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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왜곡'…미디어법이 우려되는 실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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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왜곡'…미디어법이 우려되는 실제 사례

[기자의 눈] 블룸버그의 '경고'를 '칭찬'으로 둔갑시킨 <문화일보>

여권이 '불법 원천무효' 논란을 빚으면서까지 강행처리한 미디어법이 왜 우려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신문과 방송을 아우르는 거대 미디어그룹이 탄생할 경우 여론조작에 어떻게 나서는가를 보여주는 제목의 기사들이 27일에도 양산됐다.

권위있는 외신 멋대로 왜곡하기

우리 경제가 'V'자 회복을 하고 있다고 국민들을 호도하고 싶었던 것인지, "한국경제 회복에 경의를 표한다"는 제목을 앞세워 <블룸버그> 같은 권위있는 외국 경제전문지의 기사를 인용한 기사들이 그것이다. 특히 제목은 물론, '맥락과 비중에 벗어나' 한국에게 긍정적인 표현을 한 대목만을 쏙 뽑아 그 대목만을 강조해 보도한 <문화일보>가 대표적이다.

해당 외신은 <블룸버그> 통신의 아시아경제 담당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의 '빠른 회복 신호는 그 자체가 거품(Call for Rapid Recovery Is Bubble All Its Own)'이라는 칼럼(원문보기)이다.

우선, <문화일보>가 제목과 기사를 통해 <블룸버그>의 칼럼을 어떻게 전달했는지 살펴보자.

제목은 "한국 경제회복에 경의를 표한다"이다. 이어 본문은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한다"는 이 칼럼의 첫 문장을 인용하면서 시작된다.

첫 문장에서 이어지는 이 기사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미국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이 한국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아시아 경제 회복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페섹은 26일 "한국이 최근 6년중 가장 빠른 경제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한동안 아시아에서 나온 소식 가운데 가장 좋은 뉴스 몇 건 안에 드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 경제가 혼란에 빠져 있음에도 아시아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신호"라고 밝혔다.

페섹은 또 "한국이 2분기(4~6월)에 2.3%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동아시아 경제회복이 'U자형'이나 'W자형'이 아니라 'V자형'이 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에도 들어맞는다"며 "아시아개발은행도 최근 보고서에서 이같은 전망을 했다"고 지적했다.

페섹은 특히 "8개월 전까지만 해도 한국이 아이슬란드와 같은 길을 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이제는 '한국은행이 아시아에서 제일 먼저 금리를 올리는 중앙은행이 될 것이냐'가 관심사가 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페섹은 6월에도 칼럼을 통해 "미국은 경기부양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유동성 확대만으로는 역부족이며, 기업·투자자·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미국 정부는 아직 못한 일을 한국 정부는 해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는 당시 한국의 경제적 기반이 일본과 비교해도 우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페섹은 그러나 아직은 아시아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고 안심할 때가 아니며,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부양책과 통화정책 완화로 버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동시에 지적했다.

페섹은 특히 "아시아 지역이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두 가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출 확대와 저금리가 당장은 좋지만, 이것만으로 글로벌 수요를 대체할 수는 없다"며 "또 경제회복에 대한 환상만 심어줘서 거품을 유발, 아시아를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정적인 대목 슬쩍 덧붙이기, 진짜 주제 담긴 제목 감추기

마지막 두 단락에서 페섹의 "그러나 아직은 아시아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고 안심할 때는 아니다"는 경고를 슬쩍 덧붙였다.

그러나 이 칼럼의 원문을 보면 한국 경제를 칭찬하는 대목은 거품 경제를 경고하기 위한 '반어법적인 수사'에 가까운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그 여자는 얼굴이 예쁘다. 하지만 성형수술로 만들어진 그런 얼굴이 진정 예쁘다고 할 수는 없으며, 나중에 여러 가지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고 쓴 칼럼을 "이 칼럼은 그 여자의 얼굴이 예쁘다고 칭찬한 것"이라고 전달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사실 이 칼럼의 요지는 '빠른 회복 신호는 그 자체가 거품(Call for Rapid Recovery Is Bubble All Its Own)'이라는 제목을 봐도 알 수 있다. <문화일보>도 그것을 알고 있는지 기사 어디에도 이 칼럼의 제목은 볼 수 없다.

이 칼럼의 제목이 말해주듯, 요지를 정리하자면 "전분기 대비 경제성장률 상승과 자산가격 상승을 진정한 경기회복와 연결짓는 위험을 경고한 것"이다.

페섹은 이 칼럼에서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 경제들이 회복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효가 떨어지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효과"라면서 "이런 정책은 장기적 해법이 아니라 단기적 처방이며, 경제성장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산거품이 새롭게 형성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면에서 아시아에서 'V'자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그 자체로 거품이 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아시아 경제가 진짜 회복하고 있다고 보는 것인지, 아니면 공공지출에 의한 경기회복의 환상에 반응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반어적인 칭찬도 칭찬인가

물론, 한국의 경제와 한국의 관료들을 칭찬하는 대목이 있다. 하지만 맥락을 보면 이 대목조차 긍정적인 표현이라기보다는 '빛좋은 개살구' 아니냐는 식의 비꼬는 시선이 짙다.

