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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개성 2차 남북회동…의제 줄다리기는 '헛심쓰기'로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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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개성 2차 남북회동…의제 줄다리기는 '헛심쓰기'로 종료

억류 문제 논의 어려울 듯…北, 또 일방 통보 가능성

남북이 오는 11일 개성공단에서 공단 관련 현안을 협의하기 위해 2차 회동을 갖기로 했다. 북측이 5일 오전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명의로 통지문을 보내와 접촉을 제안했고, 남측이 동의하는 통지문을 보냄으로써 회동이 성사됐다.

만나는 시간은 오전 10시이며 장소는 남측 구역인 남북경협협의사무소다. 북측에서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대표로 나오고, 남측에서는 4월 21일 1차 접촉 때 개성공단사업지원단장으로서 대표단장을 맡았던 김영탁 현 남북회담본부 상근회담 대표가 나간다.

북측은 이번 회동을 '접촉'이라고 표현했고, 남측은 '회담'이라고 쓰고 있다. 이날 북측의 통지문에는 시간과 장소 및 대표단만 명시됐을 뿐 의제는 나와 있지 않았다. 남측이 보낸 통지문에도 의제는 넣지 않았다.

한 달 가량 줄다리기로 얻은 게 뭔가

이렇게 되면 정부가 5월 중순 2차 회동 추진 당시 의제 때문에 북측과 줄다리기를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냐, 그걸 통해 뭘 얻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당시 북측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 씨 문제가 의제에 포함되지 않으면 2차 회동을 할 수 없다고 버텼다. 남북회담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북측이 원하는대로 개성공단 관련 회동을 우선 시작하고 억류 문제는 별도의 협의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유 씨의 실질적인 석방을 위해서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이른바 '투 트랙 해법'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결국 접촉은 무산됐고, 북한은 5월 15일 대남 통지문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개성공단 관련 법규들과 계약들의 무효를 선포했다.

이번 2차 회동 합의는 그로부터 20일 후에 이뤄진 것인데,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양측 통지문에는 의제가 담기지 않았고, 회담에 나올 북측 기관은 그 때와 마찬가지로 중앙특구지도개발총국이다. 이 기관은 '유 씨 문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가지고 있고, 이번 회동에서도 변함없을 것으로 확실시된다.

반면, 그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북측의 '법규 및 계약 무효 선포'가 있었다는 것. 그래서 문제가 더 꼬였다는 사실뿐이다. 만약 정부가 5월에 융통성을 발휘해 일단 접촉을 시작했더라면 '무효 선포' 같은 강경한 조치를 막을 수도 있었을뿐더러, 유 씨 문제도 어느 정도 진전을 볼 수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 사이 남측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선언한 것도 억류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했다.

'반북캠페인' 시기 남북회동 전망이 밝을 수 있을까

어렵사리 합의된 11일 회동의 전망도 매우 어둡다. 남측은 여전히 억류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 근로자가 두 달 이상 억류된 상황인데 그 문제는 개성공단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라며 "북측도 우리 당국의 이런 입장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사정을 고려한 후에 접촉을 제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측은 4월의 1차 접촉과 5월 15일 통지문에 따른 개성공단 임금 및 토지사용료 문제만을 의제로 보고 있다. 따라서 북측은 협의 자체를 하려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임금 인상폭 등을 통보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개성공단은 파국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5월 25일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대북 제재가 모색되고 있는 현 정세에서 남측 정부가 '공단에 대한 대가를 더 달라'는 북측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북측은 현재 시종일관 강수를 두고 있고, 남측 정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수세 국면을 전환키 위해 미국과 정보 공개 갈등까지 불사하며 이른바 북풍(北風)을 조장하는 상황도 회담 전망을 어둡게 한다. 양측 모두 강경하게 맞설 공산이 훨씬 크다.

그러나 북측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대미용' 강공 드라이브에 집중하고 대남 조치는 속도와 강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어, 이번 회동이 계속 접촉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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