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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임금 4배, 땅값 31배 더 내라"…北의 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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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개성공단 임금 4배, 땅값 31배 더 내라"…北의 의도는?

대북정책 전환 일관된 압박…南-北 '일단은 접촉 유지'

북한은 11일 개성공단 남북 실무회담에서 북측 근로자의 임금을 현재 1인당 평균 75달러에서 약 4배인 월 300달러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연간 임금 인상률도 현행 5%에서 10~20%로 바꾸자고 했다.

북한은 또 공단 1단계 부지 100만 평의 토지임대료를 5억 달러로 인상하라면서, 우선 이 문제부터 협의하자고 했다. 현대아산과 토지공사는 토지임대료로 이미 1600만 달러를 냈기 때문에 이 요구는 31배 가량을 올리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북측은 10년 유예기간을 거쳐 2015년부터 입주기업에 부과하게 돼 있는 토지사용료를 내년부터 걷되, 평당 5~10달러로 책정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근로자 숙소(1만5000명 수용 규모)와 탁아소 건설, 근로자 출퇴근을 위한 도로 건설 등도 촉구했다.

문제는 역시 6.15 및 10.4 선언 이행

북측이 제시한 임금과 토지임대료는 한 마디로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남측이 상정했던 협상 데드라인(임금의 경우 120~130달러)을 한참 넘어선다. 그러니 '결국 나가라는 소리가 아니냐'는 반응이 즉각 나왔다.

그러나 북측이 이런 요구를 하고 있는 의도는 일관되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4월 21일 1차 접촉에 이어 5월 15일 개성공단 계약·법규 무효 통보에 담겼던 의도가 이번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이명박 정부에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이행을 선언하고 대북정책을 전면 전환하라는 정치적 압박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6.15 선언에 따른 개성공단 특혜 조치를 계속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터무니없는 액수를 제시한 것은 문제의 핵심이 그게 아니라는 의미"라며 "포괄적으로 남북관계를 바꾸지 않는 이상 기술적인 협의로는 진전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회담 내용을 전하면서 "북측은 개성공업지구사업의 재검토, 재협상을 요구하게 된 것은 역사적인 북남공동선언들이 전면 부정당한 조건에서 특혜적인 조치들의 존속근거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둘째, 돈을 더 낼 수 없다면 나가도 무방하지만 자신들이 개성공단 폐쇄의 책임을 지지는 않겠다는 의도다.

북측은 19일에 후속 협의를 하자고 먼저 제안하며 향후 협상 여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남측 정부가 6.15와 10.4선언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요구 금액을 큰 폭으로 낮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게 줄다리기를 하다가 북측은 어느 순간 일방적으로 인상을 결정할 것이고, 한계상황에 처한 입주 기업들은 개성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북측은 '우리 손으로 공단 문을 닫지는 않았다'고 말할 최소한의 명분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면서 6.15와 10.4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태도 때문에 공단이 폐쇄됐다고 남측 정부 책임론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협상 시작일 뿐" 시각도 있어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날 북측도 일단 시간을 끌어 보겠다는 의도를 비친 대목이 있어 주목된다. 오전 오후 두 차례 회의에서 과거와 달리 자기네 입장을 일방적으로 통보하지만은 않은 것, 19일 회동을 먼저 제의한 것 등은 북도 상황 관리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6.15와 10.4 선언에 대한 얘기 없이 제시 금액을 깎아 내려가는 식으로 협상이 되겠나"고 되물으면서도, "그러나 앞으로 미북관계가 좋아질 경우 남북관계도 좋아질 수 있다고 보고 공단 유지를 위해 협상하겠다는 얘기를 물밑으로 했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관측했다.

한 대북 전문가도 "오늘 회담은 일단 협상의 시작이기 때문에 의도를 단정하기 어렵다"라며 "19일에 남측이 절충안을 제시하고 북의 반응을 보면 그때 보다 뚜렷한 의도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현 전 전관은 "정부가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해석하느냐, 아니면 폐쇄 책임을 남측에 넘기려는 술수로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일단 정부는 전자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남측 수석대표였던 김영탁 통일부 상근회담 대표는 귀환 후 브리핑에서 "북측이 제시한 내용들은 '초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고, 앞으로 긴 협상과정을 거쳐 서로 합의점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북정책 전환이 없으면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남북 대화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전시용으로' 회담을 끌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억류자 접견도 못하고 돌아와

한편, 북측은 이날로 74일째 억류하고 있는 현대아산 유모 씨에 대한 처분 방침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우리의 접견 요구도 거부한 채 "별 일 없이 잘 있다. 기다리면 결론이 날 것"이라고만 말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이에 대해 우리 대표단은 유 씨의 조속한 석방이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된 본질적 문제임을 강조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것은 협상 진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유 씨 건을 포함해 북한 내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 문제를 협의할 채널인 남북 출입·체류공동위원회 설치를 북측에 제안했다. 이어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핵실험과 군사적 긴장 조성을 중단하고 전면적인 남북대화 재개와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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