 하는 정부의 지원도 여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이런 조건은 유럽의 실업률이 경제회복기에 들어서도 빨리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경기회복기에 실업률이 탄력적으로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되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경제성장이 지속적인 궤도에 올라서기까지는 고용을 많이 늘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긍정적 지표로 해석되는 미국의 재고 감소는 소비 수요 증가를 동반하지 않은 일시적인 변화다. 자동차 판매가 최근 호조를 보인 것은 중고차를 팔고 새 차를 살 때 1인당 4500달러의 지원을 하는 연방 프로그램에 힘입은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11월 1일까지 실시할 계획이지만 지난 7월 24일 시행에 들어간 지 불과 며칠 만에 10억 달러가 쓰였다.

미국 하원은 추가로 20억 달러의 재원을 승인하고 상원도 이에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이런 프로그램 덕에 신차 구입이 늘어난다는 것은 나중에 신차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후반기에 경제성장이 다시 위축된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경기부양책의 성과라면서 부추겨온 기대에 찬물이 끼얹져질 것이다.

'낙관론자'들이 인용한 크루그먼 교수의 발언 역시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기술적으로 경기침체는 9월쯤에 끝날 것이라는 전망은 오래 전부터 크루그먼 교수가 해온 것이다. 국내 언론들이 주로 낙관적 근거로 인용한 크루그먼 교수의 구체적인 발언을 소개한다.

크루그먼 "전면적인 경기회복은 2년 이상 걸릴 것"

10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크루그먼 교수는 9일 말레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심포지엄 회견에서 "세계 각국 정부들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이 제2의 대공황을 피하는데 기여했지만, 전면적인 경기회복은 2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위기는 경제와 수출 성장이 안정되는 신호를 보이면서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면서도 "정부 지출이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없고, 실업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회복은 여전히 '실망스러운'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19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처럼 수출의 급격한 회복에 힘입어 경제가 극적으로 성장하는 식의 '불사조 같은' 회복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2의 대공황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전면적인 회복은 최소한 2년 이상 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의 다음 발언까지 포함하면 그가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는 해석은 더욱 하기 힘들어진다.

"안정 국면과 정상 회복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

그는 "안정국면에 들어섰다는 것과 경제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며 "세계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지지는 않더라도, 향후 몇 년간 취약한 성장세가 이어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여전히 미국은 2차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면서 "추가 자금은 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주정부 등 지방자치단체에도 배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실업률이 10%를 향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히 유력하다. FRB와 미 백악관도 실업률이 연내 10%를 돌파한다는 예상치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