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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관 토론회서 학자들 "감세 정책 중단"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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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관 토론회서 학자들 "감세 정책 중단" 한목소리

캘리포니아 재정파탄 사태 '남의 일' 아니다

미국의 감사원(GAO)에 따르면, 특단의 개혁 조치가 없이 현재의 추세가 지속되면 2035년 경 미국 정부가 거두는 세수는 막대한 국가채무에 대한 이자와 의료보험 비용을 내면 남는 게 없어진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대적인 감세 정책, 전쟁 비용, 그리고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대규모 국채 발행 등으로 초래된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도 해결 못한 상태에서 재정이 완전 파탄난다는 것이다.

또한 GAO 원장을 지낸 데이비드 워커는 지난달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현재의 재정상황을 감안할 때 미국은 지난 1917년부터 유지해온 최고의 국가신용등급(AAA)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11조 달러 이상의 재정적자와 장부에 반영되지 않은 45조 달러의 채무가 있고 올해에만 1조8000억 달러의 추가 적자가 예상된다"면서 재정파탄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방만한 재정지출로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미 의회예산국(CBO)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이먼 존슨 MIT 슬론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2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은행 개발경제회의(ABCDE)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빨리 올 수 있다"고 경고해 주목을 받았다.

작년 하반기부터 경기회복을 위해 각 국이 풀어놓은 유동성이 올 연말이면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되돌아 올 수 있으며, 원자재 가격 인상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존슨 교수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경제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쪽에 무게를 실으면서 "미국 정부가 금융기관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지만 전반적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며 "결국 국가 부채는 늘어났고 이제는 쉽게 해결하기도 어렵게 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 최근 주류로 떠오른 이른바 '케인스주의' 학자들은 대공황 이후 최대라는 경제위기를 완전히 극복할 때까지는 오히려 재정적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한 재정지출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지금은 디플레이션과 실업 증가를 우려할 때이지, 인플레이션이나 재정적자를 우려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천문학적 재정적자 미국, 주 별로 재정파탄 속출

하지만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대는 미국은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뒷감당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주별로 본 미국의 재정상태는 이미 파탄지경이다.

실제로 미국의 최대 주인 캘리포니아는 2009년 회계연도가 끝나는 6월말 재정파탄 위기에 몰리고 있는 등 50개 중 무려 47개주가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와 실업자 증가로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수많은 주들이 공무원 감원, 교도소 수감자 조기 석방 등 재정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궁여지책에 나서고 있다.

텍사스 등 4개 주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주에서는 7월 1일부터 2010년 회계연도가 시작되지만, 캘리포니아에서만 213억 달러의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등 상당수 주들이 적자 예산 편성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미국 주의회 협의회의 집계에 따르면 주 정부들의 차기 회계연도 예산 부족 규모는 1210억달러에 달한다.

캘리포니아는 국내총생산(GDP) 규모(2007년 기준 1조8120억 달러) 세계 8위로 한국의 두 배라는 점에서 '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2일 한국개발원(KDI)에서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열린 '2009~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는 정부의 감세 정책을 비판하는 주장들이 있따라 제기돼 화제가 됐다.

▲ 지난 22일 기획재정부 주관 토론회에서 고영선 KDI 부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감세정책으로 재정건전성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개발연구부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지난해 실시한 감세로 2012년까지 모두 33조9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고 매년 영구적 감세가 이후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2.5배나 많은 88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면서 감세에 의해 재정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권오봉 기획재정부 재정정책국장과 함께 국가재정운용계획 총괄·총량 작업반장을 맡고 있다는 고영선 부장의 이런 주장은 정부의 감세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어 고 부장은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져 감세조치를 연기해야 한다"며 "미국과 영국도 고소득자 세율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 부장은 또한 지난해 국세 대비 15.1%에 달하는 비과세·감면을 원점 기준에서 검토해 분명한 존재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존치시킬 것도 제안했다.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논지의 주장들이 쏟아졌다. 황성현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재정 여건상 '감세'와 '작은 정부'라는 정책기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세부담률을 20%대로 낮추는 감세정책을 포기하고 소득세 인상을 검토해야 할 단계"라고 밝혔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무리한 감세를 연기하고 우선 법인세 혜택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전영준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감세 타이밍이 굉장히 안 좋다"면서 "재정지출을 줄이기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감세조치를 당분간 미루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에는 공감하면서도 감세 정책 중단에는 난색을 표시했다. 김낙회 기획재정부 조세기획관은 "정부로서는 아직 감세정책을 원안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대기업·고소득 계층에 혜택이 주어졌던 비과세·감면 제도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권오봉 재정정책국장도 "경기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현 기조(확장적 재정)를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한시적인 사업 등을 중심으로 지출구조를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늘어난 국가부채, 신속한 해법 찾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국가채무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안이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0대 경제대국의 국가 채무는 2년전 GDP대비 평균 78%에서 2014년에는 114%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 나라의 국가채무도 올해 GDP 대비 40%에 육박하는 등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정도의 국가채무는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과 미국은 전쟁비용 때문에 국가채무 비율이 GDP 대비 각각 250%, 100%로 치솟았어도 신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해결한 경우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또한 1990년 초 금융위기를 겪었던 스웨덴도 수출 호황에 힘입어 70%에 달하던 국가채무 비율을 2000년에 50%로 감축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각 국가들이 채무를 획기적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 수단이 과거에 비해 크게 제한되고 있다"면서 주요 경제국들의 국가채무 급증 현상에 대해 경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주요 수출 시장이 동반 침체된 상황에서 경제성장을 통해 국가채무를 신속히 해소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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