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DJ 매개로 북-중-미 물밑대화 진행중"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DJ 매개로 북-중-미 물밑대화 진행중"

[한반도 브리핑] 北의 진짜 의도와 북미대화 3대 계기

북한의 위공위성(장거리 로켓) 발사를 계기로 6자회담의 틀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4월 14일 유엔 안보리에서 의장성명이 채택되자 북한은 지체 없이 외무성 성명을 통해 6자회담 불참, 핵시설 원상복구 및 폐연료봉 재처리, 경수로발전소 자체 건설 등을 선언했다.

그리고 곧바로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작업과 감시활동을 펼치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및 미국의 불능화팀을 추방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어 북한 외무성은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에 착수했음을 공식 발표했고, 2차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 강행 의지까지 피력했다. 12일에는 대북 제재발동을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따라 순차적으로 반발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북한은 과거와 달리 자신들의 의도와 목표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북한의 6자회담 불참 선언

우선 북한은 6자회담에 '절대 불참'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 단순한 엄포가 아닌 듯하다. 북한은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6자회담을 '깨진 사발', '간신히 굴러가는 달구지' 등으로 표현하면서 "(9.19 공동성명에 담긴) 자주권 존중과 주권평등의 정신이 없는 6자회담은 필요없다"고 선언했다.

6자회담에서 탈퇴하고 6자회담 합의라는 '구속'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으로, 2005년 9.19 공동성명부터 그 실행을 위한 2.13 합의, 10.3 합의의 무효화를 의미한다. 이것은 단순하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당근'을 더 요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주장이다. 6자회담의 차원을 넘어 새 판을 짜고 협상의 내용도 바꾸겠다는 의도를 분명하게 밝힌 셈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한 뒤 회담 참여국의 문제 정도가 아닌 질적으로 새로운 협상을 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북한은 6자회담이 적절한 논의틀로서 위상을 상실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북한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발언 등을 거론하면서 한반도 문제 해결과정에서 일본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자기의 의무 이행을 고의로 회피했고 회담의 진전을 막아나서곤 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대화는 꽉 막혀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9일에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북남사이의 대화에 대해서는 논의할 여지조차 없다"고 못을 박았다. 배제와 대화 단절을 선언한 북한의 입장에서 일본과 남쪽 정부가 참여하는 6자회담은 이제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장이 아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최근 북한의 움직임은 지난해 10월 1일부터 3일까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통고한 최후통첩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앞으로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완전히 철회하고 신뢰가 조성되고 핵위협을 더 이상 느끼지 않을 때에 가서 핵무기 문제를 논의하자'라며 '6자회담은 하겠지만 핵무기에 대해서는 논의 안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발언은 '북미 양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현존 핵계획을 포기하고 핵무기를 더 이상 만들지 않으며, 핵 이전을 안 하겠다'는 의미였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이에 대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유화책을 내놓음으로써 더 이상의 긴장고조를 막았다.

그러나 북한은 8일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에 맞춰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오바마 미 행정부의 100일간의 정책동향을 본 결과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에선 조금도 변화가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핵 억제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은 제재와 대화는 양립할 수 없다는 입장인 듯하다. 안보리 의장성명을 통해 미국이 한편으로는 제재를 구체화하고, 다른 한편으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한 것에 대한 거부인 셈이다.

김계관 부상은 이미 2006년에 6자회담 석상에서 "미국이 대화와 압력 혹은 당근과 채찍으로 나온다면 조선(북)측도 그렇게 대응 하겠다"며 "우리는 대화와 방패다. 방패는 핵 억제력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발표 이후 핵 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북한 측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다.

안보리 의장성명으로 '제재 감수냐 대화냐' 선택을 강요한 미국에 대해 6자회담 백지화와 핵 프로그램 가동을 그대로 지켜보든지 북미 양자간 전면 협상에 나서든지 선택하라는 요구인 것이다.

