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승자는 중국·북한…패자는 미국 네오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승자는 중국·북한…패자는 미국 네오콘"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33> 포스트 9.11 5년의 승자와 패자

이즈음 미국과 세계의 언론과 지식인들은 <포스트 9.11 5년>을 평가하는 작업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는 모습이다. 큰 그림으로 보면, 그 흐름은 두 가지로 진행됐다. 하나는 9.11 테러의 주역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를 비롯한 반미 테러집단들을 겨냥한 테러와의 전쟁은 과연 언제, 누가 승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9.11 테러 뒤의 변화된 국제환경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이 지닌 문제점을 따져보는 일이다.
  
  브루킹스연구소 대외정책 담당 선임연구원 이보 달더(Ivo H. Daalder)의 작업은 후자 쪽이다. 달더 선임연구원은 부시행정부의 대외정책 특성인 일방주의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America Unbound : The Bush Revolution in Foreign Policy』(2005년판)의 공동저자다. 그는 브루킹스연구소 홈페이지(http://www.brookings.org)에 발표한 글에서 9.11 테러 뒤 지난 5년 동안 미국 부시행정부의 대외정책이 여러 부정적인 결과들을 낳았음을 지적한다.
  
  북핵문제는 미국의 대외정책 실패
  
  달더 선임연구원은 포스트 9.11의 승자와 패자를 각기 3그룹으로 나누었다. 그가 꼽은 승자는 △지지세를 크게 늘린 이슬람 반미 지하드 △미국이 테러전쟁을 벌이는 틈을 타 핵무장을 추구해 온 이란, 북한, 파키스탄, △미국이나 유럽이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사이에 강대국으로 몸집을 키우며 국제관계를 넓혀 온 중국이다.
  
  이같은 분석은 9.11 이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지닌 문제점과 관련된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이라크 침공에 집중하고 실제 위협이 될 북한 핵개발 문제를 소홀히 다룸으로써, 결과적으로 북핵문제를 심각하게 만들었고, 따라서 북핵문제에 관한 한 미국의 잘못된 대외정책이 상당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들과 맥을 같이한다.
  
  한편으로 달더 선임연구원은 9.11 5년의 패자로는 △지도력을 잃고 생존에 급급한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 △이라크 점령정책을 그르쳐 미 중동정책에 실패한 미 신보수주의자들(neo-conservatist) △일방주의로 말미암아 세계의 신뢰를 잃은 미국을 꼽았다.
  
  빈 라덴을 패자로 꼽은 것은 논란거리다. 자연인 빈 라덴은 생존에 급급한 상황이지만, 그의 반미 지하드(jihad, 聖戰) 이념에 공감하는 자생적인 반미조직들이 지난 5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생겨났다. 빈 라덴은 9.11 5년을 맞아서도 여전히 '지하드 닷 컴'(jihad.com) 회장이다. 글로벌 반미 지하드의 이념적 중심축으로서의 빈 라덴은 여전히 큰 영향력을 지닌 게 사실이다. 아래는 이 글의 요지다. (본문보기
  http://www.brookings.org/views/op-ed/daalder/blog20060906.htm)
  
  누가 9.11 5년의 승자인가
  
  역사상 최악의 테러공격과 그 뒤를 이은 전세계적인 갈등으로 5년이 흘러갔다. 지난 5년 동안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가? 승자와 패자의 이름이 적힌 명단은 제법 길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사람들은 독재로부터 벗어났지만, 새로운 혼란에 휩싸였다. 아프리카 수단 다르푸르 지역의 사람들은 대량학살이란 끔찍한 현실에 부딪쳤다. 중간결산을 해보면, 각기 세 그룹의 승자와 패자가 드러난다.
  
  세계무역센터가 공격당한 뒤 이어진, 전세계로 퍼져나간 투쟁에서 가장 큰 승자는 이슬람 지하드(jihad, 성스런 전쟁)다. 9.11 이전에 이슬람 반미 지하드는 겨우 수천 명의 젊은이들을 추종자로 하는 낡은 이데올로기였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수백만 무슬림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하드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버릴 태세다.
  
  9.11테러가 그런 지지도 상승을 이끈 것은 아니다. 무슬림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끔찍한 폭력에 대해선 혐오를 나타내 왔다. 반미 지하드에 대한 무슬림들의 지지도가 오른 까닭은 오히려 미국의 잘못된 대응에서 비롯된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것만큼 이슬람 지하드의 지지도를 높인 요인은 없다. (사담 후세인 독재로부터) 풀려난 무슬림들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안전을 확보해주지 못한 채로 미국이 이라크 점령정책을 펴나간 것이 잘못이다.
  
