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생활에 의료용 마스크를 구입해 써야할 정도로 공포에 떠는 멕시코 주민들. ⓒ로이터=뉴시스 |
28일 <AP> 통신은 미국 정부가 4년여에 걸쳐 작성한 '최악의 팬데믹 시나리오'를 입수해 보도했다.
최악의 팬데믹 시나리오 "미국 인구 30% 감염 사태"
인플루엔자 확산 사태가 최고조에 이를 경우 미국에서만 최대 9000만 명이 감염될 수 있다. 이는 미국 인구의 30%에 해당한다.
이들 중 1000만 명 정도가 병원으로 후송되며, 그중 150만 명은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고, 증상이 심각해 기계적인 호흡 장치에 의존해야 하는 환자의 수는 약 75만 명에 이른다.
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산되면 전국 각지의 학교들은 임시 휴교에 돌입하며, 주요 스포츠 경기 역시 관중 없이 치러지게 된다.
또 학생들을 실어 나르던 통학 버스들은 학생 대신 환자를 가득 실은 '임시 진료소'로 변신하게 된다. 각 병원의 수용 능력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외출을 자제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공항이나 식당은 인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되며, 기업들은 각종 회의를 화상회의로 대체한다. 또 통근자들은 대중 교통을 피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회사까지 이동한다.
유례없는 '비상 사태'를 맞은 미국인들은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미국 경제는 또 한번의 충격에 직면하게 된다. 사망자가 200만명을 넘어설 경우 미국 경제의 회복 가능성은 사라진다.
역사적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대확산은 30~50년 주기로 발생해 왔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대확산은 40년전인 지난 1968년 홍콩 독감에 의한 것으로 당시 전 세계적으로 75만~100만 명이 감염돼 숨졌다.
돼지인플루엔자, 세계화가 동반한 재앙될 수도
일각에서는 돼지인플루엔자가 세계화에 의해 급속히 전세계로 확산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닮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순식간에 거의 전세계 곳곳에 돼지인플루엔자 감염 의심환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멕시코에서 시작된 돼지인플루엔자 사태로 멕시코에서만 27일 현재(현지시간) 152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도 50대 여성이 돼지인플루엔자 감염 '의심 환자'에서 28일 '추정 환자'로 확인됐으며, 브라질 등 남미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의심 환자들이 잇따라 보고 되고 있다.
만일 돼지인플루엔자가 세계화가 동반한 재앙의 성격까지 지닌 바이러스 확산 사례가 된다면, 그 피해는 최대 6000만 명이 사망했다는 '스페인 독감' 수준을 넘어설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09년도 보고서에서 세계화에 따른 경제위기와 팬데믹의 동시 전파가 가져오는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세계은행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1918년 스페인 독감 규모의 '팬데믹'이 발생할 경우 전 세계 사망자는 7000만 명(세계 인구의 1%)에 달하고 글로벌 경제 규모는 5%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140만 명의 사망자를 내는 것으로 그칠 경우 글로벌 경제에 대한 충격파는 -0.7%포인트로 추산됐다.
이미 '돼지인플루엔자'는 2003년 '사스'로 인한 타격을 능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스로 인해 8000명의 감염자와 8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전 세계 피해 규모는 500억 달러에 달했다.
사스로 인해 2003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6%포인트 감소했으며, 사스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중국은 GDP가 1~2%포인트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그나마 사스 사태는 각국 정부의 신속한 대책으로 지속 기간이 6개월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돼지인플루엔자가 세계화의 폐해와 겹친다면 사스 사태 때와는 달리 국제적 공조가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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