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북한의 발표 내용은 여러 가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북부지하핵시험장에서 제3차 지하핵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며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하여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리고선 "원자탄의 작용특성들과 폭발위력 등 모든 측정결과들이 설계값과 완전히 일치됨으로써 다종화된 우리 핵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이 물리적으로 과시되였다"고 강조했다.
▲ 북한이 12일 3차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구글 어스가 지난해 11월 13일 촬영한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 모습 ⓒ구글=연합뉴스 |
핵미사일 개발 성공 문턱에?
북한의 발표를 기술적으로 분석해보면 몇 가지 잠정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는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해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능력이 향상된 것이 확실해 보인다는 점이다. 아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수준은 아니더라도 오키나와를 사정권에 둔 핵미사일 개발 성공은 눈앞에 다가왔을 공산이 크다. 이에 반해 북한이 원자탄이란 표현을 사용했고 폭발규모도 7킬로톤 수준이어서 일각에서 거론되었던 수소폭탄 실험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7킬로톤 수준의 핵폭발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대다수 언론들은 68년전에 미국이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탄의 절반 수준의 폭발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데 북한은 "원자탄의 작용특성들과 폭발위력 등 모든 측정결과들이 설계값과 완전히 일치"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폭발규모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다. B-29 전폭기를 이용해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탄의 무게는 4.4톤이었던 반면에, 북한의 주장대로 소형화·경량화된 원자탄을 실험했다면, 핵탄두 소형화의 핵심기술인 고성능의 핵폭발장치 개발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궁금증은 '북한이 사용한 핵물질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북한은 '다종화'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100퍼센트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했거나 플루토늄과 섞어서 실험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우라늄의 사용 여부는 방사성 핵종을 분석해봐야 알 수 있다. 만약 2차 핵실험 때처럼 미국 등 국제사회가 방사성 핵종 채취에 실패한다면 핵실험 유형 검증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북한 역시 이 점에 신경을 많이 썼을 것이다. 가스 유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다종화'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전략적 모호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여러모로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격동의 시대에 접어든 동북아
북핵 능력 향상 외에도 이번 핵실험은 동북아 국제정치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우선 국제사회 대 북한, 6자회담 참가국으로 본다면 5대 1의 대립 구도가 잠정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 부시 행정부가 강력히 희망한 구도였지만 한국, 중국, 러시아가 부시의 대북강경책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우선시하면서 이뤄지지 않았었다. 이에 반해 이번에는 이들 세 나라를 포함한 거의 대다수 국가들이 북한 규탄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둘째, 북중관계가 중대 국면을 맞이할 공산이 커졌다. 그동안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두 나라는 전략적 유대관계를 강화했었다. 그러나 북한의 위성 발사와 중국의 동의하에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맞물리면서 격한 언성이 오갔고 급기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중국이 "단호히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양국 관계의 앞날에도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게 됐다. 특히 중국 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시진핑 지도부의 대북정책 재검토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셋째, G2라고 불리는 미중관계에도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북정책은 양국 간 전략적 불신을 격화시키는데 핵심적인 요인이었다. 그러자 미국은 중국의 핵심적인 안보 이익을 건드려서라도 중국의 대북 압박과 제재에 동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전략을 취했고, 중국은 미국이 북한을 이용해 대중 봉쇄망을 강화하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했었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 준비에 착수하고 실제로 강행하면서 두 나라의 대북정책은 일단 수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신형대국관계론'을 제안하면서 미중관계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진핑 체제의 대미 전략이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넷째, 이미 불붙은 동북아 군비경쟁이 더욱 격화될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핵실험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우방국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고, 척 헤이글 국방장관 지명자는 인준 청문회에서 한국 및 일본과 함께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은 효과적인 MD 구축을 위해 또다시 한일 군사협정도 중재할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북한 역시 추가적인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을 시사하고 있다. 평화헌법 개정과 재무장을 노리고 있는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의 군사적 우경화 행보도 빨라질 공산이 크고, 한국도 선제타격 능력 확보를 위해 공세적 군비증강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끝으로, 남북관계의 '잃어버린 5년'이 하염없이 연장될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우선 이명박 정부는 물론이고 출범을 앞둔 박근혜 정부도 대북 제재에 적극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며 "물리적 대응조치"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반발과 맞물려 또다시 남북관계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올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복원이 있어야 할 자리를 격한 비난전과 군비경쟁, 그리고 군사적 긴장 고조가 차지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대화의 끈을 다시 잡아야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야기한 가장 심대한 영향은 아마도 대화와 협상의 필요성에 대한 체념적 정서가 아닐까 한다. 20년간 누적된 피로감과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김정은 체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러한 정서를 더욱 확대·심화시키고 있다. 대북정책의 전제이자 목표가 한반도 비핵화에 있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대북정책도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그러나 대북정책 재검토의 결론이 '대화 무용론'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제재는 대북정책의 하나의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도 안 된다. 북한의 핵과 로켓 능력이 강화되어온 지난 5년간 협상다운 협상이 없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금은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억제하고 냉각기를 거쳐 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20년간의 북핵 외교를 냉정하게 평가해보고 과감하고도 새로운 접근 가능성도 타진해봐야 한다. 외교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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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든 책 <핵의 세계사> 소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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