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플루, '세계적 대유행병' 직전 단계 경보 발동

감염의심환자, 6개 대륙 전체에서 속출

돼지 인플루엔자(SI)가, 우려했던 '세계적 대유행병(pandemic)'의 전단계에 올라섰다. 특히 WHO의 이번 조치는 지난 27일 경보 수준을 4단계로 올린 지 불과 이틀 만에 나올 정도로 SI가 급속한 확산 속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9일(현지시간) SI에 대해 6단계로 이뤄진 전염병 경보수준 중 최고등급 직전인 5단계 경보를 발동했다. 5단계는 바이러스의 인간 대 인간 전염이 한 대륙의 최소 2개국에서 발생했다는 것으로 정의된다.

▲ 돼지인플루엔자가 전세계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WHO가 세계적 대유행병 직전 단계 수준의 경보를 발동했다. ⓒ로이터=뉴시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5단계 경보는) 각국 정부로부터 제약산업에 이르기까지 더욱 긴박하게 필요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전염병 사태가 얼마나 극심할지 여부"라고 밝혔다.

"6대륙, 30여개국, 3000여명 감염 의심환자 발생"

이미 SI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는 세계 6개 대륙 모두에서 속출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SI 감염자와 의심 환자는 북미,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30여개국에 걸쳐 3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SI 관련 사망자도 18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SI 직격탄을 맞은 멕시코에서는 이날 17명이 추가 사망, SI 감염 추정 사망자가 176명으로 늘었다. 미국에서도 사망자가 처음으로 나왔지만,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 온 생후 23개월 된 멕시코 국적 유아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미국에서만 11개 주에서 총 94명의 SI감염 의심환자가 발생하고, 미국,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사람을 통한 2차 감염 환자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스페인 10명, 영국 5명, 독일 3명, 오스트리아 1명, 스위스 1명 등 모두 20명이 SI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스페인의 감염자 1명은 멕시코 방문자에 의해 간접 전염된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키웠다. 아프리카에서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첫 SI 의심환자가 발생한 국가가 됐다.

멕시코, '5일간 전면적 휴업 조치'

SI 확산에 따른 피해는 멕시코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SI 확산을 막기 위해 5월1일부터 5일까지 필수 분야를 뺀 모든 경제부문을 대상으로 휴업 조치를 단행키로 했다.

멕시코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WHO가 SI사태와 관련한 경보 수준을 종전의 4단계에서 5단계로 격상시킨 직후 나왔다. 감염 사례가 전혀 보고되지 않았던 이집트는 예방 조치로 40여만마리로 추정되는 자국 내 돼지를 전부 도살키로 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멕시코발 항공기 운항을 다음 달 4일까지 중단했으며 프랑스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의 멕시코행 항공기 운항을 전면 중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각 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SI가 대유행으로 발전할 경우 백신 부족 사태가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으로는 SI를 예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SI 백신은 9월까지 공급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2차 감염 사례 나올지 촉각

국내에서는 30일까지 SI 감염이 의심된다고 신고한 사람은 모두 23명이며 이 중 감염 추정환자가 1명, 검사진행 중인 사람이 4명이다.

검사 중인 4명에는 추정환자와 접촉한 사람 중 비슷한 증세를 보이고있는 1명이 포함돼 있어 국내 최초의 SI 2차감염 사례가 나올지 주목된다. 나머지 18명은 음성판정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