결국 북한은 북미 양자의 직접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관계정상화를 논의하고, 6자회담은 이를 추인하고 집행하는 실무회담으로 격하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반응은 아직까지는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조하며 북한의 강공에 대해 애써 무시하고 있다. 다만 북한과 양자 및 다자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다룰 준비가 돼 있다는 원칙적 입장만 밝히며 북한에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6자회담 틀 내에서 북미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북한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

북미 대화 시작, 3가지 계기

따라서 북미간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기까지 한반도의 위기지수는 갈수록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이 어느 선까지 긴장을 높여갈지 그 한계를 예측하기 어렵다. 아직까지는 냉각기를 거친 뒤 북미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북미대화가 재개될 수 있는 세 가지 중요한 계기가 있다.

첫째는 북한에 억류중인 두 명의 미국 여기자 문제가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여기자들을 재판에 회부한 만큼 미국 정부 인사가 방북해 이들의 신병을 인도받고 동시에 북미간 현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9일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적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한 미국의 고위급 대북특사 파견이 필요하다면서 앨 고어 전 부통령을 제안했다. 이는 빅터 차 개인이 아닌 현재 워싱턴 내의 기류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고어 전 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방북 의사를 밝혔고, 국무부가 이를 승인해 날짜 선택만 남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여기자들은 고어가 만든 커런트TV 소속이다. 다만 북한은 고어보다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둘째는 중국의 대북특사 파견이 북미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중국은 베이징을 방문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해 달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요청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조만간 고위급 대북특사를 평양에 보내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중국의 대북특사로는 지난 1월 방북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했던 왕자루이 당 대외연락부장이 유력하다.

셋째, 오는 6월 16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등장한 후 대북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데에는 동맹국과의 협의를 중시하는 미국의 달라진 외교노선도 작용했다. 그러나 그동안 북미 양자접촉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일본 정부가 최근 '6자회담의 틀 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북미 직접대화에 동의를 표했다.

한국 정부도 북미 양자회담에 대해 다시 한 번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일부에선 7일 중국을 시작으로 한국, 일본 등을 방문한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순방 목적도 북미 양자회담에 대해 관련국들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재확인되고 이를 명분으로 미국이 북미협상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공론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 국무부는 내부적으로 장기간 교착상태에 있는 6자회담을 대신해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무부 대변인은 6자회담 무산시 대안이 있는 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더 나은 방안이 있는지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불능화했던 핵시설을 원상복구해 재처리에 나서고 추가 핵실험을 실시하겠다고 언급하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2000년대 초반처럼 북한의 핵능력만 키워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2012년까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겠다고 선언한 북한은 지지부진한 6자회담의 틀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는 금융위기와 중동문제 등 우선순위가 높은 사안들에 매달려 있고, 대북정책은 아직 본격적으로 다듬어지지도 않았다.

최근 워싱턴을 방문했던 한 인사는 "보즈워스 대표는 주로 보스턴에 있고, 국무부에는 그의 집무실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며 "힐러리 장관을 비롯해 국무부 인사들이 다른 현안에 밀려 북한 문제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갈 길 바쁜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6자회담 불참, 핵 억제력 강화 등으로 대미 압박강도를 높여 가는 이유를 엿볼 수 있다.

▲ 지난 9일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에서 나오고 있는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뉴시스
비관적이진 않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지난 15년간 진행된 북미협상은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극적인 타협을 이끌어내 왔다. 이미 북한, 중국,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물밑접촉을 시작했다.

중국의 한 학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중 때 시진핑 국가 부주석이 직접 나온 것은 아주 예외적인 일"이라며 "김 전 대통령을 매개로 중국, 미국, 북한이 물밑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방한한 힐러리 장관, 보즈워스 특별대표와 전화 통화를 한 바 있고, 중국에서 돌아온 다음날인 9일 보즈워스 특별대표와 직접 회동까지 했다. 회동 후 그는 "보즈워스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9.19 공동성명의 내용인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미국과 북한은 국교정상화와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해 경제적 지원을 제공해야 하며, 이 모든 것은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은 DJ역할론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북중간에는 현재의 갈등국면을 타개하는 방안을 놓고 깊은 대화가 오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미국의 성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판단 아래 한국과 미국에 그러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2차 핵실험까지 예고되는 격랑의 수면 아래에서는 협상을 위한 물밑작업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3가지 계기를 통해 6자회담의 위상에 대한 북미간 합의 도출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