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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방겸영'으로 일자리 창출 한다? 또다른 '747' 관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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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방겸영'으로 일자리 창출 한다? 또다른 '747' 관둬라

[미디어악법 물렀거라]<10>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무식한 거짓말'

가끔 이 사람들이 제 정신일까 싶다. 무식해서 용감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얼굴에 철판을 깔고 거짓말을 하기로 작정한 것일까? 혹은, 그 둘 모두일까. 언론관련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 여당 사람들이 그렇다. 여러 가지 명분을 많이도 갖다 댔지만, 언론관련법 개정을 강행하려 하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명분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신방 겸영 등을 허용하고, 대자본의 방송 진입 규제 등을 낮춰주면 방송과 이른바 방통결합 분야에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그 하나다.

또 하나는 여론의 다양성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좌편향된 기존의 지상파 방송들이 여론시장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방송 분야에서 우파의 진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신방 겸영을 허용하면 조중동의 여론독과점이 더 강화될 것이라는 기존의 '반대논리'를 그대로 차용해 역공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주장은 아무리 '편의적'으로 해석하더라도 억지 논리다. 미디어 산업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만 하고 있다면, 한국의 여론 구조에 대한 상식적인 이해만 하고 있다면 얼굴이 화끈거려 제정신으로는 도저히 주장할 수 없는 억지 논리들이다. 이른바 '산업주의자' 혹은 '시장론자', 혹은 '자유주의'라고 하는 그들의 논거와 이념적 입장에서 살펴 볼 때도 그렇다.

방송은 결코 '블루오션'이 아니다

방송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아니, 미디어 시장 전체가 그렇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을 비롯해 지상파와 위성 DMB, IPTV 등 이른바 뉴미디어가 새롭게 등장하고 있지만, 산업이나 시장 규모는 지난 5년 동안 기껏해야 3% 안팎의 성장세를 나타내는 데 그치고 있다. 이는 광고 수익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한국 미디어 산업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광고' 수입은 한국 미디어의 목줄을 잡고 있다. 방송의 경우 수신료를 받고 있는 KBS를 제외한다면 방송들의 경우 매출의 70~80% 정도를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광의의 '광고' 개념에 속할 수 있는 '협찬'까지를 포함한다면 그 비중은 더 높아질 것이다). 그것은 당초 '수신료' 수입을 주 수입원으로 상정하고 출발한 CATV나 위성DMB 사업 같은 경우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전통적으로 독자들의 구독료 수입이 중요한 수익원이 되고 있는 신문 역시 광고 비중이 많게는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한국의 미디어들은 광고 수익에 의존하지 않고는 생존 자체가 어려운 현실이다.

문제는 한국의 광고 시장이 정체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집계에 따르면 2004년에서 2008년까지 국내 미디어 광고 시장은 연평균 2.84% 성장에 그쳤다. 매체 별로 보면 TV와 라디오 등 지상파 방송의 광고 시장은 이 기간 광고시장은 되레 줄어들었다. 연평균 -3.41%로 감소했다. 방송은 결코 블루 오션이 아니다. 줄어드는 광고 시장을 놓고 그것을 나눠먹기 위해 혈투를 벌여야 하는 레드 오션의 이전투구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경인지역을 방송권역으로 출범한 경인방송의 실패 사례와 그 뒤를 이은 경인TV(iTV)의 고전은 그 단적인 사례다. 다른 지역 민방과 달리 100% 자체 편성을 목표로 97년 출범한 경인방송은 출범한 때만 하더라도 제2의 SBS로 주목됐다. SBS의 단일 민영방송 체제에 대한 경쟁체제의 도입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됐다. 하지만 자본금을 허용된 최대치(499억원)까지 증자했던 경인방송은 결국 1000억원 정도의 누적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2004년 TV방송 인가가 취소돼 문을 닫았다.

2007년 새로운 희망 속에 경인TV(iTV)가 출범했지만, 지난 한 해 동안만 무려 자본금 1500억원 가운데 900억원을 까먹는 경영난 속에서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방송사 출범에 따른 시설 투자비 등 기본적인 런칭 비용을 제외하고 지난 한 해 동안 제작비와 운영비 등으로 500억원 정도가 들어갔지만, 수입은 100억원 선에 그쳤다. 그동안 잘 나갔던 문화방송(MBC)나 SBS, 한국방송(KBS) 등 다른 지상파 방송의 지난해 광고 수입이 한 해 전에 비해 무려 8.9% 정도 줄어 큰 폭의 적자를 보였던 점이나, 올해 역시 이같은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는 점, 또 앞으로도 지상파 방송 광고 시장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iTV의 미래는 무척이나 불투명하다.

'부진의 늪' 미디어 시장서 2만 여명 일자리 난다? '순 사기'

비단 경인TV만 그런 게 아니다. 신문에 비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경영 환경이 나았다고 하던 기존의 지상파 방송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폭적인 인원 감축(아직은 명예퇴직이나 안식년 등과 같은 비교적 강도가 약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앞으로 더 가혹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보너스 400% 삭감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 통계에 따르면 뉴미디어 분야의 광고시장은 지난 5년 동안 26.8%라는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것은 거의 포탈 쪽의 급속한 성장세에 따른 것이다. 출범 당시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될 것이라던 위성DMB나 지상파DMB는 거의 아사직전이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IPTV도 당초 예상과는 달리 출발부터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런 마당에 신문과 방송의 겸영, 대자본의 방송 진입 규제를 허용하면 2조9천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거나, 2만여 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선전'은 순 '사기'다. 국내 광고 시장의 추이를 고려할 때 이런 예측이 정확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기존의 방송이나 신문에서 그 정도 줄어든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나 가능한 예상이다.