이 칼럼은 첫 문단에서 "한국의 관료들에게 경의를 표하라. 6년래 가장 빠른 성장 속도로 경제규모를 확대하는 한국의 능력은 아시아에서 오랫만에 듣는 가장 좋은 소식에 속한다. 14조 달러 규모의 미국 경제가 혼돈에 빠진 상황에서도 아시아는 예상을 깨고 잘 버티고 있다는 신호"라면서 "하지만 현재로서 그렇다는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어서 "그렇다고 해도 글로벌 경기침체를 이겨내는 한국의 성공을 과소평가할 수 없지만,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이 자만에 빠질 수 없는 이유가 두 가지 있다"면서 "첫째, 지출 증가와 저금리는 당장에는 좋은 일이지만, 글로벌 수요 회복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두번째, 방만한 정책들은 경제회복의 환상을 부추길 뿐인 거품을 초래해, 아시아가 더욱 취약한 상태로 전락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24일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 LG전자와 함께 2분기에 급증한 실적을 발표했다"면서도 "전세계적으로 2.2조 달러의 경기부양자금이 투입된 수요와 환율 덕을 본 것"이라고 한계를 지웠다.

나아가 이 칼럼은 "여기서 드는 의문은 투자자들은 아시아 경제가 진짜 회복하고 있다고 보는 것인지, 아니면 공공지출에 의한 경기회복의 환상에 반응하고 있느냐"라고 꼬집었다.

이 칼럼이 강도 높은 경고를 하고 있다는 것은 다음 대목이 여실히 보여준다.

증시는 빚내서 조달한 정부의 지출로 떠받쳐지고 있으며, 이런 방식의 효과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아시아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이런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아시아 지역 경제들이 회복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효가 떨어지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효과라는 점에서 중앙은행들은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또다시 이런 정책은 장기적 해법이 아니라 단기적 처방이 된다. 그렇게 되면 경제성장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산거품이 새롭게 형성될 뿐이다. 어떤 면에서 아시아에서 'V'자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그 자체로 거품이 되고 있다.


참고로 이 칼럼의 전반적인 내용을 번역해 소개한다.

한국의 관료들에게 경의를 표하라. 6년래 가장 빠른 성장 속도로 경제규모를 확대하는 한국의 능력은 아시아에서 오랫만에 듣는 가장 좋은 소식에 속한다. 14조 달러 규모의 미국 경제가 혼돈에 빠진 상황에서도 아시아는 예상을 깨고 잘 버티고 있다는 신호다.

하지만 현재로서 그렇다는 것이다. 아시아 지역이 자만에 빠질 수 없는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째, 지출 증가와 저금리는 당장에는 좋은 일이지만, 글로벌 수요 회복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두번째, 방만한 정책들은 경제회복의 환상을 부추길 뿐인 거품을 초래해, 아시아가 더욱 취약한 상태로 전락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지난 2분기 한국이 전분기 대비 2.3% 성장한 것은 동아시아 지역이 글로벌 위기에서 'V'자 모양의 급격한 경기회복을 할 것이라는 낙관론과 맞아 떨어진다. 아시아개발은행(ADB)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그런 전망을 하면서, 회복 저해요인들이 약화되더라도 중앙은행들은 통화팽창적 정책들을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이런 전망과 권고는 우려스러운 것이며, 중국은 전형적인 사례다. 아시아태평양 전략분석가 마크 매튜스는 중국의 거품이 형성중이라고 말하면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자금들의 흐름이 왜곡돼 자산시장으로 흘러가고 있어 중국 당국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자산시장이 활기를 띤다는 소식들은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이 반길 수 있지만 아시아 2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중국에게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증시가 치솟는다고 중국의 수출 의존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증시는 빚내서 조달한 정부의 지출로 떠받쳐지고 있으며, 이런 방식의 효과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아시아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이런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아시아 지역 경제들이 회복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효가 떨어지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효과라는 점에서 중앙은행들은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또다시 이런 정책은 장기적 해법이 아니라 단기적 처방이 된다. 그렇게 되면 경제성장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산거품이 새롭게 형성될 뿐이다.

어떤 면에서 아시아에서 'V'자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그 자체로 거품이 되고 있다. 지난 24일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 LG전자와 함께 2분기에 급증한 실적을 발표했다. 전세계적으로 2.2조 달러의 경기부양자금이 투입된 수요와 환율 덕을 본 것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투자자들은 아시아 경제가 진짜 회복하고 있다고 보는 것인지, 아니면 공공지출에 의한 경기회복의 환상에 반응하고 있느냐다.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전세계 정부들이 글로벌 경제를 회복시킬 것이라는 낙관론 속에 지난 3월 9일 5년래 최저점 대비 53%나 급등했다. 투자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은, 이런 정책들의 효과가 정점을 지나면 경기부양책의 효과에 맛을 들인 투자자들을 다시 자극할 만큼 충분한 지원은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글로벌 경기침체를 이겨내는 한국의 성공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8개월전만 하더라도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이 부채 상환부담으로 인해 아이슬란드처럼 위기를 겪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요즘의 관심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는 아시아의 첫번째 중앙은행이 될 것인지 여부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는 여전히 미국의 소비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상승하는 한 아시아의 전망은 불확실하다.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는 실업률 상승과 임금 정체로 인한 가계의 타격으로 7월 들어 5개월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글로벌 위기는 언젠가 끝나고 아시아는 경제 발전 궤도로 복귀하겠지만, 아직 그런 단계에 와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인 근거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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