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이병순 사장 등 한국방송(KBS) 경영진과 기자·PD들이 정면 충돌로 치닫고 있다.
KBS PD협회(회장 김덕재) 불신임 투표 결과 편성·라디오제작·TV제작 본부장에 대한 '불신임'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KBS 기자협회도 8일부터 불신임 투표를 진행하고 있으나 KBS 경영진은 "엄중 조치" 등을 운운하며 맞서고 있다.
KBS PD "이병순 시청자 사과해야"
KBS PD협회는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투표 결과 '불신임'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PD협회에 따르면 KBS PD 816명 가운데 555명이 참여한 이 투표에서 불신임 의견은 조대현 TV제작본부장 74%, 고성균 라디오제작본부장 78.03%이었으며 특히 최종을 편성본부장은 불신임 의견이 90.78%에 달해 불신임 여론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병순 사장이 시청자 사과를 해야한다는 의견도 대다수를 차지했다. PD협회가 투표와 함께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KBS PD들은 응답자의 91.9%가 "이번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KBS 경영진에 있다"고 답했고 "이병순 사장이 서거 방송 관련 KBS가 보여준 파행적 행태에 대해 국민과 시청자들에게 공식 사과해야한다"는 의견에도 86.9%가 동의했다.
PD협회는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본부장들에 대한 이번 투표는 직접적으로는 서거관련 방송의 책임을 묻는 것이지만, 나아가서는 새 경영진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이기도 하다"며 "그런 점에서 이것은 이병순 사장 10개월에 대한 냉정한 평가"라고 해석했다.
PD협회는 "이병순 사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이번 사태를 몰고 온 책임자들을 엄중 문책하라"며 "우리는 이미 사장 퇴진운동을 비롯한 강력한 저항을 경고했다"고 밝혔다.
한편, KBS 기자협회도 8일부터 이틀간 노 전 대통령 서거보도와 관련 김종률 보도본부장과 고대영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에 돌입했다.
이병순 "실수 아쉬워"?…KBS 경영진 "불신임 투표 엄중 조치" 경고
그러나 KBS PD와 기자들의 격앙된 여론에도 KBS 경영진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병순 사장은 지난 5일 열린 KBS 노사협의회 마무리 발언에서 "현장의 기자와 PD, 스태프 등 사원들이 노력했는데도 실수가 생긴 데 대표로서 부끄럽고 아쉬움을 느낀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 서거 관련 KBS 보도에 대해 처음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이나 '실수'로 한정한 것. KBS 노동조합 노보에 따르면 이 사장은 "방송 이외의 의도적인 점이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매끄럽지 못했던 서거 방송의 형식과 과정을 들여다봄으로써 재발 방지를 위한 교훈을 챙기는 데 회사 경영진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발 더 나아가 KBS 경영진은 불신임 투표와 관련해 '징계를 경고하기도 했다. 사실상 KBS PD와 기자협회의 '불신임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
KBS 경영진은 지난 4일 PD협회와 기자협회에 공문을 보내 "본부장 (불)신임 투표는 단체협약상 근거가 없는 행위"라며 "사규상 성실 의무 위반과 품위 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된다. (투표를) 계속 진행할 경우 관련 규정에 의거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병순 사장의 발언에 대해 PD협회는 "이번 사태는 KBS의 위상과 신뢰를 심각히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실질적인 책임자인 사장의 즉각적인 사과와 책임자 처벌"이라며 "가차 없는 질타와 엄격한 책임추궁이 장기로 알려진 이병순사장이 이러한 사태를 그냥 넘어가려 한다면, 그것은 '의도적 책임 회피이자 배임 행위'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KBS 노동조합은 "조합원 이 사장이 서거방송과 관련해 당초 예정에 없던 유감 표명을 한 데 대해 만시지탄의 아쉬움은 있지만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의 KBS를 지키려는 전향적인 자세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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