  게다가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바그람 수용소(아프간 수도 카불 교외의 미군기지 안에 자리한 임시 수용시설-역자 주)와 그밖의 비밀 수용소(동유럽에서 미 CIA가 운영하던 수용소)에서의 끔찍한 인권침해는 많은 무슬림의 분노를 자극했고, 그들이 기꺼이 테러행위에 가담하도록 만들었다. 우리는 바그다드와 런던, 발리, 마드리드에서 그런 테러사건들을 보아 왔다.
  
  핵개발국들과 중국의 어부지리
  
  두 번째 승자는 이란, 북한, 파키스탄처럼 핵무장을 추구해 온 국가들이다. 9.11이 터지기 전에는 핵무기 확산 방지가 가장 우선되는 미국의 대외정책이었다. "최악의 체제는 최악의 무기를 보유해선 안 된다"고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거듭 말해 왔다. 그러나 파키스탄은 9.11 뒤 아프간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는 데 미국에 협력한 대가로 곧장 핵무기 보유 규제에서 벗어났다.
  
  부시행정부는 북한과 이란의 실제적인 핵위협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엉뚱하게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가졌을 것이라 상상하며 이라크에 몰두했다. 그 결과 북한은 핵 개발 능력을 예전보다 5~10배 키울 수 있을 만큼의 플루토늄을 생산해냈다. 한편으로 이란도 지금껏 아무런 제재 없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해 왔다.
  
  세 번째 승자는 중국이다. 지난 5년 동안 미국이나 유럽이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사이에 중국은 강대국으로 몸집을 키웠다. 중국경제의 영향력은 전세계적으로 확대됐다. 동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국가들은 갈수록 미국보다 중국과의 관계를 더 중요시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은 그러한 현실을 적절하게 활용함으로써 중국의 대외경제 이익과 국제관계 위상을 높여 왔다.
  
  빈 라덴과 미 네오콘은 패자
  
  패자들은 누구인가. 첫째, 패자 가운데 으뜸은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만든 알 카에다 조직이다. 빈 라덴은 9.11 뒤 조직이 무너지고 많은 부하들이 사살되거나 체포됐다. 그 자신은 이 동굴 저 동굴로 피해 다니면서 이따금 비디오나 오디오 테이프로 자신의 존재를 알릴 뿐이다. 물론 빈 라덴을 승리자로 볼 수도 있다. 그의 글로벌 반미 지하드 이념은 무슬림 세계에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의 압박을 피해 자신의 생존에 급급한 상황이라서) 5년 전 세계를 충격 속에 몰아넣었던 지도자로서의 능력은 잃어버렸다.
  
  둘째, 미국의 신보수주의(neoconservatism)도 패자다. 미국 주도 아래 세계를 미국식으로 바꿀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메소포타미아의 모래 속에 파묻혀 버렸다. 사담 후세인이 추방된 뒤 이라크의 여러 종파들은 이라크를 폭력적으로 분열시켰다. 이는 미국 일방주의(American unilateralism)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고, 중동 전역을 변화시키려는 네오콘의 이데올로기가 성공을 거두지 못했음을 뜻한다.
  
  세계의 신뢰 잃은 미국
  
  셋째, 지난 5년 사이의 가장 큰 패자는 미국이다. 미국이 지닌 힘, 추구하는 목적과 행동원리(민주주의 가치와 자유시장 확산 등)는 미국의 적들뿐 아니라 우방국들 사이에서도 시들해졌다. 지난 60년 넘게 미국은 세계를 보다 민주화되고 번영하는 쪽으로 이끌어 왔다. 미 군사력과 경제력은 그 바탕이 됐다. 미국의 효과적인 지도력은 미국이 옳다고 세계가 믿은 데서 비롯됐다.
  
  지난날 세계는 미국의 이익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는 쪽으로 힘을 쓰는 미국에 신뢰를 보냈다. 새로운 국제 규범과 법을 만들 뿐 아니라 진지하게 책임을 지는 모범적인 시민국가로서의 미국을 신뢰했다. 좋은 일을 위해 힘을 쓰는 그런 미국을 믿었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세계는 더 이상 미국을 믿지 않는다. 미국의 적들은 오랫동안 미국이 지닌 파워를 못마땅하게 여겨 왔다. 그런데 9.11 5년이 지난 이즈음은 미국의 우방국들조차 더 이상 미국이 파워를 현명하게 사용하리라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점점 미국이 파괴적인 쪽에 파워를 써나갈 것이라 걱정한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미국과 거리를 두려 한다.
  
  그 결과 미국의 지도력과 다른 국가들의 적극적인 협력 아래서 다뤄져야 할 사안들, 이를테면 핵확산, 테러, 지구 온난화, 전염병 등을 둘러싼 효과적인 국제협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한, 미국뿐 아니라 나머지 세계도 9.11의 진정한 패자가 될 것이다.
  
  kimsphoto@hanmail.net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