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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민심을 잃었다" KBS 기자협회 '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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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민심을 잃었다" KBS 기자협회 '자성'

"KBS 뉴스는 서거 국면에서 국민의 크나큰 신뢰를 잃었다"

한국방송(KBS) 기자협회는 5일 발행한 협회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KBS 보도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취재했던 현장 기자의 생생한 르포와 '시민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정보보고를 발췌해 올렸고 협회의 자체 모니터 결과를 실었다.

이들은 KBS 기자들이 겪은 유례없는 시민들의 반발을 두고 "KBS에서 벌어진 여러가지 사건들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라고 평가하는가 하면 KBS 보도는 정권의 눈치를 살피는 뉴스 편집과 취재 의욕 상실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악순환을 만들었다", "두고두고 부끄러운 역사로 남을 것" 등 신랄하게 비판했다.

KBS 기자협회는 오는 8일부터 9일까지 보도본부장,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협회보는 KBS 기자 사회 내부의 격앙된 여론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KBS에 쌓인 불만, 한꺼번에 폭발한 것"

협회보 1면에는 노 전 대통령 분향소가 설치된 봉하마을을 취재했던 김경래 경제팀 기자의 현장 르포를 실었다. 김경래 기자는 "지난해 정권이 교체된 이후 사장 교체와 시사 프로그램 폐지, 대통령 연설 방송 등 KBS에서 벌어진 여러가지 사건 들로 쌓인 시민들의 불만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한꺼번에 폭발된 것"이라고 해석하며 당시의 현장을 전했다.

"봉하마을에서 가장 먼저와서 가장 좋은 중계 포인트를 확보했던 KBS 중계차는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설상가상으로 함께 철수하던 CP차는 봉하마을 진입로에서 고장이나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흥분한 시민 몇몇이 CP차로 들어가 운전자를 끌어내 폭행했다. 결국 견인차를 불러 CP차를 견인했다. 조문객들은 '봉하마을에서 끌려나가는 KBS'라고 조롱했다.

문제는 다음날 방송이었다. 빈소에 중계차가 접근이 불가능해서 빈소에서 1km 떨어진 근방의 벌판에 중계차를 설치하고 방송했다. 마이크를 잡은 기자 뒤에는 황소 한 마리가 버티고 있었다. 이 장면을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갔고 '빈소'가 아닌 '황소' 앞에서 방송하는 KBS라는 조소를 들어야 했다. 이후 25일 중계차가 다시 빈소 앞으로 들어올 때까지 타사가 방송할 때 껴서 몰래 방송하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김 기자는 "촬영기자들은 정상적인 촬영을 하기 위해 카메라에 KBS 로고를 검정색 테이프로 가렸다가 아예 떼버렸고 취재기자들은 인터뷰할 때 KBS에서 나왔다고 밝히지 않았다"며 "필자가 취재를 할 때도 인터뷰 섭외가 가장 힘들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조문객들의 차가운 눈빛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었다"고 토로했다.

▲ 5일 발행된 'KBS 기자협회보' 1면 일부. 봉하마을 추모 현장을 취재한 김경래 기자의 르포가 실렸다. ⓒKBS 기자협회

"매맞는 KBS 민심을 잃다"

KBS 기자협회는 "매맞는 KBS 민심을 잃다"라는 제목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보도에 대한 모니터 결과도 실었다. 기자협회는 "KBS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뜨겁게 일고 있는 추모 열기를 애써 축소하고 감추기에만 급급했다"며 "추모 국면 내내 KBS만의 참신하고 경쟁력 있는 기획 아이템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과 재임 시절 공과에 대한 평가에 극도로 인색했고 대부분 틀에 박힌 아이템을 다순 나열했다"면서 "참신한 현장 밀착형 기획 아이템을 잇달아 내보낸 MBC와 비교하면 그 결과는 참담하다"고 자평했다. 이어 "오히려 추모 현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전달해주는 화면이나 현장음을 보여주지 않는 '현장의 결여'라는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무미건조한 원고, 기자 멘트와 화면의 부조화, 경쟁력 없는 아이템… 뜨거운 추모 열기를 애써 축소하고 희석시킴으로써 결론적으로는 뉴스의 기본인 생생한 현장을 외면하는 악의적 왜곡보도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알맹이가 빠진 자리는 이른바 '관급 뉴스'가 차지했다"면서 "용산 참사 때 극명하게 보여준 공권력에 대한 무비판적 자세도 여전했다. 덕수궁 앞 현장의 급박한 상황을 초래한 경찰의 천막 강제 철거에 대해 KBS는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비판하지 않은 채, 이 문제를 단순히 '몸싸움'과 '충돌'이라는 틀에 박힌 '중립적' 자세로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권의 눈치를 살피는 뉴스 편집과 개별 아이템의 경쟁력 저하, 취재 의욕 상실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KBS 뉴스는 이번 서거 국면에서 크나큰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보도는두고두고 KBS의 부끄러운 과거로 남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 KBS 기자협회보에 실린 서울 대한문 앞 상황 정리. "촬영기자가 시민들에게 발로 차였다", "취재가 어려운 상태" 등의 표현이 자주 보인다. ⓒKBS 기자협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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