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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임금 삭감 만연, 美디플레이션 위험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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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그먼 "임금 삭감 만연, 美디플레이션 위험 커져"

"더욱 과감한 대책 못하면, 일본처럼 될 위험"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일본과 미국이 디플레이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일 내놓은 '디플레이션 위험 측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현재 디플레이션 발생 위험이 가장 큰 나라는 일본, 그리고 미국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미국, 디플레이션 위험 높아

중간 기준점인 0.5를 초과할 수록 디플레이션 위험이 큰 척도를 사용한 이번 조사에서 일본은 0.71, 미국은 0.53이며, 나머지는 0.5 이하로 나타났다. 이 점수가 0.3~0.5 이하면 디플레이션 위험은 '중간 정도', 0.2~0.3 이하면'낮음', 0.2 이하면 '희박'을 의미한다.


한국은 0.14로 대만(0.47), 노르웨이(0.46), 스웨덴(0.46) 등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었다. 우리나라보다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적은 나라는 같은 수치가 나온 스페인을 제외하고 영국(0.13), 폴란드(0.08) 등 5개국에 불과했다. 브라질, 칠레, 인도는 디플레이션 발생 위험도가 모두 0이였다.

우리나라는 지난 98년 4.4분기 당시 디플레이션 발생 위험도가 0.36으로 조사 대상 36개 나라 중 8위인 적도 있었으나, 이번 순위는 카드대란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03년 1.4분기 때와 비숫한 수준이다. 당시 디플레이션 위험 정도는 0.14로 조사 대상 36개국 중 5번째로 낮았다.

그러나 36개국 평균치로 볼 때 현재 디플레이션 위험도는 0.28, 국내총생산(GDP) 가중치를 부여했을 경우 0.34로 조사돼 디플레이션 위협이 우세한 상황이다.

일본, 물가 하락과 실업률 상승에 '디플레 공포'

특히 일본은 소비자물가가 1년반만에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일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1% 떨어졌다. 소비자물가가 하락한 것은 2007년9월 이후 1년6개월만이다. 신선 식품과 함께 에너지를 뺀 근원 소비자물가는 0.3%나 하락했다.

게다가 일본의 실업률은 4년7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3월 실업률(계절 조정치)은 4.8%로 한달전에 비해 0.4%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2004년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실업률이 한달새 0.4%포인트 올라간 것은 1967년(0.5%포인트) 이후 42년만의 최고치다. 실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67만명 증가한 335만명으로,2005년10월 이후 3년5개월만에 300만명을 넘어섰다.


▲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로이터=뉴시스

이와 관련,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임금 하락 증후군(Falling Wage Syndrome)'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경기침체 속에 임금 하락이 가져올 미국의 디플레이션을 우려해 주목된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 칼럼에서 개별 회사 차원에서 임금 삭감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임금 삭감이 전반적으로 이뤄지면 결국 소비 지출 감소와 부채 부담 증가를 초래해 경기를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악순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경기부양책과 금융부실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못할 경우 "미국은 일본처럼 오랜 기간 디플레이션에 시달릴 위험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이 칼럼(☞원문보기
)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임금 하락, 경제가 병들고 있다는 증세"

미국 전역에 걸쳐 임금이 하락하고 있다. 노동시장이 침체되면서 노동자들은 임금이 깎여도 항의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임금 하락은 경제가 병들고 있다는 증세다. 그리고 경제의 병이 깊어질 것이라는 징후다.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는 것은 일자리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이런 선택이 왜 문제가 되는가?

이런 선택이 현재 미국 경제를 괴롭히는 역설로 작용하고 있다. '근검절약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저축은 미덕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저축을 급격히 늘리려고 하면 경제는 위축되고 만다.

또한 부채 상환의 역설도 있다. 부채를 줄인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갚으려고 하면, 금융위기가 초래된다.

'임금의 역설'도 조만간 닥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개별 회사에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면 회사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 오히려 실업률이 높아진다.

왜 그런가. 임금 삭감이 일부 회사에서 이뤄지면 제품 가격 인하에 반영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겠지만, 동시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임금 삭감이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 지출이 감소하게 되고, 물가가 하락하면 실질 부채가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부채 부담이 더욱 커지면서 소비 지출은 더욱 감소하게 된다.

게다가 임금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하게 되면 사실상 이자율도 그만큼 올라가게 된다. 예를 들어 임금이 2% 삭감될 것으로 예상되면, 부채에 대한 이자율이 2% 정도 오르는 효과를 가져온다.

임금 하락이 가져올 부정적 효과에 대한 우려는 단순히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1997~2003년 사이에 민간업체들의 임금이 연평균 1% 이상 하락했다. 그 결과는 임금 하락이 어떻게 경기침체에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인 교훈을 주는 것이다.

"경기침체 종료 선언돼도 빛바랠 위험"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미국의 경기침체가 끝났다고 올해 하반기쯤 선언할지 모를 정도로 여러 가지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업률은 분명히 오르고 있다. 또한 각종 지표로 볼 때 상당 기간 고용시장은 매우 열악한 상태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임금이 계속 하락하고, 이로 인해 경제는 활기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깨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경기부양책, 부실 은행들에 대한 더 과감한 조치, 더 많은 일자리 창출 등이 요구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경제를 벼랑 끝에서 빠져나오게 한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일본처럼 오랜 기간 디플레이션과 스태그네이션에 시달릴 위험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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