아니라면,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했던 대로 한국 경제가 '747(임기중 연평균 7% 성장, 10년 후 1인당 4만달러 소득, 세계 7위권 진입)' 정도가 아니라 연평균 20% 가까운 고속성장을 계속할 때나 가능할지 모른다. 정부나 한나라당 사람들은 과연 그럴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좌파 언론'의 영향력이 '우파 언론'보다 세다고?

신문 쪽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규모가 적은 신문사들이나 지역신문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조·중·동도 매출이 정체 상태를 보이거나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신문 광고 시장이 그만큼 줄고 있다는 이야기다. 조·중·동 가운데 <조선일보>만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을 뿐이다. 그런 가운데 부자신문과 그렇지 않은 신문사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더욱 커지고 있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의 지난해 매출은 조·중·동의 5분의 1에서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분명하다. 조·중·동이 그렇게 '좌파적'이라고 낙인찌고 있는 신문들의 영향력이 실제 얼마나 되는 것과는 무관하게, 적어도 그들이 그렇게 받들고 있는 시장에서 이들 '좌파신문'의 영향력은 조·중·동에 비해 절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조·중·동과 사실상 같은 '시각'과 '행태'를 취하고 있다는 다른 신문과 매체들까지 포함해 계산한다면 그들이 말하는 '좌파언론'의 영향력은 '인터넷 좌파 언론'까지 고려한다고 해도 '우파언론'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이 '좌파적 경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우파 신문'의 방송 진출을 허용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는 소가 웃을 이야기다. SBS 같은 민영 방송까지 어떻게 '좌파 일색'이라고 분류하고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KBS나 MBC의 보도가 좌파적 경향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는 근거 자체도 맹랑하다. KBS는 이미 정권의 수중에 들어간 방송인데도 여전히 '좌파적 보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인가.

'우파-자본 친화적' 언론에 의한 지배…최악의 시나리오

굳이 이야기하자면 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방송사 종사자들의 자성과 노력 끝에 지난 10여년 그나마 '우파적'이지 않을 정도의 '균형'을 약간 찾았지만, 이명박 정권의 노골적 방송 장악 시도로 그런 균형마저 이미 깨져 나가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조·중·동과 대자본의 방송 컨소시엄을 용인한다면 그것은 한국 언론 상황이 말 그대로 '우파적-자본친화적' 언론에 지배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고 말 것이다.

그것은 비단 언론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 나아가 한국 사회에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상식이 될 정도로 대자본의 영향력에 묶여 있다. 정치권도, 사법부도, 시민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리 폭로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한 편법 증여 등 삼성의 과거 비리에 대한 면죄부만 받는 해괴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 아니던가.

정치권력은 짧지만, 대자본은 대를 이어 세습하면서 그 영향력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조·중·동을 포함해 언론 또한 예외가 아니다. 삼성이 지금 당장은 <경향신문>과 <한겨레>를 '광고 안주기'로 옥죄고 있지만, <경향>과 <한겨레>가 무너지면 그 다음 타깃은 조·중·동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일방적인 강행처리는 모두를 '패배자'로 만드는 것

신문사나 방송사의 경영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그 활로를 어떻게 찾아 나가야 할지, 또 미디어 융합시대에 신문과 방송, 뉴미디어, 통신의 영역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말 그대로 그 조화로운 융합은 어떻게 모색할 것인지, 그런 가운데 여론의 다양성과 균형은 또 어떻게 맞춰 나갈 것인지 하는 문제들은 한국 사회와 한국 언론계에 던져져 있는 과제다.

언론 관련 제도와 법의 정비는 언론계가 우선 서로 지혜와 합의를 구하고, 세밀하고 구체적인 정치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 절차가 필요한 일이다. 선거법에 관한 한 국회가 최소한 여야 합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일이다. 선거법이 대의 기관인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기본 룰을 정하는 것이어서 그렇다고 한다면 언론 제도는 그 대의 제도의 기본 중 기본에 관한 것이기에 더 그렇다. 일방적인 강행 처리는 모두를 '패배자'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생각해보자. 만약 한나라당이 이번에 강행 처리해 신문과 대자본의 방송 진출이 허용됐다고 하자. 반대하는 쪽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다음 선거에서 여야 판도가 바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했던 것 이상의 '정치적 반동'도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기회비용의 상실 까지를 고려한다면 지금의 강행처리가 그 때 우파진영과 우파언론들에게는 말 그대로 '재앙'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 때 일은 그 때 가서 보자고? '강행처리' '일방통행'도 학습되고, 유전되고, 진화된다. 정부 여당도, 조·중·동도 최소한 10년 앞 정도만 내다본다고 하더라도 이리 무모하게 밀어붙일 일이 결코 아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연재 '미디어악법 물렀거라'는 <프레시안>과 언론광장의 공동 기획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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